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간이 이렇게 더디에 간다는걸 안건 참 오랜만이였던것 같았다.
'오늘은 기어이 가입한 통신을 꼭 들어가보고말리라'기대에 부풀어 황급히 회사를 나와 지난밤에 갔던pc방을 찾았다. 그리고 막 즐거움에 꽉찰무렵 여지없이 내 핸드폰은 울리고 있었다.
'네'
......
여보세여??
상대방은 말이 없다....
'이봐....아하....'
그였다.
언젠가부터 그가 늘 내게 전화를 했는데....또 어느날부터인간 내가 먼저하게 된거.....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게 참 이상한 이치인것 같다.
그가 날 만나기 시작할무렵에는 그저 그의 일방적인 전화를 받아왔는데 어느날부터인가.....1년후부터인가...내가 먼저 전화를 하게 되버린건......다들 그러는지....
'거기 어디야?'대뜸 그의 목소리는 크게 울리고 있었다.
순간 난 당황하고 말았다. 나쁜 짓을 한건 아니지만 뭔가 내가 꾸미고있는 뭔가를 발각 당한것 처럼 나도 모르게 얼머무려지는 대답....
'아아니...그냥....겜이나 할까하고..'
'pc방이면 얼른 들어가..여자가 어디 이밤에 .....'
또 시작이다.
자기 자신은 새벽이든 언제든지 통신이다 친구들이다 밤늦게까지 있으면서도 나에게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것을 통제하려 한다.
한땐 그걸 좋아했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그 모든것이 속박처럼 느껴질 뿐이다.
워낙 내가 자유로와서일까......
'알았어..금방갈꺼야..아아아...밧데리 다 떨어진다...전화할께'
난 아직 충분한 핸드폰 밧데리가 없다고는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내가 가입하고 싶었던 모임을 찾기 시작했다.
한 사이트를 한참을 뒤졌을까.....유난히 맘에 드는 제목의 모임이 눈에 뛰었다.
[메일친구]
'메일친구...평범한데..부제가 꽤 좋네.....사람도 별루 없네...
이론 만들어진지 얼마 안됐나....'
호기심반에 난 덜컥 그 모임에 가입했다.
그리고 누가 있나 하는 생각에 아이디를 검색하나보니 다들 비슷비슷한 연령의 친구들이였다. 흥분감을 맛보고있다고나 할까..왠지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그래...나두 한번 틀에서 벗어나는거야....'
자신만만해하면서 내심 통쾌해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사람의 심정도 이랬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주 우연히 그가 통신을 하면서 동호회에 가입하고 나 모르는 친구들하고 만나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언젠간 통신에서 만난 나 아닌 다른 여자와의 잠깐잠깐의 만남도 있다는 사실조차도....
첨에는 배신감이 들었다.
단 한번도 남자친구다운 친구하나 없었고 혹 있다하더라고 그 사람은 철저히 그들의 만남에 벽을 치고있었다.
난 그저 그것이 그의 작은 질투나 나에 대한 강한 사랑이라 믿었지만 어느날 부터인가 그는 나에게 짜증이나거나 못맏땅하면 통신을 통해 다른 여자를 잠시잠시 만나는걸 알게 되었다.그건 나에게 배신감과 동시에 나도 하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켰고 막상 지금 그 시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내 가슴에 그에 대한 실망이 응어리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와 만난지 벌써3년째를 지나고 있었다.
[쪽지가 왔습니다.]
볼륨을 높여놔서 그런가...
유난히 그 메세지가 크게 들린다.
'쪽지??'
처음이였다. 통신을 하면서 쪽지를 받아본게....
그것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HHH]안녕하세요??방금 모임에 가입하셨죠?전 그 모임의 방장입니다.
아하....모임의 회장이였다.
[유리] 안녕하세여...전 여기 첨이거든여..많이 갈켜주세여...
내 쪽지는 컴퓨터를 통해 그렇게 처음...처음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 처음이자 마지막1999년의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일주일동안 난 거의 모든 밤을 PC방에서 살았다.
워낙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이라 자리를 잡으려면 아주 일찍오거나11시를 넘겨야만 했다.
그래도 매일 변하지 않는 시간8시에서 2시 사이에 난 이곳을 찾았고 그래서인지 여기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하고 얼굴을 터서 날 보면 먼저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곤했다.
오늘도 여지없이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메일을 확인하러 여길 왔다.
이젠 내 일상의 즐거움은 통신모임에서 받은 메일을 매일 확인하고 답하고 내 매일이나 글을 올리는게 다였다.그러다 맘 맞는 친구라고 접속하고 있으면 대화방에서 대화를 하거나 1대1대화를하고 쪽지를 보내고.....
그러다 보니 일주일사이에 많은 사이버 친구를 만들수있었다.
특히 모임의 회장은 참 내 관심을 갖게 하는 사람이였다.
좋은 대학의 학벌과 호쾌한 느낌의 글들,,,박삭다식하고 말할만큼 풍부한 지성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모임의 여성들은 회장을 모두 좋아했다. 이성적이거나 친구로서..혹은 좋은 조언자로서 말이다. 나역시 그를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이성적감정이라고 말할수는 없었고 그저 나보다 뭔가를 많이 알고 배운 사람이라그런지 이런저런 고민들이나 생각들을 떨어놓기가 쉬웠다. 한번 만나보고싶을 정도로 말이다.
