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전화가 울린다
은주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고맙다 은주야..."
"......"
"다녀갔었지 그 꽃다발 너무이쁘더라
은비가 많이 좋아했을거야
너무 병약해서 친구조차 사귈시간이
없었거든.
아마도 네가 와줘서 많이 좋아했을거다"
"어..어떻게 알았어요?"
"꽃다발에 작은 쪽지가 들어있었어
그리고 이렇게 적혀있었지
은비씨 부디 행복하세요~은주...."
아!그랬구나 참
작은 쪽지를 넣었던 기억이 난다
꽃집에서 주던 쪽지에
간단히 남긴 메세지
그렇다면 그는 거기를 다녀왔다는것인가...
"그랬군요"
"고마워...많이..."
"네. 그냥 한번 보고싶었을 뿐이에요"
간단한 인사말이 오가고
전화는 끊어졌다
참으로 부드러운 사람인가보다
아직도 잊지않고 거길 찾아간단 말인가...
은주는 아주 커다란 벽을보는듯했다
그래 넘을수 없을거야
그렇게 커다란 벽은...
내가 넘 헛된 욕심을 부렸는지도 모르지
서글픈 공허한 웃음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사람의 귀란 때로
듣고싶지 않은일
막고 잊고 싶은일조차 간간히
들리게 한다...
은주역시 그랬다
되도록 피하고 안들을려 해도
간간히 바람결너머 소식이 들려왔다
토요일 오후
나른한 잠에 하품을 삼키며
은주는 진이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띠리리리 띠리 띠리리리...
현관문의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구세요?"
"네..저...진이 있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땅...문이 따졌다
성큼성큼 은주는 발걸음을 옮겼다
"진이야~~~"
"와 은주야 어서와라"
"뭐했니?"
"보시다 시피"
진이가 턱으로 가리키는곳을
은주는 바라보았다
"차를 닦고 있었구나!"
"그래 미치겄당 울 사촌오빠야 인사해"
"안녕하세요"
"안녕~진이친구라고 반갑다"
"은주에요"
"이뿌게 생겼는데...근데 말야 진이랑 사귐 못써"
"네?"
"얘가 있지 얼마나 지저분한데
발닦기 젤 싫어하고..."
"오..오빠!"
"푸후..."
두사람의 이야길 들으면서
은주는 웃는라 정신이 없었다
유쾌한 사람같다..
"토요일인데 스케쥴들은 있는거야?"
"아니 뭐 그냥..."
"얘가...얘가 이렇다니깐...좀 계획성 있게 좀 살아라"
"내가 뭘 어쨌다궁. 그런 오빤 뭐 계획세우고 사남"
"고오럼..나는 한계획아니냐 ㅋㅋㅋ"
"몬살겄당 정말...오빠 얼른좀 가줘~"
"싫어 누구 좋으라고 가냐. 너 넘 좋아할까봐 절대 못간다"
"아니 뭣여..."
"좋다 내가 인심쓰지...같이 청소해주면
맛있는거 사줄께 오우케이?"
"정말? 물론 오케이쥐"
은주도 걸레를 집어 들었다
유리창을 닦고 백밀러를 닦았다
"와아 정말 깨끗해졌는데
맨날 청소만 하고 사는가보다
은주네 집은 아마 개미가 스케이트 타나봐"
"어찌 알았남. 마저 오빠 은주네집은 정말 그래"
"암튼 신기한 일이다 어째 너같은애한테
저런 친구가 있을까"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밝은 모습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
그리고 그 밝음은 주위사람을
감염시키는가보다
덕분에 은주도 오늘은 실컷 웃으며 다녔다
"남자친구는 있니?"
순간적으로 은주가 당황했다
"오빠..하여간 취미도 별나긴..그런걸 왜 묻는거야"
"난 그저 궁금했을뿐이야 뭐 하기 싫음 안해주면 되지"
"딱지 맞았어요"
"엥?"
놀란 그의 얼굴과 마주쳤다
"은주야!"
진이역시 놀란 모양이다
"음..채였어요 저 불쌍하죠"
은주는 활짝 웃어보였다
자기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다
"미..미안..."
"아니에여 괜챦아요 이제는..."
"그래 왜그랬을까 그사람. 아마 보는눈이 없나보다
그치...은주는 넘 이쁘고 귀여운데
우리 진이하곤 정말 다른데 말야"
"오..오빠!"
빨개진 진이의 화난 얼굴에
그는 생긋 웃어보였다
"나라면 말야 그런 바보같은짓 절대 안할텐데..."
"ㅎㅎㅎ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못났는걸요 이제껏 제 의사대로 산적도 없구요
그래요...내가 왜 이런 이야길 하는지 모르지만
오빤 참 편하네요
오빠라 불러도 되죠? 진이와는 너무 친해서
제게도 오빠라 불르고 싶네요"
"그으럼 좋구말고
이쁜 여동생이 생긴다면야 뭐...
힘들때 언제든 말해
이래뵈도 탄탄하다! ㅎㅎㅎ"
그는 어깨를 탁탁 쳐보였다
은주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