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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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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난바보다누구보다 2000-10-11


그 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 다음 날. 남편은 회사에 나가지 않았고 주해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아침을 먹지도 않았고 열 시가 넘도록 잤다. 아니 모두들 자고 있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걸 피부로 느끼며 누워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남편은 어제와 달리 침착한 목소리였다.
뭘요?
나는 내 목소리에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길 바라며 그렇게 내뱉었다.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예전에 나는 생각했어. 결혼을 하고 다른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는 사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옆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나. 내가 결혼해서 내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면 절대 같이 살지 않는다, 그걸 알게 된 순간 끝이다, 그렇게. 근데.
나는 침을 삼켰다. 남편에게 들릴 만큼 큰 소리였다.
옆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있지 않다면, 그러니까 결혼을 하고도 그 사람에게 사랑을 느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게 당연하다..., 그런 생각이 들어.
자책하는 남편에게 나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나쁜 여자가 되겠다는 건가.
그 사람, 사랑하는 거야? 내게 다시 돌아오기엔 늦은 만큼 멀리 간 거야?
모르겠다. 그 사람을 사랑하고 남편에게 다시 돌아오기에 늦은 만큼 멀리 간 것 같긴 한데 남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모르겠다.
나, 사랑해요?
나는 연애할 때도 묻지 않던 것을 묻는다. 글쎄 혹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예상했었다.
그래, 당신을 용서하고 싶을 만큼 사랑해.
남편은 일어나 앉으며 말한다. 왜 진작 내게 일깨워 주지 않았는가. 나에겐 날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음을. 나에겐 그를 사랑해야할 의무가 있음을.
당신은?
남편이 짧게 내뱉는 그 말에 난 답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가. 분명 사랑해서 결혼했을 텐데. 분명 주례사의 신부는 신랑을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것입니까? 라는 대답에 네, 라고 대답했을 텐데. 내가 말이 없자 남편은 날 향해 돌아앉는다.
다시 사랑할 수도 없는 거야? 이미 그 녀석에게 가버린거야?
화난 듯 말하는데 난 그 목소리가 슬프게만 들린다.
미안해요.
내가 가볍게 신음소리와 함께 토해낸 말은 그것뿐이었다. 내 어깨를 흔들던 남편의 손에서 힘이 빠진다.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래?
나는 밤새 그것을 생각했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내가 남편에게 그에게 주해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남편이 내게 어떻게 해 주길 바라고 있는가, 지금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