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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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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외눈박이물고기 2000-09-23

나는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있었다.
그녀가 와 있지 않을게 분명한데도 난 주위를 돌아 보았다
그리곤 바다가 보이는 창가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렇게 조금만 나오면 바다가 있었구나..'
창밖으로 크게 일렁이고 있는 바다가 보였다
해변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인다. 사랑하는 연인들..단란한 가족들..친구들 이겠지.
그녀를 보면 무슨말을 해야하나? 그녀의 입을 통해 듣게될 모든 진실을 받아 들일 준비를 채 마치지도 못했는데...
그녀의 연락처를 그렇게 빨리 알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날..그날밤 나는 남편의 방을 1시간 가량 뒤집어 놓고서 그것을 찾을 수 있었다.
남편의 오래된 졸업앨범에 잘 펴져 있던 그것.
남편의 지갑속에 잘 간직되어 있던 한장의 사진과 같은 날 찍혀졌다는 걸 쉽게 알수 있었던 사진 몇장과 함께 사진을 넣었던 봉투에 적혀 있던 낯선 이름석자와 전화번호...
그제서야 난 내가 처한 현실을 실감 할 수가 있었다.
남편에게...버릴수도 있었던.. 사진을 담았던 봉투 마저도 소중했던 거였나? 그녀와 연관된 것이라면 이런 하찮은것 까지도 남편에겐 소중했던 것이었다.
심한 배신감과 질투심에 그것들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던 내가 너무 싫었다.
그날이후 일주일을 엉망으로 보냈다.
울고..또울고..웃다가..울고.또 웃었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뭐야? 무슨일 있니?..얼굴이 왜 그모양이야? 왜그런거야?"
이런 남잔데...분명 나를 사랑하고 걱정해주는 단 하나의 남자인데...내 직감이 보기좋게 빗나가 주길 빌고 또 빌며 나는 남편에게 첫번째 거짓말을 했다.
"아니... 학교때 단짝이던 애가 갑자기 교통사고래...이러다 괜찮아 질거야.조금만 내버려둬줘.금방 나아질거야..."
그런나를 가만히 감싸안고 남편은 정말 걱정스런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참나.이러니 큰일이다.넌 말이야 지금까지 진짜 변한게 없다.
서른넷이나 된 아줌마가 이렇게 여려서야 ....너 시장가서 깍아달란 말도 못하지?... 잊어. 그런기억 오래 담아두지마라."
내 남편 박현우는 그런 남자였다.
지금까지 남편의 사랑으로 살아왔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끝은 언제나 남편이 있었고.남편의 눈이 나에대한 사랑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런데...
커피잔속에 담긴 마지막 모금을 마실때 내 시선엔 그녀가 들어왔다.
사진속의 그녀.
사진보다 훨씬 정숙해 보이고 단아한 그녀의 모습 어디에고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여자의 모습은 없었다.
그래.뭔가 잘못된 걸거야.저런 여자가 내 남편과...아니,아니지.
커피잔을 내려놓고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이내 나를 알아봤고 조금 망설이더니 내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전.."
"박현우씨. 사모님이시죠?"
"...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앉죠"
"......"
"......."
그녀는 들고온 가방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나역시 무슨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할지 망설여 지는건 마찬가지였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나즈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
"그분께서는 아직 모르시는것 같더군요."
"남편과...서로 연락을 하시나요?"
"...."
그녀는 또 말이 없다.
내 기대가 잔인하게 밟혀지고 있음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여자인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