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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김혜란 2000-10-25

안녕하세요.
소설을 쓰는 방인줄 알지만 시나리오를 올리는 방이 없어서
잠깐 실례를...


꽃반지 클럽 (씬1에서 씬5번까지임당)


은실의 나래이션; (여고시절 음성으로) 하루하루 들뜨는 열기로 가슴이 부풀던 시 절, 우린 토요일밤을 불태우던 존트라블타에 열광했고, 테리우스를 사랑한 단발머리 캔디였다. 좀처럼 가시지 않는 열기는 제 몸을 던져 불속으로 날아드는 불나비의 모습으로 열광할 것을 찾아 떠돌게 했고, 그렇게 우리는 불안한 소녀에서 조금씩조금씩 여인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1 다락방(회상)

-한줄기 후레쉬 불빛이 낮은 다락방 천정을 비춘다.
-그 불빛 따라 볼펜으로 천정에 쓰여지는 낙서. 보면 지혜의 손이다. '소녀들의 반란은 시작되었다! 크크크!!'
-어둠 속에서 바닥 여기저기를 뒤적이는 은실.
-꾸부정하게 허리를 숙인 자세로 천장에 낙서를 하는 경화. '지구의 미래를 짊어질 나 경화가 다녀가노라!' 라고 쓰며..

경화; 아직 성냥 못찾았어?
은실; 여기 어디 뒀는데? 여기 좀 비춰 봐. 자꾸 딴델 비추면 어떡해?
지혜; 암튼 꿈지럭 거리는 건 알아줘야 해.

-성희가 막 볼펜을 건네 받고 낙서를 하려다가 잠시 망설인다. 찾던 것을 포기하고 성희의 펜을 낚아채 먼저 낙서하는 은실. '오오, 내 사랑 진필! 당신은 나의 운명!'
-"지랄하네" "킥킥킥!" 거리는 소리 들리고... 볼펜을 받아든 성희 천천히 적어나간다. '나는 오직 하나의 사랑을 기다...' 글자로 가까이 다가가는 불빛. 더 이상 쓰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손.
-후레쉬 불빛, 한 여학생의 얼굴로 비춰지면 성희다.
-눈부셔 하는 성희.

경화; (소리) 그 하나의 사랑이 누군데?
성희; 하지마~.
지혜; (소리) 희망사항을 적으라는 게 아니었다, 너. 남자친구도 없는...

-그 순간 어느 한 구석에서 터져나오는 비명같은 소리.

소리; 악! 쥐다!!!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 이리저리 겅중겅중 뛰어 다니는 네 소녀. 어지럽게 천정과 벽을 훑어대는 후렛쉬 불빛.
-불빛이 다락방 구석에 놓인 다듬이 방망이를 비추자 후레쉬를 내던지고 얼른 방망이를 집어드는 경화.

경화; 어디야, 어디!

-바닥에 떨어진 후렛쉬 불빛, 다락방 한 구석을 비춘다.
-맘모스 빵에 거의 초가 꽂혀있고, 포도주병이 있다.
-여학생들의 비명소리와 망방이를 휘둘러대는 경화의 요란한 함성들 한데 어우러져 정신없는 가운데 카메라 맘모스 빵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빵에 붉은 포도주를 흘려 써 놓은 글귀가 보인다. '.성희의 첫 달거리를 축하합니다.'

경화; 소리; 야야, 그쪽으로 간다, 막아, 막아!
은실; 이쪽으로 보내면 안돼! .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발에 채여 이리저리 굴러 다니는 후레쉬.
-겅중거리며 뛰어 다니는 지혜와는 다르게 성희는 쪼르르쪼르르 간신히 피해 다니는 형편이다.
-다락에 쌓아 놓은 물건들에 억지로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는 지혜와 성희.

성희; 이리와, 은실아.

-성희와 지혜가 올라가 있는 곳으로 바삐 달려가는 은실. 그런 은실의 발에 의해 채인 후렛쉬, 벽에 부딪히면서 팍! 하고 꺼진다. 순간 어둠과 함께 깔리는 정적.

경화; (소리) 잡았다!

#2 동 다락방

-다락방 벽에 그림자로 보이는 네 소녀의 모습.

성희 소리; 난 싫은데.. 우리 이래도 되는 거니?
은실 소리; 겁나긴 다 마찬가지야. 으음~ 하지만 기분은 괜찮은데..
지혜 소리; 천장이 막 돌아가는 거 같지 않니?

-그 시선을 따라가면 천장에 써 놓은 낙서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니듯 보인다. 카메라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면 상자 위 깨진 접시에 놓인 하얀 초가 반이상 타들어가고 그불빛에 네 개의 발이 나란히 누워있는 것이 보인다.
-카메라 발에서 천천히 위로 올라가면 성희, 지혜, 은실, 경화 순서대로 누워있다. 누군가의 발에 의해 빈포도주병이 채어 굴러간다. 성희의 손에서 멀리 경화에게로 넘어가는 담배.

