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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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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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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pluto 2001-04-24

"지수야! 얼른 일어나"

아이가 아직도 일어나지 않고있다
몇번을 불러도 반응조차 없고, 문을 열고 소리쳐도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아침일찍 학급단체로 등교길 청소하러 가야한다며 일찍 깨워달라고 그리도 신신당부하더니만...

아이방에 들어가 이불을 들춰버리자 그제서야 움질움질 기척을 보인다
"엄마......몇시야?"
"벌써 7시야, 6시부터 깨웠다, 엄만 늦어도 몰라"
화들짝 놀라며 욕실로 달려가는 아이를 보면서 끌끌 혀를 차본다
언제나 철이 들런지 원.......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던 남편도 급해서 헐떡거리며 준비하는 아이 등뒤에 대고 한마디를 던진다
"너 왜그래, 요즘! 허구헌날 늦잠이냐 인석아"
아이는 벌써 긴장하고 있다, 그또래 아이들이 그렇듯이 학교가서 선생님께 야단맞을 일이, 전학온 애가 혼자 잘나서 그러냐는 아이들의 시선이 걱정인가보다.

"엄마 나 어떻게 해.... 힝~~~"
"그러니까 깨울때 일어나지 않고..."
식사도 못하고 허둥지둥 신발끈을 매는 아이등뒤에 서서 한마디 해보지만 무슨 소용이랴
"깨우는 소리 하나도 못들었단 말야, 정말이야"

빈속으로 나가는게 안스럽기도 하고, 전학오자마자 학급일에 저렇게 빠지면 혹시라도 요즘의 그'왕따'라는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엄마 나 봉투, 봉투랑 집게 줘"
"여기있어."
현관에 미리 챙겨두었던 검은 비닐봉투와 집게를 내밀자 아이는 번개같이 가로채서 뛰어나가며 문을 닫는다.
인사도 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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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집에 이사온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
먼저 있던 집의 주인이 자기네 식구들이 들어올거라면서 집을 비워달라고 했을때 얼마나 걱정을 했던가

전세값이 폭등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집 얻을 일에 잠을 못자고 고민도 했었다
아이의 학교야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전학을 보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의 출퇴근이 가장 걱정됐었고.....
최대한 가깝게 얻어야 할텐데 어쩌지

보름이 지나도록 마땅한 집을 얻지 못해 초조해하고 있을 무렵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나 집 계약했어"
사뭇 들뜬 목소리로 전화하는 남편이 얼마나 반갑던지..

"어디다가? 얼마에 세 놓는데? 회사일도 바쁠텐데 언제 또 알아봤어?"

"한가지씩 물어봐, 아까 점심시간에 부동산에 갔었는데 매물이 좋은게 있길래"
"얼마에 계약했어? 융자 얻어야 돼지?"
"아니아니 많이는 아니고 조금만 얻으면 될거구, 여보 놀라지마"
"뭘? 조금이 아니구 많이 얻어야 되는데구나? 무리해야 돼?"
"여보......"
"왜? 답답해 죽겠네 빨리 말해봐!"
"집을 아예 사버렸다"

이게 무슨 소린가? 전세얻는데도 융자를 더 내야할 판국에 집을 사다니?
"무슨 소리야? 집을 샀다고? 어디다가?
"우리 화사 근처에 아파트 단지에"
그 동네에? 그 비싼 동네에?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보! 지금 한가하게 장난칠 여유가 있어? 나 잠도 못자고 고민하는 거 몰라서 그래? 그 동네 집한채값이 얼마나 비싼지 뻔히 아는데 샀다고? 전화끊어"
말도 안되는 남편의 전화에 너무나 화가 나서 그냥 끊어버렸다

잠시후 다시 걸려온 전화......
"여보 장난 아니야,정말이라니까"
"........."
"너무 싼집이 나와있어서 기회인것 같아 그냥 매매계약했어, 나도 믿기지 않긴 하지만 장난아냐"
"얼마에? 그리구,문제있는 집이니까 싸겠지, 우리가 가진돈으로 살수있는 집이 그 동네에 있다는게 말이되냐구, 전세도 융자 또내야 겨우겨우 갈까말깐데.."
남편은 의심되면 직접와서 보라고 했다

아!
이런집을 사다니...
믿기지 않았다
남편의 얘길 듣자마자 서둘러서 달려나오긴 했지만, 실망하지 않으려고 각오를 하고 들어와본 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집은........ 너무나 좋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사갈 상황이 생겼대, 아마 직장문제가 걸렸거나 사업이 실패해서 그리 된듯하다고 부동산 아저씨가 말씀하시더라구,
내놓자마자 바로 이사를 가버려서 집도 비어있으니 아무때나 와도 된대구.."
사뭇 흥분되어 얘기하는 남편만큼 나도 너무나 들떠있었다
이 집이 우리집이 된다구? 하늘이라도 다 가진 기분이 이런걸까...
"등기부 등본도 다 확인해봤는데 하자 없는 집이 확실해, 야! 이런게 천우신조라는 건가봐,하하하"

이것은 분명 꿈일것이다......

이사 와서 짐을 다 풀때까지 나는 믿을수가 없었다
동사무소에 가서 신고하고 전화국신고까지 정신없이 처리하면서도 실감나지 않긴 마찬가지였고, 아침에 깰때마다 꿈이 아닐까 여러번 불안에 떨기까지 했다
매번 꿈이 아닌 현실이란 사실에 감사하면서,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이 놀라운 사실이 너무나 즐겁기만 했다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행운이 송두리째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듯, 이제 모든 시름이 다 사라지기라도 한냥, 나는 그리도 행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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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모든 것은 저주의 시작일뿐이었다
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