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다.
꼭 그를 만날 것 같은 기분과 그가 나를 좋아할 지도 모른다는 기분에 세상이 날아갈 것처럼 환하다.
어제의 절망감에서 헤어나서 그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이 느낌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옛날 아니 일 년 전의 그는 항상 물기 머금은 노란 장미처럼 나에게 다가 왔고 그는 나의 노란 장미로 존재하는 것을 기쁘하였었다.
출근하면 마주치는 그의 시원하리만치 서늘한 목덜미는 나를 설레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나의 눈은 항상 그의 뒷 모습을 ?고 있었다.
멀리 출장을 가다가 길 가의 꽃집을 보면 차를 세워서 그에게 줄 장미꽃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놀라곤 하였으니...
그리곤 그에게 전화를 걸어 꽃에 대해 이야기 하곤 했으니...
이제 인생의 반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제 인생을 시작하지도 않은 그가 이렇게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나의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피우라는 신의 계시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신의 계시를 착실하게 받아들이는 신도처럼 열심히 그를 사랑했다고 할까...단지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
하지만 나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알아서 아니 용기가 없어서 그 다가오는 사랑을 키우지도 못하고 이렇게 슬퍼할 줄을 알면서도 잡을 수 없었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제 그 마지막 사랑의 불씨가 식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느낄 때마다 얼마나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되느지,나와 같은 사십대의 여성은 이 기분을 알겠지...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을...
이제 새로 사랑을 시작할 엄두도 못내고 인생의 의미를 모두 사그러트린채 가슴 움츠리며 슬프한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 열병을 앓고 난 뒤의 나는 너무나 아름다워 있고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있지만 그의 눈길이 사라진 지금 무엇이 중요한가!
다시 입에서는 한숨이 배어나온다.
하얀 목련꽃 피는 이 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