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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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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BY 오필리아 2001-06-07

담배를 한대 피우고 오겠다고.. 지오가 나갔다...

벵쿠버에서 지오와의 사진들...
지오에게 썼던 수많은 편지들...
전하지 못했던 그 많은 이야기들...

그런것들이 담긴 상자를 꺼냈다...

지오에게 주리라 마음먹고 가져왔다...

'나에게 동화같은 이야기가 필요할 때.. 내 삶이 너무도 고달플 때, 그 때 꺼내보려했었어요.. 하지만.. 이제 당신이 가져가요...'

지오의 트렁크를 열어 한켠에 고이 맞춰 넣었다...

지오의 옷가지들...
아무렇게나 널브려진 그의 옷가지들...

한장 한장 꺼내어 입을 맞추었다..

그의 냄새...
그의 냄새가 난다...

트렁크의 깊숙한 곳에 무슨 상자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수 면 제 다...
수 면 제...

지오가 들어왔다...

"뭐 하는거야?"

황급히 나의 손에서 상자를 걷어간다..
트렁크를 난폭하게 닫고...나에게서 눈길을 치운다...

"자.. 얼른... 밤이 늦었어.. 넌 내일 떠나잖아.."

"당신은요? 당신은.. 내일 내가 떠나면... 여기 남아서 그 수면제로 털어넣을 생각인가요?"

"웃기는 소리마...깊이 생각마.. 그냥 요즘 잠이 안와서.. 그냥 갖고 다니는거야.. 얼른 자.."

"네.. 그렇군요.. 당신은 내일 이 수면제를 먹고 평생 잠들거니까 이 밤을 온전히 다 새워도 되지만.. 난 아니란 말이군요... 당신이 떠나고 난 뒤.. 난 혼자 남아.. 버텨야 하니까... 지금 자야하는거군요.."

"아니라고 했잖아.. 박주희...제발 내 말좀 믿어.."

"아뇨.. 아뇨... 됐어요.. 됐다구요..."

문을 박차고 나갔다...

밤이 깊어 있다...

정신없이 달린다..

지오가 나를 부른다...

"주희야...주희야..."

빵빠앙--------------------------------------------------------
다급한 크략손 소리...
이어 저멀리서 아득하게 들려오는 지오의 경악하는 목소리...

"주 희 야 아---------------------------"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득한...
아득한...
이대로 영원히...
제발...
이대로 영원히...
세월이 나를 묶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