예의도 좋았고,,늘 채팅을 하던 여러 사람들과는 달리 굉장히 좋은 느낌이였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내가 첨으로 알게 된 사람인데 나랑 동갑내기 남자였다. 아직 학생이였고 자기도 이모임을 첨 가입하게 되어 나랑 좋은 친구가 될수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말이 통했다.
내 생각,,내 느낌을 모두 포용하고 이해했다.
우선은 편안한 친구였다.
이런느낌은 그 사람 아닌 다른이에게 느낀다는게 우스웠다.
이럴수도 있나 싶기도 했다.
아마도 언젠가부터 단절되기 시작했던 우리들의 대화에 문제가 있었는지 모른다. 아니....내 질투를 지워버리기 위해서가 맞을 것이다.
그사람의 모든걸 내 손아귀에 넣어버리고 싶은 내 욕망을 누르기 위해 .....그에 대한 질투를 누르기 위해 난 그가 했던 방식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건 효과가 있었다.
그에 대한 관심이 어느정도 줄고 나에 대한 관심이 그 만큼 증폭되었다.내 생활을 찾았고 그에대한 내 억압은 풀리고 있었고 그걸 그가 좋아할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누구를 만나는지 뭘 하는지 이제는 그 어떤 느낌없이 내 일에 바빴다, 그것도 그럴수 있었다. 난 통신을 하면서 내 자신을 찾아가는듯했고 그 아닌 다른사람과 친구가 될수 있다는거...그가 모르는 다른 친구가 있다는게 한없이 즐거웠다.
누군가 그런말을 한것같다.
너무 오래 서로를 알게 되면 질린다고 그렇기에 서로에게 서로가 모르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건 서로를 질리지 않게하는거라고 말이다.
지금 난 나만의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만의 뭔가에서 희열을 느끼고 있었고 이는 그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편지가 왔습니다.]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에 있던차에 편지를 읽었다.
[첫 모임을 갔습니다.]
'첫 모임?.....'
'나가야 하나...'
두려움이 몰려왔다. 만나고 싶은 맘이 간절하면서도 두려웠다.
그저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 대화한거 말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데...모임을 갖고 거길 가야하는지.....
난 우선 통신친구가 된 재열에게 메일을 보냈다.
[너...모임있는거 알지?갈거야?]
마침 그가 접속을 하고있었던지 쪽지가 왔다.
[넌?]
넌 어떠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가 어려웠다.
[모르겠어..너 갈꺼야?너 가면 나두 가고....몇명이나 올까?]
난 뭐라 답하기 힘들어 재열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글쎄...우선생각해보고..근데..너 올거야??너오면 나두 간다니까..]
그는 자꾸 내가 올거냐 물었다,
[봐서..우선 끝까지 생각해보고 마지막날 대답할래...]
우선 그렇게 대답하고 난 걱정이 되어 회장에게 편지를 썼다.
[괜찮을까요?]
통신을 마무리하면서 새삼 난 그 모임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순간 그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도 이렇게 만났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미 내 맘에는 그 모임에 가고있었다.
일주일 후에 있을 모임에 난 가슴이 들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여자들이 다 그러하듯 외모에 우선은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난 통통한 편이였다.
덩치가 있는 편이라 날씬하고 마른여자를 보면 우울해지곤했다
그렇다고 뚱뚱하다는건 아니였다. 단지 보기 좋을정도였으니까..내생각에는말이다. 아뭏튼 난 화장을 고치고 짧지만 다이어트도 했다.
그렇게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고 난 신촌의 한 음식점에 시간에 딱 맞추워 나왔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난 당황했고 순간 '이거 사기아냐?'하는 생각에 불쾌해지고있었다.
그래서 무조건 PC방을 찾아 모임에 들어가 확인부터 했다.
그곳에는 모임에 오지 않는 한 사람이 접속중이였고 난 그에게 다급히 물었다.
[저기여..오늘 모임맞죠?]
[네..지금 모일시간되겠네여..]
그의 확실한 대답에 나는 10분도 되지않아 PC방을 나와 다시 장소에 가보니..과연 있었다.
회장과 두사람의 남자.....
'안녕하세요?전 김유리에요...'
난 일어나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아..안녕...전 모임의 방장 이자 회장 민지인입니다.유리님 이죠?
그였다. 평범한 키에 평범한 느낌.......하지만 참 유쾌한 느낌을 가진 사람...내가 통신을 하면서 느낀 그대로였다..
'아..회장.....
그는 나에게 다른 두사람을 소개했다. 한명은 고등학생이였고 한명은 대학생이였다. 난 그들을 메일을 통해 알고있었다.
막 앉아 있는데 여러명의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앉으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되었다.
재열이였다.
[안녕하세여..이재열입니다.]
여러사람의 소개가 시작되었고 나역시 그렇게 인사를 했다,
[네가 유리?? 생각했던거 이상인데...]
재열과 그외 다른친구들은 나에게 좋은 느낌을 주었고 나역시 그들에게 좋은 느낌을 준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모이고 보니 18명이나 모였다. 꽤 많은 숫자였다, 대부분 반반 여자 남자 보기 좋게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모임은 내 마지막 가을의 전주곡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