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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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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BY 이슬비 2001-03-10

"오빠,,얼굴이 왜 그래요,,?"

"휴..그냥,,,"

"훗..어쩌겠어요..갑자기 일이 생겨서.."

"괌의 푸른빛 바다를..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음에요..다음에..지금은..일이 더 중요하잔아요..아..저기 오네요"

삼촌~ 하고 부르기야 부르는데..숙모..라고..는 입이 떨어지지 않네..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주희언니가 손을 흔들었다.

어정쩡하지만,,나도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잘,,지냈니?"

"응..삼촌도..얼굴이 좋아 보이네.."

"에이..그건 아니다.형 얼굴이..좀 야윈거 아닌가?이유가 뭔지는 몰라도..하하"

"태우..너..그만해.."

"왜..주희 너까지 얼굴이..붉어지는 이유가 뭔데? 하하.."

주희언니..아니 숙모는 함게 괌에서 여행을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며 얘기하자

태우오빠는 그만하자며 아쉬운건 자기라고했다.

"형..어디로 갈꺼야..?"

"큰형님 집에,,먼저 들러야겠어..괜찮겠지..주희야?"

"응..일주일 동안 회사를 둘다 비웠으니..가야지.. "

난 큰아버지집으로 먼저 간다는게..부담스럽다.

태우오빠가,,우리집안의 껄끄러운 관계를..알리고 싶진 않은데..

집앞에 도착하자,,삼촌이,,내게 눈짓으로 물었다.

'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알아 차린듯..아니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듯..

삼촌은..우리의 데이트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하다며..재미있게 보내라고했다.

"어..당연하지..정말 귀한시간 뺏은거야,,하하..그럼 정리되는대로봐,,우린 갈께.."

"왜..아무말이 없어..?"

"아뇨..더워서 그런가봐요.."

"너..요즘 일에 너무 매달리니까,,몸이 축 난거 아냐?"

"뭘요..그저 부산이랑 좀 다르니까,,적응이 필요한거죠.."

"그렇담..우리 형수님이 삼계탕을..엄청 잘하는데..그거라도 먹여야 겠다.."

그의 의도 대로..지금 난 식탁에 나온 삼계탕을 바라보고 있다.

"와,,역시 형수님 음식솜씨는..최고에요..먹어봐,,가영아,,"

"들어요..가영씨.."

"네..맛있네요.."

"우리 집사람..음식솜씨랑 마음씨에 반했다니까요..내가,,"

"당신도 참..많이 드세요..날씨가 더울땐..기운이 빠지기 쉬워요.."

형제들은..회사얘기가 오고가고 있었고..

우는 아기 때문에..난 설겆이를 하겠다며..나섰다.

"아기가,,참 예쁘네요.."

"그래요..고마워요..사실..가영씨가,,보고싶었어요..전.."

"왜요..?"

"우리 아버님...가영씨 때문에..우리가,,이렇게 인정 받고 사는것 같아서요.."

"어머..무슨 그런말씀을요..전 아무것도.."

"아뇨..많이 변하셨어요..하여튼..집이 좀 어수선하죠?다음주에 이사해서.."

"네..어디로..?"

"모르나 봐요..집으로요..아버님이..들어 오라고 하셔서.."

정말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누구나 마다 한다던 시집살이가 아닌던가..?

처음 부터 귀염을 받고 사는 시집살이도 아니였는데..인정 받는다는 것에,,행복을 느끼는 사람..

작은 것에 행복을 알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

우는 아기를 안고 젓을 먹이는 모습이..정말 아름다웠다.

"두 분..참 잘 어울려요..그거 알아요?사랑하는 사이는 서로를 닮아 간대요.."

자주 보자는 인사를 뒤로..아파트를 나왔다.

"휴..밤 하늘이..참 예뻐요..그쵸?"

"아니..내 눈에 네가 더 예쁜데?"

"오빠,,고마워요..내게..너무 잘해줘서.."

"뭘..나도 고마워..내 곁에 있어줘서.."

"훗..내일은..또 월요일이네요..시간 참 빨라요.."

"그러게..또 일에 파묻혀 네 얼굴 보기도 힘들겠군..휴.."

"가끔..봐야 이뻐 보이겠죠..뭐.."

"자주 봐야 정드는데.."

"오빠,,이제 말장난 그만하고 가요..내일을 위해 쉬어야죠.."

"그래..근데..어쩌니..너무 피곤한데..운전하기가,,좀.."

"그럼..오늘은 제가 오빠 집으로 태워다 주고..집으로 갈께요..키 줘요.."

