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정말 너 왜그래 무슨일이냐구"
"......"
"너 그럴거야 계속.정말 눈뜨고 볼수가 없다
자 봐 지금 니모습을...니모습이 어떤지 좀 보란말야"
진이가 내민 거울을 은주는 보았다
표정없이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이얼굴이
정말 나인것일까
은주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알겠니...왜이렇게 됐는지 좀 설명좀 해보란말야
그냥 두면 너..꼭 죽을거 같단말야"
"진이야..나 괜챦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왠수...넌 왜 너만 생각하는거니
다른사람들은...니눈엔 죄 보이지 않는거야?
니 부모님들은 어떻고 나는..나는!"
"미안하다"
"매일 그말들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다
난 그래도 니 친구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냐 정말 난 암것도 아니였어
너한텐 친구가 필요했던게 아니야
그렇지?"
"그게 아냐 진이야"
"실망이야 정말 나 은주한테 정말 실망했어
니가 이런앤줄 알았더람
나 너 친구하지도 않았을거야
이젠 정말 나도 너 보고 싶지 않아 나 간다"
꽈당!
문이 닫혀 버렸다
쫓아가야 하는데...
은주는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다리를 모으고 앉아 은주는 무릎위에 턱을 괴고
앉았다
무엇인가 결단이 필요했다
내가 지금 뭘하는거지...
돌아가야해 돌아가야해 이전의 내자리로
그리고 나로...
머릿속에서 그렇게 누군가 끊임없이 말해주었다
"은주야 뭐해 어머 세상에 불도 안켜고
까만데서 혼자 뭐하는거니?"
은주의 엄만 은주방에 불을 켜고
놀라고 말았다
딸이 방한켠에 앉아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있는게 아닌가
이제껏 없던 행동에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무슨일 있는거니?"
"아뇨 없어요 그런거"
"거짓말...엄만 다 안다"
"네?"
"아홉달동안 널 뱃속에 담고 다녔단다
그리고 니가 태어나서 이제껏
엄만 널 안고 씻기고 돌보고 그러고 살았어
그런데 내가 널 모르겠니
엄마한텐 거짓말 생각 하지 마라"
"엄마...."
은주는 엄마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너무 따스하다..
얼마만의 평화일까 얼마만의 이런 따스함일까
"넌 혼자가 아니야 그렇지?
니가 잘하든 잘못하든 엄만 항상 니편이야
또 엄마란 그럴수밖엔 없어
그러니 자 말해보렴 무슨일인지.."
엄마의 따스함에 맘이 흔들린걸까
은주는 울먹이며 천천히 끊었다가 이어지고
다시 이어지다가 울먹이며
닫혔던 말들을 하나하나 토해내고 있었다
"그랬구나..그래 벌써 울딸이 이렇게 컸구나
엄만 니가 어린애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커서 이제 한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구나"
"사랑이요?"
"그래...사랑이지 풋사랑...
아니 처음하는 첫사랑..."
"첫사랑..."은주는 조용히 뇌까렸다
이것이 사랑인가...
오래도록 은주맘에 답답했던 것이 풀리며
한줄기 햇살을 만난듯 얼굴이 훤해졌다
"엄마도 그랬어"
"엄마두요?"
"응...그래 엄마도 너만했을때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사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보고 또 봐도 넘 좋고
그리고 넘 좋아서 곁에서 늘 있고 싶지"
"아버지에요?"
"아니...다른사람"
"다른사람요?"
"그래 좋아한다고 해서 다같이 함께 사는것은 아니란다
좋아하지만 여건이 안되서 헤어지기도 하고
그리고 때론 싫어져서 헤어지기도 하고
어쨌든 많이 그러고들 살아"
"엄만 왜그랬는데요?"
"엄마가 좋아한 사람은 넘 가난했어
할아버지가 넘 싫어하셨어
딸 고생한다고...허락하지 않으셨지
그래서 헤어지게 되었단다
그리고 곧 중매로 너의 아빨 만났지"
"그랬구나...후회되세요?"
"후회..글쎄...아주 가끔은 그런생각하지
그때 그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그건 이미 지난 일이니까
더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
엄만 지금의 생활도 싫지 않거든
묵뚝뚝하지만 너희 아빠 자상하고
그리고 은주같이 이쁜딸도 있구..."
"엄마..."
목이 메어왔다
아주 커다란 비밀을 알아버린거 같다
"만약 아빠와 결혼하지 못했다면 엄만 너같은 딸을
얻지 못했겠지
넌 혼자가 아냐 엄마에게 너무 소중한 그런 딸인걸
이제껏 애지중지 잘 기르고
늘 건강하게 잘 크라고 그렇게 기도하며 살았는데
지금의 넌...엄마를 크게 놀라고 걱정스럽게 하는구나"
"죄송해요"
"음..아냐 그건 미안한게 아니란다
니가 그만큼 컸다는거겠지..그래
성숙해져 간다는거야 조그만했던 나의 아기가 언제 이렇게..."
엄마는 감격에 말을 잇지 못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