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지영이란다. 이름이 서지영! 얼굴만큼이나 이름도 예쁘구나. 국사숙제를 하는데 지영이랑 한조가 되었다. 예쁜 지영이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지영이 앞에만 서면 아무말도 못 하는 내가 참 한심스럽다. 지영이도 나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는다.
마치고 제과점에 가서 내일 갈 곳을 얘기하며 빵을 먹었다. 지영이는 팥빵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역시 내 예상대로 지영이는 나와 같은 방향이 집이있다. 그런데 왜 그때 숨어서 날 본거지? 가는내내 아무말도 못했다. 수많은 말들이 입속에서 맴돌았지만 아무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갑자기 벙어리가 된 느낌이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3월 26일
약속시간에 맞춰 나가닌 지영이가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우린 바로 기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려서 절까지 가는 길이 조금은 험해서 지영이가 걱정이 되었다. 근데 내 예상대로 지영이가 넘어져서 발목을 삐끗해버렸다. 조심하지 않고!
많이 아픈지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지영이를 업고 싶었지만 말이 안 나왔다. 근데 지연이가 업으라길래 얼떨결에 지영이를 업었다. 지영이는 몸에 잔뜩 힘을 준 채 나에게 업혀있었다. 조금 걸어가다보니 갑자기 지영이가 몸에 힘을 뺀 채 나의 등에 완전히 기대고 있었다. 숨소리를 들어보니잠이 든 모양이다.
내 등에서 잠을 자다니!
그래서 좀 무겁기는 했지만 가는 동안 너무 즐거웠다. 다와서 깨우니까 자기가 잠든게 부끄러웠느지 돌아오는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난 좋기만 했는데......
10월 28일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돌아가신 것이다. 앞이 막막했다. 당장 학교를 갈 수 없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내겐 큰 짐이 되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데 고등학교도 못 나온 내가 무슨일을 할 수가 있지?
갑자기 지영이가 보고 싶다. 지영이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
지영아! 나 지금 너무 힘들다. 너무 함들어
일기를 읽는 내내 울고 말았다. 그럼 처음부터 민석이는 나의 마음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 둘다 내색도 못한채 바보처럼 어긋난 것이란 말인가?
너무 속상했다. 처음부터 말하지 못한 내가 미웠고, 또 민석이가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