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면 좋을텐데.."
"잘 다녀와,,"
"식사 거르지말구..잘 챙겨 먹어..응?"
"그래..조심해서..도착하면 전화하고.."
주희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녀가 없는 지금..내게서 왠지 모를 편안함이 전해진다.
하늘이..맑다.
무심결에..전화기를 든 나는 가영이의 번호를 누르고 있다.
단축 다이얼..0 번..영원히 지키고픈 내 작은 사랑..
"네..조가영입니다."
"가영아..바쁘니?"
"삼촌..아니..별로..왜..?"
"..응..그냥..잘 지내나 싶어서..저녁에..바쁘니?"
"아니.."
"너 맛있는거 사줄려구..혼자 저녁먹기도 그렇구.."
"혼자? 왜..? 숙모는? 응..알았어.."
기다리는게..즐겁게 느껴진다.
인간의 양면성은..어디까지 일까?
주희가 떠나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가영이를 기다리며 설레이는 기분..
내가 가져서는 안될 감정이란걸..너무도 잘 알면서..
녀석은 싱그런 미소를 머금고 내앞에 다가왔다.
"많이 기다렸지?"
"아니..별로.."
"숙모..잘 도착했다고 전화 왔어?"
"응..참 태우는?"
"일 때문에 좀 바빠서.."
"참,,배 고프지? 뭐 먹을래?"
"훗..무지 고파..그냥 삼촌이 알아서 주문해 줘"
식사가 끝나자 아이스크림 케?揚?디저트로 나왔다.
그렇게..내 모든걸 알고 있다는 듯..나를 위해 줬던 삼촌..
"맛있게 잘 먹었어..고마워.."
"뭐가? 함께 먹어줘서 내가 고맙지.."
"하긴..이런자리 아니면 혼자 궁상맞게 라면 끓여 먹었겠지?이젠..그러지마.."
"라면이,,어때서?"
"늘 말했지만,,아냐 됐어.나 아니라도 잔소리할 사람이 있는데..나까지 그러면 안되겠지?"
"후후..잘 아네.."
"왜..?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그냥 예뻐서.."
너를 내 눈에..가득 담고 싶어서..그래서..널 보는거야..
"치..삼촌은..결혼하고 나서 얼굴이 좀 그렇다.."
"내 얼굴이 어때서? 난 괜찮아.."
네가 행복해 보니이까,,나도 좋다고 말하고 싶어..
"아니..둘이 이렇게 다정히 있는걸 보니..괜히 질투나는걸.."
"오빠..일이 많다구.."
"아무리 일이 바빠도..내겐 네가 먼저라고 했잔니..형 잘 지냈어?"
"응..저녁은..?"
"간단히 먹었어..가영이 맛있는거 사줘겠지? 주희는..잘 갔구?"
"그래..이제 이만 일어서자."
태우와 나란히 걸어가는 가영이..
한번 돌아볼수도 있을텐데..
그들의 차가 떠나고 난 마른 입술에 담배 한개피를 물었다.
바람에 흩어지는 담배연기에.. 눈이 시렸다.
다가갈수도 없는..가져서도 안될.. 그 마음이 아파온다.
차가 출발하자 그가 내게 말했다.
"가영아,,그런데..나 배고파.."
"그래요? 저녁 뭐 먹었는데요?"
"아무것도..일한다고 바빴다면..네가 맛있는거 해줄래?"
"오빠,,참..건강은 건강할때 지키라는말 몰라요? "
"화 내는거야? 너무..그러지마.."
"속상하잔아요.."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시간이지만 그를 위해 요리를 한다.
누군가를 위한다는 마음만으로 행복하다면..그게 사랑이리라..
"오빠,,핸드폰 좀 받아줘요~ 누구에..아야.."
전화를 받던 그가 달려왔다.
"이런..조심해야지..아프지?"
"아뇨..뭐.."
그는 피가 베어져 나오는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따스한 온기가 손가락에 닿자..아픔이 가시는것 같았다.
"오빠,,이젠 괜찮아요.."
"조심해야지..내가,,도와준다고 할때 말리지 말지.."
"네..? 교통사고요?"
믿을수 없다.
사고라니..
어떻게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왔는지..
가슴이 막혀오는 아픔으로 그에게 왔다.
그는 그냥 피곤해서 곤히 자는 사람처럼..누워 있다.
내게..아이를 낳을수 없는 아픔 말고..또 어떤 아픔을 주려는지..
하늘이..원망스럽다.
"주희야.."
"숙모.."
"어떻게..된거야? 응? 왜,,이러고 있는거야?"
"진정하고..일단 담당의사를 만나봐.."
"사고경위는 운전중에 뭔가를 집으려다 고개를 숙이곤 중앙선을 침범해서.."
"전 지금 사고 경위가 중요한게 아니에요.."
"머리를 다친것 빼고는 다른 외상은 별로 없습니다.의식을 회복할때 까지 지켜봐야합니다."
그는..정말 깊은 잠에 빠졌나보다..
내가 왔다고..소리쳐도 일어나지도..들은척 하지도 않는걸 보니..
"오빠,,삼촌 괜찮겠죠? 그렇죠?"
"휴..나도 잘은..일단 형이 의식을 찾는게 중요한대.."
"왜..그런 어두운 표정이에요? 뭐에요? 숨기지 말고 말해줘요.."
"잘은 모르지만,,문제는 환자가 깨어나려는 의지가 없다는것 같다고 .."
왜..삼촌은..어둠에 갇혀 있으려는 걸까?
왜..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는 거지?
"민기씨..나야..일어나봐..나라구..흑흑..."
아무 미련도 없는듯 그는 죽음을 맞이하려는 사람같이..그렇게 보인다.
"자기..나 밉다고 지금 시위하는거지? 나야..일어나.."
아무말 없는 그를 부여안고 울지만..
언제나처럼 따스한 손길로 내 머리를 쓸어주진 않는다.
집안 식구들이 오고갔는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아무도 내게 말을 하지 않는것 같다.
아니..어쩌면 난 고요의 늪에서 시간을 잃어버린것 같다.
"숙모..숙모..?"
점점..작게..흐려만 진다.
"삼촌..일어나야지..왜,,아직 자는거야? 잠꾸러기.."
목이 메여온다.
금방이라도 눈을 떠서 울보..라며 내 눈물을 닦아줄것 같은데..
"삼촌..숙모가..숙모가 임신했대..숙모 지금 힘들어..빈혈로 쓰려졌단 말야.."
삑삑~
문자 메세지 소리였다.
내껀 아닌데..삼촌 핸드폰..인가?
무심히 열어본 삼촌의 핸드폰..
최근 발신번호..가영...
삼촌이..그러면..내게 전화하다가 사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