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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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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난바보다누구보다 2000-10-08

오랜만에 올립니당...제가 하는 것두 없이 바빴었거든요...


아, 나는 미쳤다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정말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는 거야.
남편이 출장을 가고 없는 빈 집. 다섯 살 난 딸아이가 제 방에서 잠들어 있는 집. 그런 집으로 한밤중에 그를 불러들인 것이다. 이것을 사랑이라 불러도 좋다면... 세상이 내 첫사랑을 용서해 줄 것인가.
사랑해.. 사랑해...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말했는지 그가 말했는지 아니면 우리 둘 다 말했는지.
내 귓가에 들리던 사랑해란 고백은 가슴을 찔렀다. 불현듯 마지막이 될 거같은 불안감. 자신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무언가 산산히 부셔지고 말 것 같은 예감.
그와 살고 싶다... 나는 정말 미친 여자인 모양이었다. 알게된 지 이제 삼 개월이 조금 넘은 그와 살고 싶다. 지금까지 쌓아 놓은 모든 것을 포기해도 좋을 만큼. 아. 나는 가볍게 신음을 뱉어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가 움칫했고 나역시 몸이 살풋 떨렸다. 나는 전화벨이 세 번 울렸을 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나야. 뭐하고 있었어?
남편이었다. 남편은 출장지에 가서도 잠들기 전에 꼭 전화를 하곤 했다. 나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그에게 전화가 왔던 그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내가 뭘하고 있었던가. 나는 그냥 TV보고 있었다고 둘러댔다.
지금 파도소리 들려?
남편은 휴대폰을 바다로 갖다대 주었다. 그제야 나는 남편이 부산으로 출장을 갔다는 걸 기억해냈다.
네, 들려요.
나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파도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구별할 수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말했다. 그를 힐끗 쳐다보니 소파에 앉아 있다.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은 멍한 눈빛으로. ....가슴이 아프다.
주해는 자?
네, 저녁 먹고 금방 잠들었어요.
나는 그가 앉아 있는 소파 옆으로 간다.
바다 보니까 당신 생각나. 우리 신혼여행 생각 나?
네, 참 멋진 바다였죠.
나는 그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 바닷물이 참 맑았어. 우리 여름에 휴가도 못 갔는데 가을에 어디 여행이나 갈까?
그러든 지요.
나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왜? 싫어?
아뇨. 피곤해서 그래요.
아, 그래? 내가 피곤한 사람 붙들고 너무 오래 얘기했나? 그래, 얼른 자. 내일 전화할게.
당신도 잘 자요.
그렇게 전화는 끊겼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남편과의 대화 내용을 잊어버렸다. 그의 눈물을 닦아주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