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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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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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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noma 2001-05-13

5
일주일 여 동안 건물에서 나온 쓰레기를 처리하고 이제 본격적인 외관공사로 들어가게 되자
그녀는 현장으로 출근을 했다.
시현은 그녀가 설계를 끝내자 빠른 속도로 일을 진행시키길 원했다.
건물 청소를 하는동안에도 그는 매일같이 나타나 이것저것 지시를 해서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건물의 외관은 그가 좀더 고전적인 분위기를 원해서 유럽의 시골에서 볼수 있을 만한 작은 호텔같은 외형으로 꾸미기로 했다.
세를 주기로 한 일층의 스튜디오는 후배인 정소희가 설계한 독창적인 디자인을 그의 친구가 맘에 들어해서 그녀는 시현의 작업실과 3층의 주거공간만을 맡았다.
시현이 살 공간을 꾸민다는게 그녀는 매우 부담스럽고 내키지 않아 제대로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 그냥 작업실에 침실을 하나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요? 3층을 모두 주거용으로 고치기엔 너무 넓고 낭비 같아요. 차라리 세를 주면 나을 것 같은데... 아니, 당신의 많은 친구들을 생각해서 바를 꾸미는것도 낫겠다.]
그에게 의견을 물으려던 의도와는 달리 그녀는 결국 비꼬는 말을 하게 된 것을 곧바로 후회했다.
[ 이제 일과 휴식은 구분하고 싶어. 일하다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는 일에 지쳤거든...일이 끝나면 내가 쉴수 있는 공간이 정말 아늑한곳이 그리운 나이가 됐다고 해야되나...아주 가정적인 분위기가 넘쳐나는 그런곳으로 부탁해... 이다음에 아이들이 생겨나 다시 고치지 않아도 되게 미리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어 ]
그의 아이에 대한 얘기를 듣는 순간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고 목안이 따끔거렸다.
그는 이곳에 가정을 꾸밀 작정인 것이다.
그런일을 나에게 부탁하다니 정말 잔인한 남자 같으니라구.


오후가 되어 공사장에 나온 시현은 일하는 아저씨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내더니 일이 끝나 돌아가는 사람들을 그녀와 함께 배웅했다.
그녀도 돌아갈 채비를 하려고 소지품을 챙기러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가 따라왔다.
[ 어제 혜원씨 가게에 갔었는데 그곳 인테리어는 정말 볼수록 감탄스럽더군 ...당신 작품일거라곤 생각이 들지않게 뭐라 그럴까...아주 따뜻해 ]
[ 고맙군요...칭찬해줘서 ]
그녀가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 혜원씨가 일을 하리라곤 생각 못했어, 당신처럼 아주 가정적인걸 좋아했던 여자잖아 ]
[ 배신의 상처란 여자를 아주 강하게 만드는 법이니까 ]
그녀의 대답에 그가 의아해했다.
[ 무슨 얘기야? ]
[ 그애 남편이 바람을 폈어요? 몇 년동안이나 ... 아이까지 있었죠, 그렇게 성실해 보이던 사람이 ... 세상엔 정말 믿지 못할 남자가 너무 많죠 ]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그가 굉장히 화가 난 모습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양어깨를 두손으로 꽉 쥐었다.
[ 다시 말하지만 난 널 배신한적 없어. 날 믿지 못하고 떠난건 당신이야.
자신이 본건만 가지고 뒤에 남은 사람의 처지나 상항같은건 전혀 안중에도 없었던 이기적인 여자... 배신감을 느낀건 바로 나라구 ]
[ 아파요 ]
그의 표정에 너무나 겁에 질린 그녀는 온몸이 떨려왔다.
그가 손의 힘을 빼긴 했지만 어깨를 잡은 상태에서 그녀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갑자기 침이라도 삼키고픈 긴장감을 느꼈지만 그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와 뺨에 그의 입술이 닿자 그녀는 놀라 팔을 빼려 했지만 놓아주지 않고 거칠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매우 화가 난것처럼 그녀를 벌주던 그의 입술이 서서히 관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녀를 희롱하며 애태우는 그의 키스에 화가 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혀끝으로 그의 입술을 맛보자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누가 먼저 언제 끝을 낸지 모르게 서로에게서 떨어진 두사람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도 수치스러워 고개를 돌리고 머리를 감싸쥔 그녀에게 그가 다시 손을 뻗치자 그녀가 뿌리쳤다.
[ 만지지 말아요... 나한테 이런 짓을 하다니 ]
[ 당신이 반응한 것까지 나한테 책임을 덮어 씌우진마 ]
그의 매몰찬 대답을 들으며 그녀는 자신의 짐을 챙겨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