"응..고마워.."

나는 피곤해서 잠시 잠이라도 들겠지 싶어 조심해서 운전을 하는데..

"피곤하다면서..왜,,그렇게 뚫어져라 보는거에요?"

"그냥,,널 이렇게 쳐다보는게..좋아서.."

"후후..하지만,,당하는 제 얼굴에는 구멍이라도 나겠어요..그만 봐요.."

"그렇다면..내가 책임져야겠지..원하는 바야.."

그렇게 말하면서 그가 기어에 얹혀 있는 내손을 감싸 쥐었다.

"그냥,,언제까지나,,내게 길을..열어 주고 싶고 너와 함께 하고 싶은걸..어쩌겠니.."




집으로 돌아 와도..기다리는 사람은..아무도 없다.

그런걸 알면서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야 겠다는 느낌이..나를 서두르게 했다.

그의 배웅을 만류하고..택시로 급히 돌아 왔다.

아무도 없는 집인데..

내일부턴 또..일에 몰두 해야한다.

누군가를 뒤에 업고 그의 배경때문에 성공한 사람이고 싶진 않다..

그래야지만..실패든..성공이든..최선을 다한 결과라면 받아들일것 아닌가..




"아,,휴가는 끝나고..일만 잔뜩 남았네..쉬는것도 오늘로 끝이구.."

"아쉽니..? 넌 일하는것에 보람을 느끼는게 아니였어?"

"그랬던것 같은데..이젠..자기랑 노는게 더 좋은데..어쩌지?"

"이런..안돼는데..일 잘하는 사람,,내가 망쳐 놓은거 아냐?"

"후후..맞어..아빠랑 엄마한테는 인사만 드리고..우리집에 가서 자자.."

"왜,,처음네는 처가집에서 하룻밤을 자는거..아냐?"

"그렇긴 한데..거리도 얼마 차이 안나는데..뭐..그렇게 해..알았지?"

"그래..네가 원한다면..그러자.."

그는 외동딸이라고 섭섭해하시는 부모님때문인지 친정에서 몇블럭 떨어진곳에 집을 구했다.

그런 그가,,한없이 고마웠다..

그렇게 나를 위해주는데..내일아침 출근할때의 작은 번거로움이라도 덜어주고 싶다.

그리고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려서 인테리어된 집 또한,,그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민기씨..잠시 눈감아봐,,"

"왜..?"

"됐어..눈떠..어때?"

"음..역시..너 다워..좋은데..이건 뭐니..?"

"아기가 태어날껄 대비해서 만든 안전바야.. 이 정도 안전시설은 기본이구..색감두 밝아야지.."

"후후..아주 만반의 준비가,,다 됐네.."

여기저기..그녀의 사려깊음이..서려 있었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며 문턱을 없앴고 서재에는 내가 좋아하는 카키톤으로..꾸며져 있었다.

그녀가 만든..그림같은 집..

이런집에서 그녀와,,그녀가 바라는 이쁜 아기들과,,행복하게 살수 있기를..빈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다른이가 가진 하나의 것에 욕심을 내는 어리석음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잊어야 할것은 잊고..

지워야 할것도 지우며..

내 품에 안겨들며 행복해하는 이 여자를 위해..살아야 겠다..




"늦겠어..이젠 일어나야지,,"

"응..가영아, 잠시만.."

"민기씨.."

"어..이런..난,,가영인가 했네.."

"목소리 구분도 못해..? 자,,일어나세요.."

그녀는 촉촉한 모닝키스를 남기고 나갔다.

마음은..잊어가는데..몸이..날 따라 주지 않는건가,,?

훗..습관란게..참 무서운거군..




주차장에 있는 차를 보니..그날의 추억이 떠올라서..괜히 웃음이 났다.

삼촌과 함께일때는 몰랐지만,,

혼자 운전한다는게..가끔은..겁이 나기도 한다.

여자가 운전을 어쩌니 저쩌니..하면서 지나는 차들..

그렇다고 태우오빠를 피곤하게도 하기는 싫다..

그의 일이란게 생각보다는 어려운것을 아는데..

이런저런 작은것에까지 배려해 달라고 그의 신경을 끌고 싶진 않다.

자..이젠 혼자 가는길에도 익숙해 져야해..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지만..난 꺽이고는 못 살아..

이런 나의 의지가 전달된듯..차는 내 마음처럼 움직였고 나를 편하게 해주었다.

무생물에도 감정을 부여할수 있다는건..인간의 특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