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요?"
"제가 집에 계시라고 했어요, 어머니는 약하신 분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기운을 너무 많이 잃으셨어요..그리고 제가 신학교에 들어갈 때 또 기운을 잃으셨고... 어머니는 참으로 어려운 시간들을 살아오셨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믿고 의지하던 형마저 이렇게 사고를 당하다니.."
"그랬군요... 동하씨는 신부님이 되실 분이셨군요..."
"신부가 될 사람이었던게 아니라.. 신부가 될 사람입니다.. 저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아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 아니.. 제 말 뜻은 그게 아니었어요.."
"네.. 저도 압니다..그냥.. 저 스스로에게 한번 다짐해 두는 겁니다. 일종의 최면이죠.. 제가 서 있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럴때마다 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겁니다.."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까지...그 일을 하셔야 하나요?"
"제가 신부가 되겠노라고 어머니한테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는 무척이나 기뻐하셨어요.. 눈물까지 흘리시면서요.. 그런데.. 그러고나서 일년 쯤 지나서 형이 저한테 이런말을 하더군요.. 어머니가 형한테.. 윤하 너를 가지고는 이런 생각을 안했는데.. 동하를 갖고선 문득 성당엘 가서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을 보며 나의 뱃속이 있는 아이가 만일 아들이라면 당신께 바쳐도 좋습니다.. 하고... 그 아이가 그 길을 기꺼이 가겠다면 저 기뻐하면 보내드리겠습니다.. 라고.. 하지만.. 아이에게 말해둘 생각입니다. 니가 신부가 되는 것을 기뻐한만큼.. 그 길을 가는 너의 고달픔을 엄마가 너무 가슴 아파할거라고.. 그래서 만약에 만약에.. 니가 그 길을 박차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즐겨 가는 그 평범한 길을 다시 가겠다고 말을 하면 다시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 전만큼 기뻐하고 축복해 주겠노라고... 그런데.. 어머니는 저에게 그런 말씀을 않으셨죠... 다만 당시 저의 결정에 기뻐만 하셨어요..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마도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셨던 것도 같아요..저를 보내고 외로와 하셨지만 그와 더불어 호수와도 같이 잠잠한 마음의 평화를 얻게되셨다고나 할까요.."
우리의 대화는 거기에서 중단되었다...
윤하의 수술이 끝났다.
마취에서 깨지않은 윤하는 중환자실에 놓인 하나의 부속같이 고요하게 누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