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상호와 많은 대화를 했었을때는
모든 것이 나와 너무나도 비슷하다고 느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이나 그 모든 것들이...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차츰차츰 상호를 알면 알수록
나와는 많이 다르다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마도 그런 일이 있고난 후
갑작스럽게 변한 상호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처음과 달리 약간은 냉대해진 모습.
그리고 내게 뭔가 부탁이 있을때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올때는 더욱 그러했다.
처음 만나면서 그렇게 자주 내려오더니
이젠 차츰 내려오는 횟수도 줄고
아침 마다 울던 전화벨소리도 그 회수가 줄었다.
난 그냥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상호에게 그런 기대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호를 만나면서
차츰차츰 나약해져 가는 나를 발견했다.
힘든일이 있을때
나 스스로 상호에게 기대게 될까봐서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속 깊이
고민하고 있는 수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상호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상호의 그런 고민들을
들었주었고.
"하~~"
"뭔데?"
"그냥 뭐가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뭔데. 말을 해야 알지..."
"너 내가 말하면 또 걱정할꺼 아냐.
그래서 말 못하것다."
"그래. 그럼 네가 말하고 싶을때해.
억지로 얘기할 필요 없고. 근데 뭔데?"
"너 내가 이런 얘기하면 다 알아?
네가 다 이해할수 있니?"
"그런건 아니지만, 내 친구들은 적어도
그런 얘기하면서 가슴 속에 있는 것
답답하거 푸는 거야.
어차피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은
문제를 삼는 사람만이 찾을수 있거든.
네가 그런거 얘기한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해결책을 알려주지는 못해.
하지만 답을 찾느게 아니라
답답한 걸 푸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그래....하~~~"
"뭔데... 얘기해봐..."
"뭐가 이렇게 뜻데로 되는 게 없냐?"
"무슨 일인데..."
"하~~~"
"자꾸 한숨만 쉴래?"
"나 이 일 못 그만둘것 같아서."
"왜?"
"집에서도 부모님이 뭐라하는 부분도 있고
또 회사에서도 더 있어달라고도 하고
또..."
"또. 뭐?"
"나 지금 적금 70만원짜리 붙고 있는데
만약에 그만두고 공부한다고 하면
적금도 부담이 가고해서..."
"그래...."
속으로 못내 아쉬웠다. 공부한다고 해서 진짜
옆에서 함께 공부하고 싶었는데...
영어 단어 한자라도 서로 알려주고
그러고 싶었는데....
"넌 어떻게 할껀데..."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고민이다..."
"그럼 어쩔수 없지 뭐. 계속 다니는 수 밖에..."
"근데 난 정말 공부가 하고 싶거든..."
"어떻게 하니. 세상 살면서
다 자기 뜻데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
그냥 어떤때는 잘 되고 어떤 때는 잘 안된다고 해야지
또 지금 그래도 나중에 잘 될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생각해야지..."
"고맙다. 역시 너 밖에 없다."
"아니야. 뭘."
"아니 진짜로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그래도 너니까 이런 얘기라도 해주지."
"그래. 좀 풀렸다면 좀 다행이고"
상호는 그렇게 내게 모든 고민들을 털어놨다.
아니 내가 억지로라도 꼭 듣고야 말았다.
너무나 사소한 부분까지도 모든 것들....
상호의 그런 고민들은 내게 많은 부담을 줬었다.
그런 부담은 상호의 고민을 들어서가 아니라
상호가 내게 요구하는 그런 것들이
난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돈.돈.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