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야 엄마! 나두 진짜 모르겠어"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상처라고 했다
그렇게 심한 상처가 나도록 자기가 모른다니...이걸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상처가 너무 심한 탓에 담임 선생님께 등교시간이 좀 늦어질것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병원부터 갔다.
이런 치료가 두번째라서 그런지, 의사나 간호사 모두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이상했다.
하긴...엄마라는 사람이 왜 이런 상처가 났는지 이유도 모른다는게 이상하게 들리기도 할 것이다. 아마도 아동학대라도 하는 집이라고 생각하리라. 나 같아도 그럴테니....
아이를 학교로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복잡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도대체....이건 말도 안된다.
누가 그랬다는건가. 무슨 이유로...
아파트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앞집 여자가 저만치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디 가는지 궁금하지도, 반갑게 인사할 여력도 없었고 오직 아이의 상처만 떠올라서 가벼운 목례만 한 채 지나쳐 버린 순간이었다.
"저기요..."
그 여자의 부르는 소리가 왜 이리 나를 흠칫 놀라게 하는걸까...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네도 대답조차 하지 않고 이상한 눈초리만 보내던 여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는 사실때문일까..
"네? 저요?"
"네...저기 혹시 댁에 아무일도...."
느닷없는 질문이 지금의 내 상황을 찌르는 것같아서일까..대답은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냥 지나가려 한다.
"아니요... 그냥 잘 계신가 궁금해서... 죄송합니다. 그럼..들어가세요"
얼버무리더니 다시 돌아서서 가던 길을 재촉하는 그 여자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문뜩 무언가 있을지도, 저 여자가 뭔가 하려던 말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집 일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쫓아가고 말았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신거죠?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랑 얘기좀 해요."
앞집 여자는 누가 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흘끔 우리집쪽을 바라보더니 뭔가 주저하고 있었다.
"제가 지금 좀 바쁘거든요, 나중에...."
돌아서서 가버리는 뒷모습이 이렇게 답답할 수 있을까.
도대체 하려던 말이 무엇일까...
-----------------------------------------------------------------
"엄마, 오늘밤에 나랑 같이 자자."
"........."
"혼자 자기가 무섭단 말이야, 요즘 계속 무서운 꿈도 꾸고, 또...상처가 날까봐.."
"무서운 꿈?"
"응...징그러운 게 자꾸 나타나서 똑같은 말을 해"
"징그러운거? 뭔데?"
"그러니까 그게....에이! 얘기 안 할래 또 생각나면 또 꿀 것 같아서"
"그래, 그럼 얘기하지마"
"같이 잘거지?"
물어보는 지수의 눈에 두려움이 비쳤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두려우리라.그리고...
무섭다고 보채는 아이도 아이였지만 솔직히 내 맘이 더 겁에 질려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유없이 이어지는 아이의 상처가 여기에서 멈추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알 수 없는 두려움. 엄마면서도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답답함
"알았어...엄마랑 같이 자자"
그날 밤 오랫만에 엄마랑 같이 자는 것이 좋은지 재잘 재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를 보면서, 부디 이유를 몰라도 좋으니 여기에서 끝나길 간절히 바랬다.
아이가 잠든 후 침대 밑에 자리를 깔고 막 잠이 들었을 무렵이었다.
"엄마! 아프단 말야... 날 내버려두지 마. 내 침대도 없어졌잖아, 엄마, 엄마, 엄마......"
"지수야!"
깜짝 놀라서 일어서면서 본능적으로 아이가 자는 쪽을 바라봤다.
다행히 아이는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고 악몽에도 시달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뭐지? 꿈인가? 참 이상한 꿈도 다 있네..'
단순한 악몽으로 치부해버리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뒷기운이 너무 개운치 않았다.
그래도 지수가 잘 자니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다시 잠을 청하려고 자리에 누웠을 때, 천정으로 무언가가 움직이는듯 했다.
'뭐지?'
일어나서 불을 키고는 천정을 다시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기에, 늦게 귀가하는 어느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반사된 것이든지, 내가 너무 꿈자리가 안 좋아서 헛게 보엿던가 한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
그 때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우리 가족을 지켜보고 있던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