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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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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로망스 2001-02-01

* 상경

오전부터 하늘이 어두컴컴하다. 금방이라도 함박눈이 내릴 듯한 날씨다.이런 날은 꼭 집에 앉아서 고구마나 삶아 먹어야 하는데 왠 면접이람...현재다니고 있는 영어강사자리도 괜찮은 데 펑크를 내버릴까?

한참 고민끝에 그래도 혹시 알아 ..여름에는 이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덥고 겨울에는 외풍이 센 집 덕분에 항상 이마박이 시려운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 지도....

무엇보다도 맨날 앙앙데는 엄마의 잔소리에서의 탈출 아니 독립할 수 있을 테니.내 인생최고의 찬스일 수도 있지...

짐도 없이 핸드백하나만 들고 대구에서 서울가는 고속버스를 잡아 탔다. 서울에는 삼촌이 있으니깐 그집에서 하루밤 묵어야 겠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 삼촌이지 별로 내왕이 없는터라 가도 눈치밥이 분명하다.그래도 여관방에서 자는 것 보다는 낫겠지...

삼촌과 만나 어색한 안부와 인사를 하고 송파동으로 향했다.
초등학교1학년때인지 다섯 여섯살때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 서울에 온이후로 한 번도 올라 온 적이 없어서인지 완전 별천지다.

길은 왕복8차선에 강남이라는 곳은 가정집이라고는 눈씻고도 못찾을 지경이다.빌딩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더욱 주눅들게 만드는 군..

하루밤인데 뭐...낼 면접보고나서 바로 내려갈 테니깐..
아휴 숙모는 무슨 불만이 저리 많은 지 밥상을 내가고 나서 사과한 쪽을 깍아 놓고는 자기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어린 시동생의 뒷바라지..등록금... 그런데에 비하면 우리 엄마는 그저 시집살이 했다나..
은근히 짜쯩이 받친다...

서울에서 직장 잡더라도 이 집구석에 궁둥이 들여놓을 생각은 아주 접어야 겠다.. 아니 눈꼽만치도 그러고 싶지 않다...

내일이 면접일인데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군..
괜히 집에서 듣던 머라이어 캐리의 'without you'가 듣고 싶어지는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