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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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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앵두엄마 2000-10-09

이 름 : 강 향 순

나 이 : 약 18세. 1938년경

장 소 : 경북 안동 부근 동리


나는 동리에서 나무잘타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은행이나 감따는 철이면 나는 땅보다 나무위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냈다.

그런날이면 옴마한테 정말 안죽을만큼 맞는다.

집안일 안하고 밖으로 쏘다닌다고.

그래도 난 아침이 되면 옴마몰래 뒷문으로 나가서 내동무들과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논날은 치마가득 감을 안고 담 너머로 집안을 정탐하며

역시 몰래 뒷문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어김없이 옴마는 거기에 부지갱이를 들고 서 계셨다.

"이노무 가시나야. 어이. 니가 머가 될라카노. 낼모레면 시집갈

가시나가 나무우에나 올라가있고. 참말로. 이가시나를 콱"

나는 감을 후루룩 쏟아 내놓고 옴마와 집돌기를 시작했다.

잡히면 정말 오늘은 무지 아플것 같다.

몇바퀴를 돌았나 절대로 포기를 모르는 옴마가 그냥 마당에

주저 앉아 버리셨다.

"저런 가시나를 우에 시집을 보내노. 어이."

그러고는 우신다.

"옴마. 내가 잘못했다. 내 다시는 나무에 안올라가께"

나는 슬금슬금 옴마 곁으로 다가섰다.

그틈에 옴마는 내 손목을 나꿔채서 힘껏 내리치셨다.

아주 여러번. 그런데.

하나도 안아프다. 어제까지도 눈물이 쏙나오던 매가 지금은

하나도 안아프다.

나는 옴마를 바라보았다.

우신다.

"너를 우에 시집을 보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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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 서 정 덕

나 이 : 약 16세 1938년경

장 소 : 경북 상주 부근동리


사람들이 논 양쪽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논에는 그 논 주인아들이 한손에 낫을 들고 한모퉁이에 서

있고 또 다른 구석에는 체구가 작은 소녀가 역시 한손에

낫을 들고 서 있었다. 모두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징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그와 동시에 양쪽 구석에 있던 두 사람이 낫질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술렁이며 아들을 응원하는 소리를 하는가하면

다른쪽에서는 소녀를 응원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한시간, 두시간 얼마를 베어나갔나 주인아들이 주저

앉아 버렸다.

"아이고. 난 더 못하내"

땀을 비오듯 흘리며 논 바닥에 누워 버렸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소녀가 허리를 폈다.

"확실히 정덕이 한테는 못당하는구마. 야 대단하다."

"누군지 정덕이 데려가는 사람은 복뎅이 데려가는거 구마"

논주인 강주어른이 아들을 한번 흘겨보고 정덕이에게로

다가왔다.

"약속은 내 지킬구마."

정덕이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논위로 올라왔다.

사람들이 주는 물을 한대접 마시고 집으로 뛰어갔다.

기쁜소식을 알리기 위해 힘껏 뛰어 집으로오니 낯선사람들이

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들은 정덕이를 한번 ?어보고는 길을 나섰다.

문뒤는 자리에 오래 누워 계시던 옴마가 일어서계셨다.

"옴마요"

"갔다오나"

옴마는 힘없이 돌아서서 마루에 앉으셨다.

"쌀 찧마 한가마니 주신다고 했니더. 아까 그사람들은 누군교"

"너그 아무지 노름빛 받으러 왔다카더라"

"예?"

정덕이 아무말 못하고 서있자 옴마는 눈물을 흘리셨다.

"내가 얼른 죽어야 이꼴 저꼴 안보지. 무신 명을 이리질기서

죽지도 안하고...부모잘못만나서 평생 나무아들처럼 놀지도

못했는데... 너를, 너를 우에 시집 보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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