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같이 서있던 나를 돌아보며 남편이 물었다..
"뭐해? 거기서.. 당신...그리고 우리 마누라랑 편지를 주고 받다니 무슨 소리야?"
남편은 나에게로 향하던 시선을 승우쪽으로 거두며 물었다..
"응... 내가 사이버 연애를 하고 있거든.. 그 여자 이름도 이 나 영이야..나영이라는 이름이 흔한가봐.. 그래요? 나영씨? 나영씨도 학교 다닐때 한 반에 이름 같은 친구 있고 그랬나요? 성도 이씨가 흔하고.. 그래서 동명이인인가보네..."
"그래? 짜식... 그래서 만나는 봤어?"
"아니.. 아직...하지만.. 조만간 한 번 만나게 될 것도 같애.."
"짜식 은근히 눈이 높더니만.. 이제 짝만나서 제발 아저씨되고 애아빠되고 같이 좀 늙어가자...응..."
순간 긴장이 탁 풀리며 안도의 한숨이 세어나왔다..
둘은 다정해 보였다....
그 둘의 어깨를 보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가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승우의 어깨쪽으로 눈길이 갔다...
승우가 윤호와 나란히 거실소파에 앉았다...
"아이는? 금비라고 했나?"
아이가 나의 손에 들려져 나왔다...
그리고 아이를 받은 승우는 즐거워보였다...
다정한 아빠처럼.. 아이를 안았다.. 서툴렀지만 정성스러웠고 꼼꼼한 손길이었다..
"이쁘네.. 쌍커풀진 커다란 눈이 엄마 눈인걸...까꿍.. 우리 아가.. 삼촌 해봐.."
아이가 윤호의 손에 건네지자.. 어물쪽 서있던 나를 보며 승우는 손을 내밀었다..
"악수해요.. 우리.. 나영씨 세상에서 제일 이쁜 아기 엄마가 되신거 축하해요... 애엄마 되었다고 우리 친구하기로 한 약속 잊어먹은 건 아니죠?"
승우가 어찌할바 모르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남편은 금비를 안고 금비의 고사리 손으로 맞잡은 우리손을 톡톡 치며..
"이봐라. 니네 엄마 바람핀다... 놔 놔.. 엄마 어서 놔.. 해라. 금비야..얼른.."
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