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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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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BY 이슬비 2001-03-21

"요즘 너무 무리하는거 아냐?"

"민기씨..내 걱정이야,,아님 아기 걱정인거야?"

"당연히,,너지.."

"정말? 그렇다면 자기인생에서 내가,,제일 소중한거지?"

"그럼..그래도 홀몸도 아닌데 무리하면 안돼,,일은 회사에서 하는걸로 충분해.."

"음..이것만 끝내고.."

?蔗봉?매출신장 변화가 그녀의 조바심을 불러 내는것 같다.

자신이 한일 만큼은 최고이기를 바라는 그녀의 욕심..

"그래,,그럼 차한잔 줄까?"

"응..고마워,,"

그가 나가고 난뒤 이상하게 배가 아파 왔다.

서서히,,,배가 틀어지는 느낌이랄까?

잠시 통증이 오다가 멈춘듯 했는데..

아..숨이 턱에까지 차오르면서 배가 뒤틀리는것 같다.

"민기씨...민기.."

"주희야,왜그래? 어디가 아픈거야?"

"배가,,배가..아파.."

숨이 찬지 헉헉대는 그녀가 움켜진 배를 바라보는데..

한줄기 선홍색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고통에 일그러져가는 그녀를 데리고 급히 병원으로 갔다.

"주희야,,잠시만 참아..다 왔어..잠시만.."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 운전을 해왔는지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보호자분..잠시 따라오시죠.."

"어떻습니까,,? 왜,,?"

"저.. 유산인것 같습니다."

"네? 유산이라뇨?"

"일반적으로 잘 나타나는 자연유산입니다. 수술..하셔야겠습니다."



"저..아직 안 깨어났습니까?"

민기씨..목소리인데..

왜 이렇게 아득하게 들리지?

대답도 할수가 없다. 그를 부를수도 없다.

입은 굳어버린것 같고 몸은..나의 의지를 떠나 있는 듯 했다.

그런데..가슴 한구석에서 밀려오는 슬픈 느낌..

그를 보고 싶은데..

어둠의 장막을 걷고 그에게 가고 싶은데..




수술이 끝나고 마취시간이 풀리려면..아직이라는 간호사의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깨어날것 같은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싶다.

핏기가 없어 창백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일지라도

주희는 조용히 눈을 뜨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멍하니 주의를 살피는 것이였다.

"주희야,,?"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내가 서서히 비쳐들었던지..

나를 알아보고는 내게 안겼다.

그리곤..집으로 가고 싶다고..말했다.

"아직,,일어나시면 힘드실텐데..내일 오후에 다시 오셔야 합니다."

아직 마취에서 덜깨어서인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주희였다.

"주희야,,괜찮은거야?"

"...민기씨..어떻게..? 어쩌면 좋아..우리 첫아기인데..첫 아기.."

"괜찮아..주희야,,걱정마..그리고 울지마,,"

"다.. 나 때문이야..일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미안해,,민기씨 미안해.."

"주희야..울지 말구..미안해 하지마..네 잘못이 아냐..아냐.."

흔히들 있는 자연유산이라고..

많이들 경험할수 있다고..그녀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그녀의 서러운 울음은..지쳐 잠이들때까지 계속되었다.

겨우 기운을 차리고 일어난 그녀를 데리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이것저것 많은 검사를 받기위해 돌아다니기도 힘들었던 그녀인데..

그런 그녀에게,,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지금으로썬 자궁기형으로 인한 자연 유산같습니다."

"네..? 기형이라뇨..전 건강해요..규칙적으로.. "

"규칙적인 배란과 생리와는 상관없이 자궁의 기형으로 인해 태아가 착상하기가 힘든것입니다."

"그렇다면..임신이,,힘들다는건가요? 그렇단..말인가요?아니죠? 그건 아닌거죠?"

"주희야.."

"가능성은..희박하다고 봐야합니다.."

"민기씨..이건 꿈이지? 내가 아이를 낳을수 없다는거..믿을수 없어.맞아..이건 꿈이야.."




푸른 하늘이..펼쳐보이는 방이다.

아직은 어색한 자리..어색한 직함..

의자에 깊숙히 몸을 기댄채 이젠 잠시 쉬어도 될것 같다.

"네.."

노크소리에 대답을 하고는 돌아보니..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은건가? 하고 돌아서려는 순간..문이 열렸다.

커다란 꽃다발이..흔들리고 있었다.

"태우오빠..오빠말고 그런 장난할사람 없다는거 알죠? 들어 와요.."

"후후..재미없게 다 알아버리네..승진 축하해.."

"고마워요. 음..장미향이 좋아요.."

"처음 출근할때 네게 준 튜율립..기억해? 꽃에 대해 얽힌 얘기도?"

