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은 그를 만났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오면 낙엽이 바람에 날리듯이 그들은 자연스레 만났다.10년이 훨씬 지난 어느날이었지만, 그들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볼수 있었다. 그것은 단지 첫사랑이라는 이유에서인지, 또 다른 이유에선인지... 많은 사람에게도 그러하듯이 이 두사람에게도 첫사랑이라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서로의 의지를 무시한 이별이었다는 것이 이유이면 이유다. 그 이별로 인한 상처가 10여년이 넘도록 서로를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도현과 민서의 26세의 가을은 이렇게 찾아왔다.
유치원 조회시간에 원장이 그녀의 딸인 연제를 소개시켰다. 같이 근무를 하게 되었다. 말없이 회의에 참석하고, 인사를 하는 연제에게 가벼운 미소와 목례를 하고 수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멀찌감치 도현을 보고 있던 연제가 도현에게 다가왔다.
"우리 잘 해 봐요. 어머니가 서선생님 얘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그리고 우리 스물여섯 동갑이잖아요. 친구처럼 잘 지내요."
수업을 마치고 도현은 퇴근을 했다.
낚시점에 들러서 그녀의 어머니인 진경과 교대를 했다. 여전히 투덜거리며 나가시는 진경의 뒷모습을 미소를 띄고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낚시광이신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평생 불만이 많다.
낚시점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한남자가 급하게 가게로 뛰어들어왔다.
"저, 하나유치원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자신이 다니는 유치원을 묻는 남자에게 도현은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지금은 유치원에 아무도 없을 건데 라고 생각하면서... 남자는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를 꾸뻑하고 가게를 나갔다. 그리곤, 차에 올라타는 것 같더니, 다시 차에서 내려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저... 혹시... 서...도...현...아니세요?"
순간 도현은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처럼 깜짝 놀랐다. 민서였다.
"너, 민서..."
"응, 맞구나. 도현이..."
두사람은 멍하니 몇초동안 마주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민서는 이미 놓쳐버린 약속시간이지만, 약속이 있었다. 그래서 시계와 도현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가게를 빠져나와야만 했다.
차에 올라탔지만, 민서는 다시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도현의 손에 자신의 명함을 쥐어주었다.
도현은 민서가 쥐어준 명함을 들고 민서의 차가 시야에서 없어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사진작사..."
도현은 민서의 명함에서 따스한 민서의 향기를 느꼈다.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민서는 유치원 마당에 차를 세우고 연제의 차를 확인했다. 그리고, 유치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급하게 뛰어들어오는 민서를 연제는 창가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민서는 연제를 발견했다. 두사람은 반가운 웃음으로 포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