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2000년의 마지막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영한이었다.
잠시 나오세요... 안 바쁘시면...
도현은 하던 일을 마저 끝내고 얼른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이 흐려 있었다. 금방 눈이라도 올 것처럼...
타요....
영한의 얼굴에는 미소가 잔뜩 어려 있었다.
어서요...
영한의 재촉에 영문도 모른채 도현은 차를 탔다.
영한이 빙그레 웃으며 차를 몰았다.
".... 도현씨... 새해를 같이 맞아요.... 우리..."
영한은 앞만 보고 운전하며 도현에게 말했다.
도현은 종로로 향하고 있는 영한의 차안에서 어떻게 할 수없었다.
깜깜한 밤에 축제는 한창이었다.
영한은 도현의 손목을 잡고 많은 인파를 헤치고 나아갔다.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4...
3...
2...
1...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도현은 두손을 모우고 두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했다.
올 한해에는 민서랑 이쁜 사랑 많이많이 하게 해주세요...
민서 하는 일 잘 되게 해 주세요...
일본에 계신 부모님 건강하게 해 주세요...
철없는 우리 가현이 항산 좋은일들만 있게 해 주세요...
영한씨... 이선생님이랑 결혼하게 해주세요...
제후씨... 조은 인연 만나서 방황 그만 하게 해주세요...
영한은 두손을 모우고 기도를 하고 있는 도현을 쳐다 보았다.
한없이 고운 모습을...
불꽃들을 뒤로하고, 인파를 헤치며 밖으로 나와서 한참을 걸었다.
"도현씨...
올해 건강하고, 좋은일들만 있길 바래요..."
영한이 새해인사를 해왔다.
"영한씨...
올한해 동안 좋은일들많이 있길 바래요...
이선생님이랑도 잘 지내시구요..."
각각의 전화에 벨이 울렸다...
도현은 핸드백에서 전화를 꺼내 들었다...
민서였다.
"미안해... 여긴 불꽃축제가 한창이야... 거기도 굉장히 시끄러운데... 바깥이구나..."
도현은 한쪽귀를 막고 조용한 곳으로 뛰었다.
"응... 민서야... 이제 조용해..."
"새해 인사 하려고... 올한해 우리 도현이 아프지 않았슴 좋겠다... 그리고, 올해에는 이렇게 떨어지는 일 없었슴 좋겠다. 우리 도현이 곁에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민서의 푸근한 목소리가 도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했다.
"음..."
목이 메여 왔다.
"응... 우리... 민서에게도 항상 좋은 일들만 생기고... 항상 건강하고... "
"..."
두사람은 무슨 대화를 해야할지...
안타까운 침묵도 잠시...
"민서야... 보고 싶다...많이... 많이..."
깜깜한 벽을 보고 있는 도현의 두눈에 눈물이 덩그러니 고였다.
수화기 저편에서...
"도현아... 도현아... 사랑해..."
포근한 그사람의...
내 사랑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