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요, 우리.
밤새 내가 생각했던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다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었다. 그리고 그와도 계속 만나고 싶었다. 근데 그 순간 그런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남편의 몸이 잠시 굳은 것처럼 보였던 것은 내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하필이면 헤어지자는 말을 할 때 우리라는 말이 붙었을 것은 뭐란 말인가.
남편은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그를 만난 지 다섯 달이 되어 가는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 날 나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완벽하게 끝이 난 거라고 생각했다.
첫사랑에 눈멀었던 어리석었던 나는.
하지만 끝난 것은 실로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을 뿐.
그 해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특별히 눈이 많이 내리지도 않았고 몇 십년만에 오는 혹한이라는 예보도 없었다. 하지만 내겐 가장 추웠던 겨울이었다. 내겐 아무도 없었다.
남편도, 주해도, 그 마저도.
남편과 헤어지고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내게 이별을 얘기했다.
헤어지자, 우리.
헤어지자고 말하는데 우리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붙다니. 나는 말했다.
나는 이제 혼자야. 내 곁엔 이젠 너밖에 없는데.
그랬다. 내겐 남편도 주해도 아무도 없었다. 내게 기댈 사람은 그 뿐이었다.
보고싶으면 아무리 참아도 보고싶으면 어떻게 하지? 그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내가 눈물에 젖은 소리로 물었지만 그는 웃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윤아가 내가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일은.
나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분명 얼마 못 가 그가 보고 싶어서 미쳐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 그렇게 쉽게 내 첫사랑은 가버렸다.
아. 나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끝난 다는 걸. 결코 마지막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걸. 그렇기에 더 애틋하고 가슴 절절한 사랑이라는 걸. 첫사랑에 빠져 있었던 나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