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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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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외눈박이물고기 2000-09-24



-----------------------------------누구?
당신이야? 근데 당신 어디가?......난 여기있어...여기라고.....
여보..날봐.당신.어딜보고 웃는거야?......아냐! 그여자는 아니야...재민이가 여기있는데...나와 재민이는 ....여기있잖아?
이럴수 있어?....당신이...어떻게..나한테?...
-딩--동--. 딩--동--.
땀에 젖은 나를 일으켜 세운건 울려대는 벨소리였다.
직감으로 벨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알수가 있었다.
뚫어져라 문쪽을 쳐다볼뿐 일어서서 문을 열어 주기가 겁이났다.
저문을 열면...저문을 열게 되면 내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모두 현실이 될것만 같은..내가 그 현실을 받아들인다는것 같아서...
쾅-쾅-
"은수야!""너 안에 있는거 다 알아.문열어"
남편의 목소리에 지독하게 흔들리는 내 이성이 저주스럽다.
조금전 꿈속에서 보란듯이 사진속의 여자와 아이에게로 가버리던 남편이 저 문밖에 와 있는것이다.
"가! 오지말랬지.혼자 내버려두면 알아서..정리되면 만나자고 했잖아."
"은수야.나랑 이야기좀 하자.아니야.내이야기만 들어줘. 제발"
"........"


남편에게 흐트러진 내 모습을 보인다는게 오늘처럼 싫었던적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런 내 마음과는 전혀 상관 없다는듯 남편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눈길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난.. 아직도 남편의 사랑을 믿고 싶어하는 은수를 바라보는 제 3자이고 싶다. 이런 은수의 몸속에서 분리되어 나가고 싶다.간절히....
"난 여전히 널 사랑해. 미친놈같지? 널 상처 입히기 싫었는데...
어쩔수 없이 그녀에게로 끌리는 내 마음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남편이 그녀를 만난것은 그날이 틀림없었다.12시가 되서야 회사를 빠져 나왔고 집으로 오는길에 아이를 들춰업은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그녀가 있었다고 했다.재민이가 생각나서 남편은 차를 세웠고 병원으로 함께 갔단다.
아이땜에 정신을 못차리고 허둥대는 그녀를 남편은 내버려두고 올수가 없어 도와주게 되었고 아이의 상태가 조금나아지자 남편은 잠든아이와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며칠 지나서 회사로 전화가 왔어. 아이 엄마 대신 내가 수속을 해 주었는데 거기에 내 연락처를 적었던걸 찾았나봐."
하도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길래 오히려 남편이 민망했었다고 했다. 그리고...그것으로 끝이나야 했던 그녀와 남편과의 인연은 2주일이지난 어느날 재회로 다시 이어졌다고 한다.
남편앞에 나타난 나 아닌 또다른 운명을 나는 어떻에 해석해야 하나?
나도 여느 여자들처럼 남편을 꼬드긴 나쁜년이라며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 잡고 싶다. 남편에게 나쁜놈이라며 앙칼도 부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는데...꿈틀거리던 욕망은 어느새 잠잠해져 버리고 너무나 무기력하게 나는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박현우...정말 웃긴다. 나한테 지금 무슨 수작을 하겠다는거야?
재민이랑 날 바보로 만들어 놓고 쳐다보니..어때? 재미있니?"
고작. 그것이 내가 보여줄수 있는 내 자존심을 세우려는 노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