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순이가 시집간대요. 할줄아는거라고는 나무타고 산으로
놀러 다니는거 밖에 못하는 철부지가 시집을 간대요.
밥은 할줄아나? 누가 그렇게 물으면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그럼요.
그러면 저만치서 향순엄마 소리가 들립니다.
저 가시나 가고나믄 누룽지는 좀 덜 먹겠구만. 밥해묵은지가
몇날인데 허구헌날 누룽지를 만들어.
빨래? 하이고. 힘은 좋아서 옷마다 구멍을 내놔서.
방맹이질은 아무때나 하나. 내가 고마 사돈댁한테 고개도
못드는구마. 하이고. 저런 가시나를 시집을 보낸다고.
복은 있는가 사위될 사람이 그래 사람이 좋다는구마.
향순이는 좋겠내.
저녁 무렵 향순이 신랑이 왔어요. 등에는 향순이 한복이랑
가락지 들은 함을 지고요. 문틈으로 신랑 얼굴을 본 향순이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해준 새색시
단장을 하고 신방에서 신랑을 기다립니다. 혼례식이요?
안합니다. 그냥 오늘밤 자는걸로 혼례식 시작이자 끝이지요.
향순이는 다음날 아침도 늦게 일어났읍니다. 기지개를 쭉하다
옆에서 바라보는 남자를 보고 화들작 놀라 이불속으로 숨었읍니
다. 아! 나 어제 혼례했지. 그제야 다시 얼굴을 내밀어 봅니다.
그는 향순이를 보고 웃습니다. 남자가 나를 보고 웃는다.
아침을 먹는지 마는지 향순이 행동이 붕붕 떠다닙니다.
그런딸이 낯설어 옴마는 자꾸 눈길이 갑니다.
동생들에게 밥을 덜어주기도 하고 잽싸게 숭늉도 떠 옵니다.
향순이는 아침내내 옴마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사돈에게 줄 짐을 싸던 옴마는 향순이를 찾았습니다.
마당에도 없고 방에도 없고 밖에 나갔을리도 없는데...
옴마는 뒷곁으로 가보았습니다.
굴뚝뒤에 향순이 치마자락이 보입니다.
"거서 머하노?"
대꾸가 없습니다.
옴마가 한발짝 더 나가자 향순이가 앞으로 걸어나왔습니다.
딸이 울고 있었습니다.
"와. 우노"
"내 참말로 가야하나?"
"머라카노"
"인자는 옴마가 해주는밥 못먹나? 순니하고 목이하고 인자는
같이 못사나?"
"인자는 옴마 매안맞아서 좋고 동생들하고 묵을거같고 안싸와도
되고, 와 안좋나... 향순아... 잘살아야 한대이. 인자는 신랑말
잘 듣고 시부모님 잘 공경하고 옛날처럼 막 놀러댕기고 그라마
안된대이. 엉? 알았재"
옴마도 웁니다.
신랑하고 나란히 집을 나섭니다. 옴마는 사위에게 향순이 부탁
을 하고하고 또 합니다. 자네만 믿네. 자네만 믿네.
옴마하고 동생들이 점점 작아져 언덕을 넘어서자 굵은 눈물이
뚝뚝 흐릅니다.
옴마아.
향순이가 그렇게 시집을 갔습니다.
정덕이가 시집을 간대요. 정덕이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내가 가고나면 옴마는 우야노.
내 걱정은 말그래이. 너만 잘산믄 된다. 너만 편하믄 된다.
아부지가 살림을 돌보지 않았기때문에 정덕이가 품팔이로
하루하루를 살았는데 인제 옴마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정덕이는 아부지 노름빛 대신으로 팔려갑니다.
어떤 사람한테 시집가는지도 모르고 어떤 집인지도 모릅니다.
간단하게 입을 옷만 싼 보퉁이를 마루위에 두고 데리러 온다는
사람을 기다립니다. 옴마는 방에 누워 소리 없이 우십니다.
그때 담너머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가 힐끗 정덕이를 바라보더니 발길을 돌려 뒷곁으로 갔습니다.
정덕이가 그를 따라갑니다.
"니 참말로 시집가나?"
"엉"
"참말로 가나"
방아간집아들 종구오빠입니다. 틈나면 떡갔다주고 쌀퍼다주고
그동안 오빠덕분에 끼니걱정을 많이 덜었었습니다.
"오빠야. 그동안 고마웠대이"
종구오빠 아무말 없이 하늘을 바라봅니다.
한동안. 한동안 아무말 없이 둘은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잘살아야 한대이. 잘 못살믄 내 찾아갈끼다. 그래서 니 도로
대불고 올낀께. 어이? 알았재"
오빠가 뛰어서 집을 나갔습니다. 이런 일이 아니었으면 정덕이와
혼례하려던 오빠였습니다.
저녁때 두사람이 집으로 왔습니다. 그둘중에 아무도 정덕이 신랑
은 아니랍니다. 입던옷에 보퉁이를 안고 집을 나왔습니다.
옴마는 일어나지 못하셨습니다.
동네를 다 지나 눈뚝을 걸어 마을을 벗어났습니다.
정덕이가 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집이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동네가 점점 흐려지더니 금새 눈물이 흐릅니다.
옴마아.
정덕이가 그렇게 시집을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