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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외눈박이물고기 2000-09-24

차가운 바닷바람이 내뺨에 와 부딪친다.
집에서 남편을 맞이할 자신이 없다. 어디론가 가야 할텐데..
어디로 가야하나?
이럴때 내가 찾아가 악악 거리며 하소연 할 친구 하나조차 없다니..난 이렇게 살아왔구나.
화가나고 남편에 대한 증오로 일렁여야 할 가슴이 왜 이렇게 그냥 아프기만 한거지?
너무나 큰 아픔으로 조여지는 가슴이 터질것 같아 몇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그녀는 남편에게 찾아와선 안??금지된 사랑이었다.
사랑..그것이 사랑이란걸 확인 하는 순간. 남편이 보고 싶었다.
왜 그런지 지금도 알수 없지만....
그녀는 남편보다 한살이나 많았다. 아이도 있고 아이의 아빤 아이가 태어나는 해 교통사고로 이세상을 훌쩍 떠나버렸단다.
"현우씨를..."
남편을 현우씨라 부르며 잠시 내표정을 살피던 그녀의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분을 만난건 6개월전 있어요.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밤12시가 넘어 병원을 가기 위해 덜쳐없고 무작정 나갔지만 택시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지나가는 차도...그때 그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차를 잡지 못해 다급해 할때.그분이 세워주셨어요."
그때였다.
남편이 회사일로 늦어진다고 하며 새벽4시에 들어왔을때. 남편을 좀처럼 12시를 넘겨 집으로 들어오는 일이 없었다.
그날이었구나.
땀에 흠뻑젖어 들어오는 남편에게 그회사는 직원부려먹으면서 냉방기도 틀어주지 않냐며 투덜대던 그날.
남편은...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가슴에 받아들이기 시작했던것 이었다.
지난 6개월동안 남편은 어땠을까?
밖에서 다른 여자와 아이를 만나면서 집에선 내게 충실한 남편이었던 내 남편.
밤을 지새고 온 적도 없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내가 알수 없는 시간을 만들어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었던거지?

호텔방을 잡았다.
여자 혼자서 방을 잡는 모습에서 뭔가 실마리를 잡으려고 애쓰는 후론트에 남자의 시선을 느꼈다.
'속물들.'
방안의 커텐을 열어 제치고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은수. 응. 재민인? 그래? 엄마두 찾지 않네? 곤석 나중에 혼내줄까보다. 보고싶지. 그래서 더 섭섭해 지는것 같아.
박서방은 오늘 늦어. 요즘 회사일이 바빠.그래 ."
아이의 옹알거리는 말소리가 멀어진다.끊어진 전화.
애써 참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오빠네를 내보내고 적적해 하시던 친정부모님께서 한달동안 재민이와 같이 지내고 싶다 하셔서 4살된 아이를 보냈다.
시부모님께선 남편이 대학을 입학할때쯤 외국으로 이주를 하셨다. 그래서 유난히 아이가 외할아버지.할머니를 따랐다.
다행이었다.남편만큼 사랑하는 내 아이가 힘들어 하는 엄마 모습을 보게 되지 않아서.
"재민아..."
하지만 지금 이순간 내게 힘이 되어주는건 남편이 아닌 재민이었다.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모닝콜을 요청한적도 없었는데...
"네?"
"은수야!..."
남편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5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괜찮니? 너 아무일 없는거지? 임마.지금갈께."
"여보...오지마. 지금이대로 내버려둬줘.나중에..나중에 내가 연락할께. 지금은 아니야."
"은수야..."
"끊을께"
언제 잠이 들어버렸지? 그래 그와중에도 잠이 오는 구나.
차라리 깨어나지 말지. 영영 잠들어 버려으면 차라리 좋았을걸..
남편이 나를 찾았다. 그녀에게서 나를 만났다는 이야길 들었을테지. 아마 부산에 호텔이란 호텔은 전화를 다했겠지.
남편은 내게 무슨말을 할까?
저렇게 걱정스런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남편에게 은희란 여자와 난 각각 어떤의미일까?
이젠 말라 버릴때도 된것 같은데...끈질긴 그것이 흘러내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