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양."
의사는 멍한 얼굴의 은주를 응시했다
무슨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정말로 속을 알수 없었다
의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조를 해줘야 합니다"
"......"
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일째 이런식이다
뭔가 그녀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의사는 도무지 짐작할수가 없었다
그만큼 그녀의 입은 열릴줄 몰랐고
표정의 변화또한 알수가 없었다
의사는 은주의 부모님을 불렀다
정민과 미진을
"사실대로 말해주셔야 합니다
지금 은주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일들을"
"....."
"은주아버님.어머님!"
"당신이...말하세요"
정민의 입이 굳건히 열릴줄 몰랐다
미진은 흘긋 바라보았다
아마도 많은 자존심이 상했으리라
"선생님..저..."
정민이 먼저 일어서서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미진은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음..."
의사는 턱에 손을 괴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진은 가벼운 인사를 하고 병원밖으로 나왔다
저쪽에서 정민의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은주..어쩌면 좋아요"
"잘될거야..잘되겠지"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다니...
정말 이해할수 없어. 그러고도 당신이
아빠라고 할수 있어요
애가 저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게 내 책임이란 건가
애는 엄마가 키우는거지..."
순간적으로 미진의 입술이 떨렸다
"뭐..뭐라구요 그럼 그게 내탓이란 말에요
당신은 정말...늘 이런식이군요
정말 나쁜 사람이야..."
휙..
미진이 돌아서 갔다
정민은 착잡함을 느꼈다
요즘은 모든게 엉망이다
대체 내가 뭘 어떻게 얼마나 잘못한 것이란 말인가
그는 피던 담배를 비벼 껐다
휴우...
산다는것이 참 어렵다
아빠란 자리가 이리 힘들줄이야
자식은 그저 낳음
고스란히 잘자라 뭔가하는 그런 존재라 생각했다
하지만...맘대로 되지 않았다
모든것이 얽히고 맘이 괴로워진다
그는 모른다
누가 와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명확하게 갈라주면 좋겠는데...
도무지 그는 손내밀줄을 모른다
어딜 가야 한단 말인가
문득 그는 혼자였다
"은주야 화났니?"
"......"
"알아 안다..엄마가 알아
하지만 이러는건 좋지 못하다 생각해
무엇이 너를 위하고
그리고 모든 사람을 위하는지
한번 잘 생각해봐라"
"엄마..."
"그래. 은주야 불쌍한것"
미진의 가슴안에 은주는 한참을 흐느낀다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아무리 엄마라도
딸애의 인생을 대신해줄순 없다
그 암연한 현실에 미진은 작은 자기와
만났다
"미안하구나"
"뭐가 뭐가 엄마가 미안해"
"그냥...엄마가 널 잘못키워 그런거 같고
못난 엄마 만나서 너도 더 힘든거 같고..."
"아냐 엄마.아냐 절대아냐..."
"이러는건 옳지 않아
언젠까지 그럴래 언제까지
도망다닐래...그럼 넌 편하니
부딪혔음 좋겠다 엄마딸은 좀더 씩씩했음 좋겠구나"
"어..엄마!"
왈칵 쏟아지는 눈물
은주는 흐느끼는 대로 몸을 맡길 뿐이였다
아버지와 엄마간에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은주는 어렴풋이 그것이 자기로 인해
벌어진 것이였음을 느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또다른 은주의 고민이 되었다
두분사이에 놓인 깊은골을
어떻게해야 다시 메울수 있을까...
그럴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