엄마와 어머니
그 따듯하고 아름답던 모성의 정과도 이별한지 어느덧,그의 나이
3살 에서 이제8살이 되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몇년전에 재혼한 아빠와 새엄
마 그리고 2살박이 여동생과 아무 탈없이 행복하게 지내왔다.
엄마가 보고싶다고 고집을 부리며 울먹여야 할 나이인지라 아빠는
그런 아들을위해 새엄마를 데리고 왔고 그 역시 그녀를 친엄마처럼
대해왔다.
아마도 그녀를 친엄마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 아이는 학교로 향했다.
"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
마치 인사하는 법만 배운냥 그 아이가 인사하는 모습은 또래의 아이
들과는 다르게 무척 씩씩하고 의젓해 보였다.
" 그래. 잘 갖다오렴. "
그녀 역시 자상하고 선해 보였다.
" 참! 준영아 도시락 가져가야지! "
그리고는 성급하게 도시락을 들고 나오더니 아이의 볼에 가볍게 입
을 맞추며 말했다.
" 우리 준영이 많이 먹구 씩씩하게 커야되! 알았지? 그래야 "
그때 준영이가 말을 이었다.
" 새나라의 어린이가 된다구요? "
주위에는 파릇파릇한 새싹들로 가득했고 그것들을 위한 마냥 하늘
에는 봄을 알리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여러분! 밖에 비가 와서 오늘 공놀이는 못하겠어요. 대신에 우리
그림그리기 할까요? "
" 네!! "
아기자기한 아이들의 입에서 밝고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자 오늘은 우리 무얼 그려 볼까요? "
아이들이 대답했다.
" 공주님이요! "
" 아냐. 로보트요! "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어대며 씩씩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 여러분! 공주님하고 로보트는 많이 그려봤으니까 오늘은 엄마를
그려 보기로 해요! "
" 네! "
물론 준영이도 아이들의 씩씩한 대답에 한 몫을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 주위를 돌아다니며 한명 한명이 그리는 그림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준영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사뭇 진지했다.
깔깔대면서 웃고 떠드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모습에 선생님의 시
선 은 당연히 준영이 쪽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1시간쯤 지났을까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 다 그렸어요? "
" 네! "
그리고는 아이들의 그림을 하나하나 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준영이 차례였다.
" 자 우리 준영이는 얼마나 잘 그렸는지 볼까? "
" 네에! "
자신있게 대답했다.
선생님은 그림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는 말을 꺼냈다.
" 준영이는 왜 누나를 그렸니? "
준영이의 그림소질이 뛰어났던지, 혹은 다른 그림들에게는 없거나,
있어야 할 것이
빠졌던지 선생님은 그림을 이해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 네? 우리 엄만데요! "
선생님은 조금 놀래는 모습이었다.
준영이가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면 그의 엄마를 유창하게그
려나갔을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다만 선생님은 다른 그림에있는 살색과 검은 색의 대비를 볼수 없었
고 반대로 다른 그림들에서 볼 수 없었던 길고 노란 생머리에 갸름
한 얼굴형이 충분히 크레파스로 표현된 모습이었다.
다른 그림과는 다르게 준영이의 그림에서는 자상하고 인자한 어머니
상이 아닌 말 그대로 누나같은 엄마의 모습이 영역했다.
물론 그녀는 인자하고 자상했다.
사실 준영이의 새엄마는 무척 젊었다.
아마 준영이와의 나이차이가 신문 모퉁이의 운세란에 나오는 동물수
보다 두살인가 많다고 하더라.
준영이가 아빠에게 엄마의 나이를 물어볼때면 머무적거리면서 그렇
게 대답하고는 했었다.
선생님의 의아한 모습을 눈치챘던지 준영이는 다른 아이들의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보이는 주름살에 움푹 패인 보조개. 그리고 몇마디의 글자.
' 어머니 사랑해요 '
그날 저녁 준영이의 식구들은 다정하게 저녁을 먹고 있었다.
" 아빠. 엄마랑 어머니랑 뭐가 달라요? "
준영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그는 잠시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 왜 그런 질문을 하니? "
" 오늘 미술 시간에 엄마 그리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나의 그림이랑
다른 아이들의 그림이 달라서요. "
준영이의 말을 들은 그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당연하지. 넌 엄마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보았니? "
" 아니요. "
" 그래. 우리 준영이가 엄마랑 똑같은 사람을 못보았듯 다른 아이
들의 엄마들은 모습이 모두들 다른거야. "
" 그렇구나.."
" 참 그런데 그 그림이랑 어머니랑 엄마랑 다른게 무슨 상관이지? "
" 네에. 선생님은 분명 엄마를 그리라고 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그림
에다 이렇게 썼더라구요. "
" 뭐라구 썼는데? "
궁금하듯이 물어보았다.
" 어머니 사랑해요. 라구요 "
이제서야 이해하듯이 입을 열었다.
" 준영이는 지금 엄마라고 부르잖니? 하지만 준영이가 다 크면 엄마
보고 어머니! 하고 부르는 거란다. "
" 그렇구나. 그래서 저두 어머니라고 썼어요. "
" 그래 잘했다. 우리 아들. "
그날밤 자명종 시계는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를 울렸다.
모두가 캄캄한 시각 준영이의 방 문틈으로는 불빛이 새어나왔다.
준영이는 오늘 그린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고쳐 쓴 '어머니' 라는 글을 지우고는 다시 엄마라고 적는
것이 아닌가?
준영이는 불을 껐다. 하지만 이윽고 불을 켜더니 책상 밑의 낡은 상
자를 꺼내들었다.
준영이는 한동안 상자안을 뒤적거리더니 낡은 사진 한장을 꺼내들었
다.
그 사진안에는 다른 아이들의 그림에서 보았던 주름살과 움푹 패인
보조개가 담겨있었다.
" 엄마 나도 이제 다 컸어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
창밖에서는 아침을 알리는 까치소리와 밝은 빛이 가득했고 준영이의
집은 또다시 바쁜 아침 일과가 시작되었다.
" 여보 준영이 안깨워 ? "
" 참. 학교갈시간이 다 되었네. 준영아! 준영아! "
엄마는 준영이를 부르며 그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 준영아 일어나야지. "
엄마는 준영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때 엄마는 준영이 옆에서 나란히 누워있던 낡은 사진을 발견했다.
" 아니 이게 뭐지? "
궁금하듯이 사진을 보던 엄마는 갑작히 놀란듯이 사진을 들고 뛰어
나 갔다.
" 여보 이거봐요.! "
" 왜 그래? 어디 좀 봐 ! "
그 사진을 본 아버지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전 아내 사진이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어머니 사랑해요 '
아마도 준영이는 새엄마에게는 아직 어리고 귀여운, 돌아가신 친엄마
에게는 말그대로 다 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아직도 준영이는 곤이 잠들어 그 하얀 미소가 아름다웠고 걱정스레
바라보는 부모님들은 차마 깨우질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 엄마 나 왜 안깨웠어? 나 지각이야 ! "
-_-; 그리고,
" 준영아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난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