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하겠습니다"
"네"
"김정민씨?"
"아..네"
"잠깐 시간좀 내주시겠습니까"
"무슨일로..."
"은주...은주 이야기에요"
"네 그러시죠"
두사람은 마주 앉았다
한참을 서로 바라보았다
"전 강재훈이라고 합니다"
"아..네"
"은주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한순간 상민의 가슴에
철커덩 소리가 들렸다
"......"
"좋아한단 고백을 했더니
보기좋게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하하...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가봐요
아주 많이 ..."
"......."
"세상에 태어나서 첨으로 누군가를 좋아했는데
그사람은 다른사람을 좋아한다고
저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는군요
그래서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러는가 넘 참을수 없이 궁금해서
물어 물어 찾아왔습니다"
"은주를 많이...좋아하시나보네요"
"다른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거
정말 넘 가슴아프네요
아마 은주도 마찬가지였겠죠
정말 ..죽을맛입니다"
"은주는...좋은 아이입니다
맘이 아주 맑은...
따스한 맘으로 감싸주세요"
"묻고 싶어요 아주 조금도 아무런 감정이 없는것인지
정말 그 떠나신분만을 생각하시는건가요?"
"나는...처음부터 그랬고
지금까지 그랬고
그리고 아마...앞으로도 그럴것입니다"
"이런 제길!"
순간적으로 상민의 얼굴이
날라오는 주먹을 피하지 못해
옆으로 휙 돌아가버렸다
"욱!"
"거짓말! 지금 거짓말 하고 있는거지
당신말야 정말 나쁜 사람이야
나는 최소한 내 감정을 속이고 그런짓 하지 않는데...
안그런척 하면서
당신도 은주 아주 많이 사랑하쟎아!"
"그건.."
"알수있어요 느낄수 있어
다만 인정하기 싫을 뿐이겠죠!"
휙 재훈이 먼저 돌아서갔다
탁!
상민은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직도 재훈이 주고간 말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고 있었다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아냐...
아닐거라구!
바닷가...
그 한켠에 한 남자가 멍하니 앉아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와의 약속...
지키지 못했다
아니 지키려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상민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인정하지 않으려했다
아니 돌아보지 않으려했다
나와의 인연은 아닌게야
그건 나의 욕심인거다...
그렇게 생각했다
은비를 보내던날
화장터에서 그녀의 뼈가루를 받아
이 바닷가에 와서 뿌리던날
상민은 은비와 약속을 했었다
외로워하지마
내가 지금부터 옆에 있을게...
울어도 안돼
그럼 내맘이 더 아퍼질거야
내가 옆에서
그렇게 지켜줄께
그렇게 혼자 바닷가를 오곤했다
때론 은비가 좋아하던
빨간 장미를 한아름 안고서
한송이 한송이
바닷가에 던져주고
때론 모래사장에 꽃다발을 두고
은비이름을 새기고 가곤했다
멍한히 왔다가 파도를 보고 바위를 보고
그리고 하늘을 올려보다가
아무에게도 보이지 못했던
가슴안에 쌓였던 눈물을
쏟아내고 쏟아내고...
그러곤했었다
은주를 만나던날
상민은 비로소
죽은줄 알던 자기 영혼이
살아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은비가 살아온듯
넘 닮은 모습에서
상민은 넘 커다란 기대와
희망과 기쁨을 맛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맘이 기울수록
그는 더 멀어져 가야했다
그럴수록
그녀에게 더 냉담해야 했다
얼마나 아플지
애써 외면하고
돌아보지 않으려했다
그는 은비를 생각했다
언젠가 은주는
자기보다 더 좋은 그런 사람을 만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나 올
가느다란 희망
이미 저세상 사람인 은비에겐
아무런 희망도 없다
그래 난...
포기해야해
은비를 외롭게 하지 말아야지
은비를 울림 안돼
그렇게 그렇게 애써 자신에게 타일러 왔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깨달았다
자신에게 건 체면이
스르르 풀려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할까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