"당연히 기억하죠..인상 깊었는데.."

"나..이젠 네가 나만 바라보고 나만을 선택하길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했어.

예전에 네게 현명한 선택을 하라던..그때 그사람 아냐..붉은 장미 꽃말이 뭔지 아니?"

"음..사랑,,?"

"사랑 고백이야..네가 있어 더 아름다운 세상..너랑 늘 함께 하고싶어.."

"하지만,,나 많이 부족해요..난.."

"아니,,아무것도..널 바라보면 이렇게 내 가슴이 벅찬데..부족하다니..그런말 하지마.."

내 모든걸..얘기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실장님! 회장님이 찾으십니다."

"이런..아버지까지..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내가 얘기 했었니?"

이렇게 가족들이 모여 식사가 끝나갈쯤엔..항상 우리둘의 얘기가 나온다.

그럴때면 그는 내가 조금 더 자유롭길 바란다며..기다리란 말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점점 그는 기다림에 조바심이 나는듯 보였다.

"휴,,정말 싫다."

"뭐가요?"

"같이 퇴근하고 저녁먹고는..널 데려다 줘야한다니.."

"그래요? 혼자 가도 돼는데.."

"너..농담아냐..나 심각해..이제 가을이 다가오니까,,마음이..더 심란해."

"하긴 남자는 가을을 많이 탄다죠?"

"그래..나 바람 나면..어쩔래?"

"어쩌긴요..가는 사람 안잡아요..전.."

"그럼.. 오는 사람도 안 막겠네.."

"그럼요..세상의 반이 남자라잔아요..후후.."

"웃지마..기분 안좋아..세상의 반인 그런 남자들이랑 나랑 같아?"

"오빠,,삐지는것도..알아요?"

"휴..어쩌겠니..내가 더 사랑하는걸..그게 죄라면 죄지..참아야지 내가,,"

"오빠,,잘 가요..내일 봐요.."

"난,,내일 봐요..그 말보다는 잘 다녀와요..그 말이 더 듣고 싶어.."

가영이는 피식 웃더니 내 볼에 짧게 입맞추더니 차에서 내렸다.

손을 흔들면서..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곁에 있어도 그립고 돌아서면 잊혀져 그리운 사람..

그런 그녀와의 줄다리기가,,조금은 빨리 끝나길 바란다.




나를 닮은 아이가 없을것이라는 막연한 아쉬움..

하지만,,괴로워하는 주희의 모습을 보면 그런 아쉬움이야 상관 없을것 같다.

병원을 다녀온뒤 몇일을 슬픔에 못이겨 먹지도 못한 그녀였다.

엄마가 될수 없다는 슬픔이..그녀를 짓눌러 힘들게 한다니..

떨쳐 내어주고 싶었다..

밤낮을 세며 일을 하다가도..가끔..술을 마시면 미안하다며..우는 그녀였다.

좋다는 병원에도 좋다는 한약도 힘들게 먹으며..

그녀는 슬픔에 길들여지기보단 이겨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것 밖에..할수가 없었다.




"오빠,,저 할말이 있는데.."

"아니,,뭔데 이렇게 분위기 부겁게 하는거야? 오랜만에 데이트에.."

"저..사실..전.."

그녀가 어렵게 말한걸 안다.

말하지 않아도 될 사실인데..내겐 어떤 의미도 없는데..

그렇게 진실을 다 말해버려는 그녀의 어리석음까지 이미 사랑하는걸..어찌할까?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난 네 모든걸 사랑한거야,,아니? 내겐 아무 의미 없어..

날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 웃음부터 네가 생각에 빠지면 손톱을 물어 뜯는것까지..

그 사실이 널 힘들게 했다니,,내 마음이 아플뿐이야..자..이젠 그럼 내 손을 잡아줄수 있는거야?"




"축하해.."

"고마워,,형! 하지만 사실 난 결혼이 아니라,,아쉬워.."

"숙모..몸은 좀 어때요?"

"괜찮아,,이젠.."

"주희.. 많이 야윈것 같네..잘먹고 힘내야지..다음 기회도 있잔아.."

태우오빠의 그 말한마디가..삼촌과 얼굴에..그림자를 만들게 했다.

"난,,아니 우린.."

숙모는 뭔가를 말하려다,,방으로 뛰어들어 갔다.

"주희는..다시 임신하기 어려워..미안한데..그만 가야겠다.."

나를 반기던 삼촌의 얼굴에 떨쳐지지 않던 그림자의 이유를..알았는데..

그 이유가,,못내 가슴아프다..

태우오빠도..별말없이,,그저 내 손을 꼭 잡고 집을 나올뿐이였다.

"가영아,,하늘 좀 봐,,별이 참 이쁘지?"

"네..눈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