경화; (능숙하게 담배를 피워 연기를 내뿜으며) 너희같은 쑥맥이 이런 경험하는 것도 다 내 덕인줄 알아.
은실; 너무 고마워 토할 거 같다 기집애야. (킥킥 웃음을 터뜨리며) 성희 넌 아무렇지 않... 뭐해?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는 성희.

성희; (발가락으로 친구들 발바닥을 간지럽히며) 일어나 봐.
경화; 왜그래 기집애야. (보면 눈이 커진다) 어? 그거 꽃반지잖아?

-경화의 소리에 덩달아 일어나는 세 친구. 성희의 손바닥에 올려진 반지를 집으며 경탄하는 경화.

경화;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바로 그 피반지야. (성희를 보며) 어디서 났니?
성희; 엄마 병원에 놀러갔다가 (은밀히 웃으며) 슬쩍했지.

-성희가 나눠주는 반지를 끼는 세 친구.

성희; 우리 우정 영원히 변치 않았음 해서 만든거야.
경화; 기지배.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 감동시키네.(반지낀 손을 들어 보며) 꽃반지 클럽이라 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지혜; 좋지. 아, 참! (생각 난 듯) 감동하는김에 아주 기절시켜줄게.

-가방에서 티켓을 꺼내는 지혜.
은실; 뭔데?
지혜; '80진필 리사이틀 티켓!'

-경화와 은실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성희는 별거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흩어진 옷매무새를 고친다.
-왁왁 소리치며 지혜가 들고있는 표를 빼앗으려고 투닥거리는 사이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쌓아놓은 상자 위에 올려놓는 성희.

경화; (카메라를 보고) 야야, 좀 기다려 꽃단장할 시간은 줘야지.

-다급하게 옷매무새를 만지고 엉망으로 흩어진 머리를 고치는 세 친구.
-성희가 세 친구 곁에 가서 앉으면 자동카메라 돌아가는 소리 침묵 속에 크게 들리고, 누군가 꿀꺽하며 침넘기는 소리와 동시에 팍하고 불이 들어오면서 찰칵!
-단발머리의 은실과 성희. 컷트 머리인 경화와 지혜가 그 불빛 속에서 웃고 있다.

#3 리사이틀장 (회상/저녁)

-실내 체육관에 '진필리사이틀'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고, 여학생들의 악악대는 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여학생들 환호하는 모습과 진필의 모습이 번갈아 보여지고 무대 맨 앞에서 진필의 사진을 들고 앉은채 펄쩍펄쩍 뛰는 경화의 모습이 보인다. 악을 쓰는 지혜 옆에서 미친 듯 박수를 쳐대며 진필을 보는 은실. 그 옆에서 대충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성희의 모습. 성희의 모습이 그런대로 제일 이성적으로 보인다.
-무대에 불이 꺼지자 투둥 기타 튕기는 소리 들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오빠'를 외쳐대는 세 친구. 성희는 세 친구들의 무릎에서 굴러 떨어지는 가방들을 찾아 바닥 쪽으로 엎드린다.
-부드러운 통기타 선율이 울려 퍼지면 어두운 무대 위에 핀 조명만이 진필의 모습을 비춘다.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한 실내.
-가방을 챙기던 성희 갑자기 무슨 일이냐는 듯 부시시 일어나 무대를 본다.
-부드럽게 기타줄을 튕기는 하얀 손가락 아래 새겨져있는 진필의 이니셜.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기타를 튕기며 비지스의 'Don't Forget to remember'를 부르는 진필의 모습은 그림같고...
-혼자 서서 진필의 무대를 바라보는 성희의 두 눈은 점점 확대되고..
감전된 듯 꼼짝 않고 무대에 빨려들어가는 성희.
-뒤에서 야, 앉아! 하는 푸념이 여러번 떨어진 뒤에야 은실이 성희의 치마를 당겨 앉힌다. 그러나 여전히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성희.

#4 장충체육관 입구 (과거/저녁)

-가방 네 개가 차례로 포개져 있고 그 앞에 성희가 아직도 뭔가에 넋을 빼앗긴 듯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 옆에 선물과 꽃다발을 들고 진필을 기다리는 한무리의 여학생들.
-승용차가 다가오자 기다리고 있던 소녀들 차앞으로 뛰어들어 가로막자 놀란 승용차는 지그재그를 그리며 성희에게로 달려든다.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피하다 무릎을 찧고 마는 성희. 아슬아슬하게 성희를 비켜나간 승용차. 문이 열리며 내려서는 운전기사.

기사; (버럭) 야, 이년아 도로 한가운데 넋놓고 앉아있으면 어떡해!

-너무 놀라 두 눈만 휘둥그라니 뜬채 멍하니 보는 성희. 무릎에서 피가 스며나오고 있다.
-자동차에서 내리는 진필. 소녀들은 소리를 지르며 난리이고 운전기사와 매니저는 몰려드는 소녀들을 막아내느라 정신없다.
-성희에게 다가온 진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성희의 상처에 대고 묶어준다.
-기절할 듯 왁왁 거리는 소녀들. 진필을 부르는가 하면 어느 소녀는 성희에게 야유를 퍼붓기도 한다. 아랑곳하지 않는 진필.
-그런 진필의 일거수일투족을 홀린 듯 눈으로 쫓는 성희.

