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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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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그 처음과 끝!


BY 호박덩굴 2001-04-08


안녕들 하신지요? 소설방에서 랜만에 인사드림다. 꾸벅~

딴데서 좀 노니라고요...양해를...

딴데란 콩트방, 에세이방, 아지트 머...이런데죠. 오데긴요. ㅎㅎ

오랫동안 안써서 무뎌진 칼날이 잘 될까 몰것슴다만,

한번 무나 썰어볼라고요.

그럼 준비이~~~ 요이~~~ 따앙!!!



<야근 시작할 즈음>

-마누라-

남편이 야근을 한단다.

토욜도 읍씨, 일욜도 읍는 야근을...몇 달 동안이나...

U...E...C...머 그런 회사가 다 있노?

지난 여름내내 파업한다꼬 전국을 돌아댕기더니

이제와서 밀린 업무를 한대나? 어쨌대나?

사람 고생을 우째 그리 시킨다냐?

황금이라도 많이 주고 일을 시키마 말도 안한다.

주말에 쉬어야 하는데, 쉬지도 못하고 일하러 가는 울 신랑 불쌍타.

저녁이나 잘 챙기묵어야 될낀데...

사묵는 밥이 무신 근기가 있나? 영양가가 있나?

그저 입에 짝짝 붙게 음식을 맹글자나!

식당에서 국산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맹그는지 것도 의심스럽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맨날 무얼 사묵는지...

내가 밥을 해다 나를 수도 없고...

불쌍한 남푠!

그나저나 툭하면 부려묵던 기사노릇을 못시켜 우야지?

택시비 엄청 깨지게 생겼네? 택시비 달라고 하까?

밥 때 마다 전화한다.

"아~는?" 하면서...

내한테 좀 관심가져 주지. 맨날 "아~는?"이다.


-남푠-

회사에서 야근을 한단다.

일 이주도 아니고, 한 두달도 아니고, 다섯 달 씩이나...

하라카니 하긴 하지만서도 영 껄쩍찌근 하다.

여름내내 파업한다고 못한 일을 하라는 거다.

말이 야근이지, 일 안한 시간만큼 뗌빵하라는 거다.

마누라에게 야근한다고 이야기를 하니 얼굴이 파랗게 굳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이 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좀 크냐? 크하핫!

아침에 애 밥맥여 학교보내는 사람도 나지,

구질구질한 집, 거울맹그는 사람도 나지,

냉장고에서 썩어 문들어지는 음식, 처분하는 사람도 나지,

애 모?u시키는 사람도 나지,

일욜마다 장모님과 마누라 실어나르는 사람도 나지.......

그나저나 내가 야근하면 애 밥이나 제대로 챙겨맥일지 걱정이 태산이다.

툭하면 밥사묵자 카는 사람인데,

또 내만 없으면 애한테 밥을 제대로 안주는 마누라라서...

떡볶이니, 김밥이니, 빵이니 이런 걸로 떼운다.

그것이 간식이지 밥인가?

몇달이나 제대로 못챙겨묵을 아이를 생각하니 가심이 찌저진다.



<야근이 끝나고>

-마누라-

에이~ 혼자 시간많고, 저녁 안차려 줘도 되고 좋았는데...섭하다.

쩝...야근 좀 더 안하나?

처음에는 신경이 쓰이고 잘 챙겨맥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만,

시간이 지나니 '머 그려려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몸살이 나서 한달꼬박 아팠었는데,

아푼 사람이 안아푼 사람을 우예 챙겨 맥이노?

도리어 아푼 사람이 해주는 것 묵어야 하는데...

저녁 시간되어서 꼬박꼬박 들오는 남편이 좋기도 하면서

저녁챙겨 맥일려니 여간 귀찮고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좋은 시절 다 같다.


-남푠-

지긋지긋한 야근을 5개월하고 끝났다.

으~~~~~징혀~~~~~

처음에 야근하라고 했을 땐, 사실 앞이 깜깜했었다.

어떻게 야근을 그렇게 오래 하노? 했는데,

이젠 집에 있으니 심심하고 답답하다.

처음엔 남들 다 노는 주말에도 삼실에 출근해야 하는 처지가

깝깝하고 몸도 천근만근 찌부둥했었는데...

아들은 맨날 놀아달라고 보채지만, 공던지기도 한두번이고,

컴퓨터 게임도 한두번이지...

삼실에 나가면 친구들 있지, 맘만 묵으면 야근 핑계대고 술마실 수

있지, 술친구야 언제든지 OK! 아닌가?

업무 처리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집보다 더 재밋다.

땡!하면 퇴근할 땐,

퇴근시간이 되어도 퇴근안하고 삼실에서 비비적거리는 인간들을 이해

하지 못했는데, 이젠 이해가 간다.

신혼때야 마누라 궁디 뚜드리러 일찍 드가고,

애 어릴 땐 애 재롱본다고 일찍 집에 드간다카지만,

인자사 마누라 궁디도 무겁게 추욱 늘어져서 볼 것도 없고,

애도 다 커서 컴에만 붙어있으니 아부지가 집에 가도 씨름할 꺼는

TV밖에 읍따. 그럴 바에야 아예 삼실에서 동료들하고 노능 게 낫지.

다른 사람들은 같이 낚시가자고 붙잡더만,

우예 생겨묵었은 사람인지, 비위가 약해서 비릿한 생선 비린내를 못맡는다.

그래서 혼자 뚝딱 떠날 곳도 읍따!

으이그~ 좋은 시절 다가고 이제 마누라 기사 노릇만 남았구나!

프로야구 보는 재미로 살지머...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