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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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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난바보다누구보다 2000-09-14

우리 언제까지 이래야 돼?
그가 물었다.
뭘?
우리가 언제까지 남편 몰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남편에게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몰라, 그런 건 생각해 본 적 없어. 왜 들킬까 봐 불안해?
나는 그에게 살짝 눈을 흘기며 물었다.
솔직히 그래. 나 스물 여덟이야. 결혼도 하지 않았고. 윤아하고는 달라. 생각해봐, 우리가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 거 같애?
그리고 그는 짧게 덧붙였다. 나 윤아에게 상처주기 싫어, 하고.

상처. 그는 상처받은 사람이었다. 결혼을 꿈꾸었다. 그리고 사랑했던 여자에게 상처받았다. 아름다운 결혼생활을 꿈꾸었던 그는 결혼하기 전에 사랑에 버림받았다. 아무에게도 이젠 어느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열지 않으리라 다짐했어.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근데, 윤아... 널 사랑해. 그가 그렇게 말해 주었을 때 나는 얼마나 마음이 저렸던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어머니가 입원을 하셨을 때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 가슴 아픔. 아니 떨림.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도 널 사랑해.
자려고 누웠을 때 남편이 가만히 나를 불렀다.
당신,
남편은 오늘 조금 이상했다. 저녁을 뜨는 둥 마는 둥 했고 몇 마디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 역시 그에게 말을 걸거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의 말을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 몰래 그를 만나는 것, 이젠 관둬야 하는 걸까.. ...
요즘 낮에 어디 나가?
만약 불이 켜져 있었다면 나는 남편에게 금방 들키고 말았을 것이다. 당황한 내 얼굴을.
아니요, 왜요..?
남편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면 됐어.
남편이 알게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가 그를 만나고 있다는 걸,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남편을 사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근데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건 너무도 확실하다.
언제든 사랑을 택해. 사랑이 제일 중요한 거니까.
이건 남편이 해 준 말이었다. 해외 지사로 발령을 받고도 나를 위해 주해를 위해 포기하기로 했다며. 나는 사랑을 택해야 하는 걸까? 사랑하는데 너무도 사랑하는데 왜 나는 쉽게 그것을 택하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