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는 어디에 가든지 전화기를 확인하는 습관이 들었다. 혹시라도 자신이 무신경한 사이에 도현에게서 오는 전화를 놓칠세라...
도현은 며칠을 전화기 앞에서 보냈다.
전화를 해도 되나...
그러다가 도현은 수화기를 들었다. 힘들게 버튼을 눌렀다.
민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현은 몰래 나쁜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화들짝 놀랐다. 빰이 붉게 달아올랐다.
민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는 수화기 너머로 다시 여보세요를 반복했다. 도현이 힘들게 대답했다.
민서의 밝아지는 목소리에 도현은 안심을 했다.
민서와 도현은 공원의 벤취에 나란히 앉았다.
민서는 초등학교 6학년때 전학을 가게 된 사연과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했다.
도현은 민서가 전학을 가던 날을 기억한다.
5월의 따스한 봄이었고, 비가 온뒤라 하늘이 무척 맑은 날이었다.
그날은 도현과 민서가 많이도 싸운 날이었다.
민서의 심술이 대단한 날이었다.
민서는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가는 도현을 불러세웠다.
도현은 너무 화가나서 민서의 목소리를 외면한채 길을 걸었다. 민서는 대답없이 땅만 보고 걸어가는 도현에게 미안... 이라고 말했다.
도현은 아무말 없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두눈에 눈물이 고인채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민서의 두눈에도 볼 수 없었던 눈물이 고여 있었다.
민서는 미안... 미안해...
사실 나 전학가. 전학가는게 싫어서 너한테 괜히 심술을 부린거야. 미안해...
도현은 민서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도현과 민서는 그렇게 아무말없이 땅만보고 집까지 걸어왔다. 도현의 집앞에 도착하자 민서는 잘가... 인사를 하고 터벅터벅 천천히 땅만보고 걸어갔다. 도현은 한참을 그렇게 걸어가는 민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다음날 민서네 집에서 이삿짐을 나르고 민서와 가족들은 차에 올라타고 출발하려는데, 도현이 뛰어왔다.
도현이 물었다. 전화할꺼지? 편지할꺼지?
민서가 그래... 두 눈가에 따스한 미소가 번졌다.
민서가 내민 손을 도현이 잡았다. 잘가...
두사람은 그렇게 헤어졌다.
민서는 덧붙여 이야기 했다.
"그리고 몇번 더 고향에 내려 갔지만 넌 전학을 간뒤라 연락처를 알수 가 없었어..."
도현이 이사간 사연을 이야기 했다.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 잘 안되서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됐어. 아버지의 마음이 너무 여려서..."
두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