진필; 많이 아프니?

-여전히 무엇엔가 홀린 듯 멍한 눈으로 고개만 좌우로 흔드는 성희.
-속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지갑 속에서 메모지를 꺼내는 진필.

진필; (메모지에 몇자 적으며) 나중에라도 이상이 생기면 꼭 연락해라. 약속할 수 있지?

-지갑에서 자신이 가지고있던 네잎 크로버를 꺼내 메모지에 놓고 살살 접어 성희의 손에 꼬옥 쥐어주는 진필. 믿을 수 없다는 듯 점점 확대되며 울듯말듯한 성희 동공 속에서 천진하고 개구쟁이 처럼 웃는 진필의 모습이 가득 들어찬다.
-잡은 손 그대로 먼저 다리를 펴고 일어선 진필, 성희를 잡아끌어주고. 여전히 눈도 떼지 못한 채 일어서는 성희.
-성희의 입가에 달라붙어있던 머리카락을 떼어내 주며 웃어주는 진필.
-뒤돌아서서 자동차로 걸어가는 진필을 보는 성희.
-진필이 차창으로 손을 흔들며 웃어보이자 부웅 떠나는 승용차.
-질투심에 가득찬 눈으로 성희를 쏘아보거나 부럽다는 듯 보는 소녀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달려가는 자동차를 따라 뛰어간다. 한참을 멍하니 서있는 성희.

-인서트컷; 현재의 성희, 어지럽게 돌아가는 전철 홈에서 멍하니 서있다. (정적)

-누군가 성희의 어깨를 툭 치면 돌아보는 성희. 친구들을 돌아보고 손에 들린 것을 뒤로 감추는 성희. 그 위에 Beegees의 'Staying alive'가 터져 나온다.

-인서트컷; 누군가 현재의 성희 어깨를 치고 지나가면 요란하게 들려오는 전동차 소리. 손에 들린 전철표를 떨어뜨리며 그 표와 같은 시선으로 쓰러지는 성희.(귀를 찢을 듯한 소리 소리들...)

#5 극장안 (회상)

-귀를 찢을 듯한 음악 소리 선행되고..
-삼류극장이다. 띄엄띄엄 사람들 앉아 있고.. 갑자기 머리 그림자 네 개가 불쑥 올라와 스크린에 늘어진다. 뒤늦게 들어와 더듬거리면서 자리를 찾아가는 네 친구들.
-비내리는 스크린에는 '토요일밤의 열기'의 존트라블타가 'Staying alive'에 맞춰 미친 듯이 디스코를 추고 있다. 얼핏 보아도 진필의 춤과 비슷하다. 자리를 찾아 엉거주춤 앉으려던 세 그림자가 악 소리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존트라블타의 춤을 똑같이 따라 춘다.
-자리에 앉아 안절부절인 성희. 은실의 치마를 당겨 끌어 앉히고 경화를 끌어 앉히는 사이 은실은 다시 일어나 춤을 추고, 지혜를 끌어 앉히는 사이 또 경화가 일어나 춤을 추느라 정신이 없다.
-그때 바로 앞에서 인상이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가 일어나더니 세 친구들을 말없이 쏘아본다. 천천히 춤추는 것을 멈추는 세 친구.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앉으라고 하자 쪼그라들어 천천히 자리에 앉는다.

-인서트 컷; 바삐 뛰어가는 몇 명의 다리와 병원 이동침대 바퀴 굴러가는 모습.

-입술을 삐죽이며 자리에 앉자마자 강냉이가 든 봉지를 부욱 뜯는 경화.
-똑같은 꽃반지를 낀 네 개의 손이 강냉이 봉지 입구로 모여 부딪히면서 화면 정지.

-강냉이를 와구와구 먹어대며 봉지로 다시 손을 뻗는 경화. 그 화면에서 초라한 결혼반지를 낀 현재의 경화 손으로 바뀌며 요란하게 진동하는 핸드폰을 집는 손.
-화면 뒤로 빠지면 보험 사무실이다. 한쪽에선 행동강령을 외쳐대고 서류를 정리하던 경화 핸드폰을 받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황당해 하는 표정이다.
-그 황당한 시선에서 창문으로 옮기면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 보인다.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손. 그 손이 꽃반지를 낀 손으로(지혜의) 변하고 강냉이를 몇 개 집어든다. 강냉이를 하나씩 입에 넣는 여고생 지혜. 강냉이를 먹다가 입을 벌리며 천천히 재채기 할 기세인 경화. 막 입에 넣었던 강냉이 알이 재채기와 동시에 날아가 앞 사람(무서운 남자) 머리카락에 가서 붙는다.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강냉이를 집어내려는 손에서 반지가 없는 현재의 지혜 손으로 변한다.
-화면 뒤로 빠지면 웨딩?乍【?울어대는 전화기를 향해 손을 뻗는 지혜. 전화를 받은 지혜. 곧 무슨 소리냐는 듯 황당해 한다. 그 표정에서 쇼윈도 밖으로 시선 옮기면 다급하게 지나가는 구급차.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