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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BY loveiy6895 2001-06-12

"아버지..."
은주는 목에 메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미진과 은주가
힘들고 어렵게 침대에
정민을 눕혔다
곧이어 정민은 잠에 취해 떨어졌다

"처음이구나!"
"네?"
"그래 이런 니 아빠 모습 엄마도 처음 보는구나
항상 그랬어...늘 강하고 씩씩하고
부러질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하지만 역시...감정이 있는 사람이구나..."
"엄마..."
"어쩜 엄마도 아빨 많이 이해못한거 같다
서로 부부로 살아온지 꽤 되었지만
어떤 사람인지...내가 잘 안다고 말할수 있을까"
미진은 측은한 눈빛으로 정민을 바라보았다
"나일 먹어가는가보다
이제 니 아빠도...
그치 은주야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는갑다"
은주는 어쩐지 그말이 쓸쓸하게 들렸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사람은
다 늙어지는것일까...
그리고 또한 그렇게 나약해져 가는것일까
은주는 착잡한 맘으로 잠든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엄마...이제 자요"
"그래 그러자"
다시 불이 꺼졌다
고요하고 한적한 밤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하지만 왠지 은주는 잠이들지 못했다
미진역시 그런것일까
침대 삐그덕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은주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고 고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주저 앉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해져 견딜수 없었다

엄마를 졸라 가까스로
퇴원을 하게 해달라고 했다
부딪히자..
세상을 등지지 말고
바로 보고 앞으로 걸어가자
그런 맘이 어디선가 생겨났다
그리고 은주에게 자꾸만 속삭였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아주 힘들었다
오랫동안 자신이 비워둔 자리로
돌아온다는것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은주는 힘을 내야만 했다
뭔진 모르지만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
바로 아버지와 엄마의 그 시선에
은주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야만 했다

어쩜 사람은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라 했던가
은주는 차츰 습관이 들었고
그틀에 적응할수 있게 되었다

그토록 지겨웠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일상들이
이젠 아주 새로운 눈으로
맘으로 다가왔다
햇살이 이렇게 밝고 컸던가
이전엔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다

한걸음..한걸음
은주는 그렇게 세상속으로 발걸음을 디밀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가까이서 반겨주는 이가 있었다
진이...

"은주야 괜챦은거니?"
"그럼..괜챦구 말구"
"다행이다...나..너 많이 걱정했었어
다시 이자리에서 너 볼수 없음 어쩌나 하고..."
울먹이는 진이의 얼굴에서
또르르 한줄기 눈물이 굴러떨어진다
"바보"
"훗.맞다 그래 돌아와줄거라 믿었어
너라면 적어도 내친구라면..."
"고맙다"
"힘들었지 친구인데 너의 아픔
함께 해줄수 없어서 미안...정말 미안해"
은주는 진이의 손을 마주잡았다
"나..이제 괜챦아 정말이야
고마워...정말로..넌 정말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야"
"은주야---"
"진이야--"

마주잡은손으로 따스한 온기가 흘러왔다
아마도 진이로부터의 따스한 맘이리라...

친구란 참으로 좋은것이다
우정이란..또 얼마나 아름다운 것일까
그런 친구가 하나라도 있다는것
은주가 잊고있던 또 하나의 현실...
은주는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니가 있었던거...나 한번도 고마워해본일 없었던거 같아"
"나두 그래. 니 빈책상보면서
나 너의 빈자릴 많이 느꼈어"
"지지배..."
"이젠 그러면 안돼 알았지?"
"그래 아마 그럴거다"

까르르르..
두사람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은주는 새삼 깨달았다
그래 이게 내 삶이야
이게 내 현실인거야
나는 이안에서 사는거다
잃은걸 헤아리기보다
내가 가진걸 헤아리면서...
그래 글케 사는거야...
얼마나 감사한것인가
내가 힘들고 아플때 나를 보고 울어줄수 있는친구
그런 친구가 내옆에 있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