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당.
정민은 생각에 깊이 잠겨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안되겠어 내가 만나봐야지"
오후의 햇살이 눈부시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정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미정에게 겨우 연락처를
찾아낼수 있었다
성큼성큼 큰키만큼이나
걷는 다리모양역시 시원시원하다
딱벌어진 어깨며
여기저기 익은 거무스름한 피부
누가보아도 그에겐 주눅이 드는
그런 위엄이 풍겨나오고 있었다
지금 그의 얼굴을 긴장으로 굳어져
그 분위기를 더 풍기고 있었다
그는 커피숍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갔다
두리번 두리번...
저끝에서 누군가 한사람이 일어섰다
"혹시..."
"앉게나 자네가 상민군인가 보군 음..반갑네"
정민은 한동안 앞에 앉은 청년의 모습을
쭈욱 훑어내려갔다
뭐 그리 특별할것은 없다
하지만 그는 앞사람의 눈빛이
영 맘에 내키지 않았다
사내녀석이 뭐저래
아니 저렇게 약해보여서야
피죽도 못먹은 모양이군.
어찌 아들을 저렇게 키웠을꼬
"자넨 군대를 다녀왔나?"
"아..네"
"꽤나 힘들었을거 같군"
"...그런데 무슨일로 절"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지
성격이라서 말이야"
참으로 시원시원한 성격이라고
상민은 생각했다
더운날이라 시킨 얼음띄운 냉커피가
너무도 시원하다
무슨말이 나올까...
상민역시 긴장감으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네"
"은주를 어떻게 생각하나?"
"네?"
당황한 표정이 상민의 얼굴위로 스쳐간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어"
"전..."
"좋아하는 사람있나"
"...네"
"이런..알겠네. 그렇군!
그럼이제 우리 은주도 더이상 만날일 없겠구만"
정민은 앞에 놓은 쥬스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어.시원하다 궁금한게 이제 다 풀렸네
자네도 사나이니까
사나이대 사나이로 하는말이니
이제 더이상 얼굴볼일은 없을거 같군
나와줘서 고마웠네 계산은 내가 하고 가지
그럼..."
참으로 간단명료했다
상민은 계산후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는
정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만나서야 상민은
그동안의 은주의 말들이
더 실감나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뭘까 이감정은...
혼란스럽다 정말
넘 많은 생각을 한탓일까
왼쪽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상민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내게 사랑이란..
사치스런 감정일뿐이다
병원
정민은 성큼성큼 딸아이 병실로 들어섰다
"여보"
"은주는 좀 어때?"
"방금 잠이 들었어요 조금 지나야 깰거에요"
"한심한 녀석같으니라구"
"그게 무슨말씀이세요"
"내가 그녀석을..만났어"
"네?"
"정말 궁금해서 참을수가 있어야지
대체 어떤녀석이길래 내딸에게 이런...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랬더니 별거 아니더구만
뭐땜에 잰 그러는거래 이해가 안되는구만"
"맙소사!당신 설마..."
"다짜고짜 물었어
은주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이렇다하게 대답을 못하더군
그래서 내가다시 물었지
그랬더만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군
못난놈
하필 많고 많은 사람중에 그런 사내를...쯧쯧..."
미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직접 그자리에 가보지 않았지만
오랜시간 함께 살아온탓에
정민에 대해선 훤히 꿰고 있는 그녀다
안봐두 훤히 보인다...
"당신이 지금 무슨짓을 한지 아세요"
"무슨짓은...은주도 제발
미련하게 굴지말고 그깟녀석은
싹 잊어버리라구 해요"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군요!"
"당신도 똑같아
이야기 이렇게 된대는
당신탓도 크단걸 알아둬요
엄마가 대체 어떻게 길렀길래
애가 이모양인지 원
그렇게 약해가지고 대체 뭘하고 살겠어!"
꽝!
정민이 나가버렸다
"아구 하나님!"
털썩
미진은 자리에 주저않아 버렸다
그는알까
사랑이 무엇인지..
정말 알기라도 하는것일까
가문에 목매다는 친정부모님
뜻을 거역하지 못해
지금의 신랑한테 시집왔다
그래서 이날 이때까지
참고 또 참고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그것이 효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것이 여자의 인생이라고
누군 뭐 다른생을 살까
결혼해서 아이낳고
글다보면 지금의 남편도 정이들줄 알았다
그래서 살다보면 어느새
아이들도 자라고
그럼 자신의 할일은 다한거라 그렇게 생각했었다
한순간 미진은 과연 그것이
잘한짓이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미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남편에 대한 실망감이 미진을 괴롭힌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는 미진
그리고 앞서나간 정민조차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눈감고 조용히 흐르는 딸애의 눈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