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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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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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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f 2000-10-20

도시의 아파트는---

몇센치의 벽이란 뚝을 쌓아 각자의 물줄기를 따라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어떤 벽들은 허물어져 같은 물줄기로 만나서, 희희닥거리며 더 큰 세상으로
흘러가고..
어떤 벽들은 너무나 얇고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철통처럼 단단히 막고서
이웃과 영원한 수평선을 고수해
죽을때 까지 그 물들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나 역시 세상의 혼탁된 물들을 싫어하여 벽안에서 한겹의 벽을 더 쌓고 지냈다...
그러나 지금 나의 벽은 누수가 생겨 나 스스로 서서히 그 틈새로 흘러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온갖 말단 세포 신경은 벽넘어 505호 여자에게 집중하여 단단하던 요새의 성을 내가
무너 트리고 있다..
나의 이성과 상반되게....

505호 여자 chaos 는 여러번 내게 메일을 보내다 이제 지쳤는지
오지 않는다..

["cosms님..
저는 오늘 매우 우울해요..
거절당할까봐 저의 자존심은 사랑을 볼수 없어요...
저는 오늘 매우 우울해요..."]

그녀가 보낸 마지막 메일이다..
그 메일을 받고 은근히 더 화가 났다..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걸까..그녀는..
순수함을 가장한 창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일전 밤이였던가?
그녀는 507호 남자와 빌라 입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 남자나 꼬리를 치는구나....")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애써 부인 했지만 분노를 감당할수 없었다.

요즈음은 술집도 나가지 않는것 같았다...

새벽일찍 그녀가 집밖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503호부부와 이야기 하는소리가 들렸다.

"산에 가실거예요?"

"아 예.."
503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 저도 함께가도 될까요?"

새벽녁이라 그녀의 말소리도 조금만 귀를 기울이자 다 들렸다...

(그녀가..등산을?....)

복도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귀울이는 나자신에게
왠지 씁슬한 웃음이 나왔다...

("정결하게 살지 않는 그녀는 당당히 문을 향해 세상을 바라보며 나가는데..
문이 아닌 베란다를 향해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은...")

어제밤 꿈속에서도 내가 낙타가 되어 끝임없이 사막을 횡단하며
신이 내게 준 짐을 벗어버리고,벽넘어 여자가 준 무엇인지 모를 짐을 가득히 지고
사막을 헤매다 탈진한 상태에서 깨어났다.

분노가 치밀었다..

(나의 냉철한 의지는 신앙의 십자가의 짐을 원했지만,내 감성의 싹은 혼돈의 연속이다..
나는 아폴론적이길 원했고 또 그런줄 알고 살면서 ..
세멜레(semele)를 경시하며 애써 부인했지만 어느듯 디오니소스(dionysus)로 달려가고 있다.
이것이 숙명적인것인가?....)


* * * *

조금뒤 비가 내리고 ..그녀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울함의 연속에서 이 숨막히는...
외로움에 벗어 나기를 원하지만,
나는 재미있기를 원하거나,갖은 종류의 위안 거리를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날마다...
505호와 506호의 벽을 마주하고,
나는 자신도 알수 없는 사이에 낙타가 되었다.
고독이란 내 짐이 너무 무거워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하나 더 얻으면 두 무릎을
꿇고 주저 않을것 같다.

예전엔 나의 등이 무거운 것은, 십자가의 무게 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힘겹게 짓눌리는 외로움의 무게는 아니었다.
그것은..
누가 만들어놓은 규범인지,신이 왜 내게 짐을 지웠는지 일말의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기에,이 십자가의 고통의 무게는 견딜수 있었다.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 예수께로 나옵니다...."]

조용히 흘러 나오는 찬송가가 나를 노래 하는듯 했으나

["끝임 없는 열망으로 행복은 없다"]라는 쇼팬하우어의 말이 스쳐가면서
알수없는 것으로 채우려는 의지 때문에 자신이 서서히 불행해지며 파멸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초저녁부터 나는 베란다에 나갔다..
엷은 붉은빛이 우러난 하늘이 금정산 아래 풍경을 정적으로 만들었다.
산허리 를 보이며 점점 옷벗는 나무가지 사이로 계절은 바뀌고 아름다움도
바뀌고 있지만 내마음은 점점 달라지는 풍경을 눈여겨 본다던가
아름다움 자체를 만끽할수 없어졌다
내면의 공허가 욕망이란 단어로 채워져 숨통을 눌러왔다
그러면 그럴수록 가난한 진공의 상태로 만들려고 몸무림 쳤다
하지만,
나는 베란다에 나와 그녀의 움직임을 느끼길 원하고,
문이 아닌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신발을 준비한다..
지금,
내가 금기하는 인간의 부류속에서 집착의 끈을 버리지 못하고 고뇌와 허무의 건더기들이
내 주위를 둘러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