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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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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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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pink 2000-11-04

"훈아, 엄마 곧 들어가니까 학원 갔다와서 비디오 보고 있으렴. 냉장고에 피자 있으니까 렌지에 데워먹고, 뜨거우니까 항상 조심해.그래. 알았어.그래 그래..."
"자기 아들 참 착하다. 나중에 내 아들도 말잘듣고 주체적이었으면 좋겠다. 아니지, 풋"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꼬맹이를 보며 미애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왜 그런데?"
웃음을 참지못하는 듯 꼬맹이는 계속 입가를 크게 끌어올리며 하얀이를 드러내놓고 있다. 그런 모습까지도 사랑스럽다 그는.
"아니, 아들내미가 너무 주체적이어도 마누라가 맘놓고 바람필거 아냐. 갑자기 그 생각이 나니까 괜히 웃음이 나오잖아.하하"
꼬맹이의말에 미애는
"마누라 바람나면 자기도 좋지.죄의식없이 계속 나를 만날 수 있잖아 "라며 한술 더 떠서 이야기 하지만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느껴야 했다.
"그래도 결혼할 생각은 하나 봐."
"그럼 나도 자기처럼 할 것 다해봐야지 억울하지 않잖아.집에서도 야단이고."말 끝을 흐리는 그의 얼굴이 어두어지는 것을 보며 미애는 가슴에 흐르는 찬바람이 훈훈한 온기로 바뀌어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우리, 이런데 있지말고 바람쐬러 가자. 으응?"
그의 가슴에 파고 들며 미애는 어디가 좋을지 생각해 본다.
"자기 시간이 얼마나 있어? 8시 까지 들어가면 되?"
"으응 아냐아냐 9시 정도까지만 들어가면 돼.훈이 잘 시간 전에만 들어가면 돼. 훈이 아빠는 오늘도 늦을거야."
"그럼, 지금 6시니까 우리 월미도 갈까?"
미애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 여기서 월미도 까지 왔다갔다하면...
"거긴 좀 먼것같고. 우리 장흥가.술도 마시고 싶고."
"좋지.렛츠 고 장흥"

행주대교를 넘어 일산으로 가는 길이 왠지 텅 비어있다. 벌써 하늘은 너무도 깜깜해져있고 가로등은 너무도 유혹적이다.
"난 이 불빛이 너무도 좋아. 닫혀있던 온 마음과 온몸이 열리는 것 같거든 "
"우와. 그러면 난 캡이지. 한번 화끈하게 열어 보시겠습니까? 사모님?"
"달리는 차안에서 해보는 것이 저도 꿈이올시다.오빠."
"으응, 그건 너무 위험한데."
그러면서도 미애의 유혹이 싫지 않은듯 그의 한손은 미애의허벅지를 더듬고 있다.
더욱 과감해지는 그의 손놀림은 의정부길에 접어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미애는 눈을 감고 꼬맹이의손길을 즐기고 있다.
갑자기 끼익하는 소리와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동시일까.
눈을 뜬 미애는 휴유하는 꼬맹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횡단보도도 아닌데 사람이 튀어나와서. 우리 스캔달될 뻔 했어.하하"
이런 꼬맹이가 좋다.3살이나 어린 그의 유머스러움이 좋다.
"자기는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와? 정말 강심장이야."
싫지 않은 듯 눈을 흘기는 미애의 입술에 사랑스러움이 배여있다.
장흥은 여전히 흥겨웁다.좁은 길 양편에 늘어선 유흥음식점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들어내며 손짓하고 있다.
그들을 무시하고 차는 언덕을 올라 우회전해서 꼬불꼬불 올라간다.가을이 깊다.장흥은
흥겨운 장흥에서 차분하고 지극히 가을 적인 장흥으로 돌변한다.차가 좁다란 등성이를 올라 내리막길에 멈춘다.
"자. 구름위의 산책이야. 맘껏 감상하시라구요."
미애가 장흥이란 곳을 사랑하는 이유가 되는 곳,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인양 끝없이 올라갈거 같은 그길에 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예쁜 불빛이 둥그렇게 펼쳐져있다. 그래 이곳이 천국이야.
꼬맹이는 그 곳을 구름위의 산책이라 불렀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새꼼달꼼한 핏빛포도가 열리는 그 곳.
"우리 시간도 없는데 그냥 저기에 들어가자. 들어가서 술 시키지 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미애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도..."
차가 가리개로 가려지고 꼬맹이는 성큼성큼 카운터로 다가간다.
"잠시 쉬었다 갈 거예요.참 맥주 좀 주세요"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꼬맹이는 미애를 가만두지 않는다.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너무 좋다.남편은 의무에 힘싸인 군인처럼 미애를 다루는 데 꼬맹이는 정말 사랑하는 연인같다.그의 손길은 짜릿하고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파고드는 그의 입술은 포도송이처럼 푸짐하고 달콤하다.
문을 닫자 마자 야수처럼 돌변한 꼬맹이는 미애의 가슴을 헤치며 헉헉 댄다.
"아이참, 천천히 천천히..."
"내가 얼마나 참았는 줄 알아? 보고싶었어. 정말 보고싶었어"
보고싶었다는 그의 말에 미애는 눈물이 나온다.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직도 나에게 있다.나를 보고싶어 하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