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상한 눈길이었다
왜????
------------------------------------------------------------------------
결혼하고 지수가 저만큼 클때까지 항상 집문제로 고민하다가 커다란 행운으로 얻게 된 우리집..
너무나 애착이 가서그런건지 전에는 그리도 지겹던 청소를 이젠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그날 아침에도 문을 열어놓고 현관을 닦던중이었다
앞집여자가, 문을 열고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오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힐끔 쳐다만 보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이사와서 인사차 떡을 갖다 줄때도 역시 건성으로 눈길한번 마주쳐주지 않고 그냥 꾸벅하고 들어가버리던 여자라 성격이 원래 그런가부다 생각하고 말았었다
'무슨 성격이 저러냐? 재수없어. 이웃을 영 잘못만난것 같네'
혼자 생각에 툴툴거리며 청소를 계속하고 있는데,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앞집여자였다. 봉투를 버리고 돌아오나보다
신경쓰지않고 청소나 하자, 먼저 친해질려고 하면 할수록 더 멀게 대하지, 저런 유형의 사람들은.....
"저........."
"네?" 맘이 들켜버리기라도 한것처럼 놀라며 내가 쳐다보자 역시 눈은 마주치지 않은 채 뭐라고 우물거린다
"말씀하세여"
"저..........."
말더듬인가? 왜저러지?
"혹시.....댁의 가족들은 괜찮나요?"
무슨 인사가 저렇지? 가족들은 괜찮냐니? 이사온 사람에게 적합한 인사는 아닌것 같은데........
"먼저 살던 사람들을 알고 이사오신 건가요?"
아는 사람네 집으로만 이사를 다녀야하나? 정말 이상한 여자군....
"아니요"
"네........"
그러더니 문을 열고 그냥 들어가버린다
그런데 .........
들어가면서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정말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들어 버리는 이상한 눈빛이었다
-----------------------------------------------------------------
"엄마, 나 머리 아파"
오전일일랑 잊어버리고 점심이나 대충 때우려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놓을 때였다
올시간도 안된 아이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조퇴했다며 들어온것이다.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야"
진통제를 먹인후 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내고 나니, 놀라서 그런건지 밥맛도 달아났고 나도 좀 자야겠단 생각에 거실 소파위에 누웠다
방에 들어가 편히 잘까 생각하다가, 아이가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는게 나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잠이 막 들었을 무렵.....
"엄마 내 침대가 어디갔어....."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같은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고나서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서 아이의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지수는...... 침대에 누워 자고있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왜 이러지? 이상한 일 투성이네
재수없는 여자에다가, 이상한 꿈까지.....
아이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괜찮아? 이제 안아프니?"
"응, 많이 난것같아"
"다행이다, 얼른 와서 이거 먹어, 점심도 못먹었지?"
아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식탁에 올려주자, 아이가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너 이게 뭐니?"
아이의 목에 선명하게 나있는 할퀸 자국!
그냥 할퀸것도 아니고 다섯손가락을 바짝대고 있는 힘을 다해 판 것같은 자국이었다
"지수야.....학교에서 애들이랑 싸웠니? 그래서 온거야?"
"아니? 안싸웠어, 정말 머리아파서 온건데?"
순간 예전의 걱정이 떠올랐다
얘가 '왕따"가 되거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게 아닌가, 저런 손톱자국이라면...... 얼마나 독한 애랑 싸웠길래 저리 된걸까
"지수야 엄마한테 다 얘기해도 돼, 야단 안칠게"
"엄마....정말이야, 무슨 손톱자국이 있다는거야?"
아이는 거울로 달려가 자시의 목을 비춰본다
"어? 이게 뭐지? 아픈적도 없었는데?"
내일은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봐야겠다.......
"지수가요? 아니요..학교생활도 아주 잘하고 애들하고도 친하게 잘 어울리는데요?"
선생님이 모르시는 사이에, 사이가 벌어진 아이라도 있었던것 아닐까.....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인데도 맘이 정말 편치 않았다
도대체 어떤 아이와 싸운걸까, 얼굴을 긁어놓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거참 이상하네"
다음날 아침식탁에 앉으면서 남편이 이야기를 꺼냈다
"왜요?"
"여보, 밤에 말야, 누구 얘기하는 소리 못들었어?"
"무슨 얘기?"
"누가 내 귀에 대고 소근거리는거야,'아빠! 아빠! 내 침대 어디있어...'라구"
침대?! 어제 낮에 나도 들었던 것 같은데....
"아마 피곤해서 헛소리를 들엇겟지, 당신한테 아빠라고 할 사람은 우리 지수뿐이잖아, 지수가 설마 우리방에 들어와서 그런 장난을 쳤을라구?"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서 아이를 깨우기 위해 들어갔다
그때.....
나는 아이방 벽에서 뭔가 본 것 같았다
뚜렷하진 않지만 무언가......
"지수야 일어나, 학교가야지.........어????"
아이의 손목에.....이자국이 나있었다. 조금만 더 세게 물었다면 아주 살점이뜯길지도 몰랐을 만큼의 선명한 이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