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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 오빠가 돌아왔다는 설레임도 잠시 다시 그녀는 자신의 생활로 돌아와 그녀가 사랑하는 책방일로 열심이었다.
활발하고 언제나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던 엄마를 빼닮은 그녀는 이제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친구같고 때론 그들의 의논 상대가 되어 주기도 하면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아직 학생들이 끝나지 않아 한가한 시간에 새로 들어온 책에 바코드를 붙이며 정리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 재이? 나 동윤이야. ]
갑작스런 전화에 그녀가 놀라자 전화기 저쪽에서 그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 놀랬어? 지금 뭐해? ]
[ 응, 그냥 ...책정리. 근데 웬일이야? ]
그녀의 물음에 잠시 그의 목소리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 재이, 너 선 안볼래? ] 그녀가 황당해하며 큰소리로 웃어제끼자 동윤이 긴장하는 듯했다.
[ 오빠, 그런거 물어 보기전에 너 남자친구 있냐 부터가 먼저 아냐? 아님 날 무시하는거야.]
[ 남자친구 있어? ]
[ 아니 , 없지요. 사업에 바쁘다보니 ...]
[ 그럼 한번 봐라. 내가 잘 아는 사람인데 꼭 소개 시켜 주고 싶어 ]
[ 그럼 그사람도 의사야? 안돼지 그럼, 내수준이 너무 딸리잖아. ]
[ 그럴꺼 없어. 장난같이 생각하지 말고 한번 봐라.]
한동안 그의 설득이 이어졌고 그녀가 기분전환하는 마음으로 응하자 그가 재빠르게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당일날 그녀를 데릴러 와주기로 약속을 정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는 즐거운 기분에 그날 언니에게 가게를 봐줄수 있는 지 물어보기위해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동윤의 차를 타고가며 그녀는 재미있고 조금은 흥분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약속장소에 도착해 동윤이 안내한곳으로 들어온 그녀는 예상하고 있던 근사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아닌 술집인데에 놀라 그의 얼굴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너무 빠른거 아냐? 물론 제대로 보려거든 이런데가 낫겠지만 그래두 밥두 아직 안 먹었는데 술집이라니 ]
[ 염려마. 니 배를 채워 줄건 여기도 많으니까 ] 그가 웃으며 자리를 잡자 그녀도 따라 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위기는 꽤 좋았다.
[ 오늘 신경좀 썼네. 시집 가래니까 좋긴 한가 보구나? ]
[하하... 이거 울 언니꺼야. 내가 선 본대니까 언니가 더 들떠가지구 장난이 아니었어. ]
그녀가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와 함께 웃으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언니와 오빠에 대한 얘기로 즐거운 분위기가 되었다.
[ 근데, 왜 안오는거야? ]
그녀가 긴장한 듯 앞에 놓인 생수를 마시며 조심스레 묻자 주문을 마친 그가 그녀를 돌아보며 웃음으로 얼굴을 활짝 빛냈다.
[ 너, 지금 선 보고 있는 중이야 ]
[ 무슨 말이야? ... ...정말...내가 못 살아. 오빠들은 나 놀려먹는 재미 없으면 어떻게 살아? ]
[ 왜? 실망했어? ]
[ 아니, 기대는 안했었어. 오빠가 나한테 제대로 해줄 리가 없지.지겨워 정말 . 아무튼 각오나 하셔 오늘 완전히 벗겨 먹을테니까 ]
그녀가 잔뜩 벼르자 그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장난 아니야. 재이야! 나, 진심이야 ]
[ 왜그래? 갑자기... 그러지마 오빠 기분이 이상해지잖아. ]
[ 그냥 받아들여. 이제부터 너한테 정식으로 청혼 할꺼야. ]
그녀는 분위기가 어색해지려 하자 웃음으로 넘어가려 했지만 그의 진지한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 오빤, 나여자로 안보잖아. ...그리구 나도 오빨 남자로 생각해 본적 없어]
[ 지금부터 보기 시작했어. 너두 곧 그래야 할꺼야. 그리구 당장 결정 하라구 하진 않아.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각오하라구 ]
그녀의 기분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그가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다시 화제를 돌렸지만 그녀의 착잡해진 기분은 돌아오지 못했다.
혼자 가겠다는 그녀를 억지로 바래다준 그는 집 앞에 도착할때까지 아무말이 없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화났어? ]
[ 당연히 화나지. 여지껏 그렇게 놀려 먹더니 이제는... ]
그녀의 뾰루퉁한 대답이 미쳐 끝나기 전에 그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자 놀라움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으로 그의 머리를 쳤다.
[ 못됐어. ...다시는 안볼꺼야 ]
차에서 내려 문을 있는 힘껏 닫아버리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그녀는 집을 향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