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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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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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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난바보다누구보다 2000-09-08

여보세요?
거기 주해네 집이죠?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나는 그렇게 묻고 있었지만 사실 그 목소리를 금방 알아버렸다. 거기, 하는 순간, 아니 전화벨이 울리던 그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전화를 건 사람이 그라는 것을, 성준이 삼촌이 아닌, 내 첫사랑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버렸다.
저, 성준이 삼촌입니다. 기억하세요?
누구라구요?
여기 나는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고 말고. 그 짙은 눈썹과 건장한 체격, 그리고 우수에 찬 눈빛. 그를 만난 이후로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는 그의 모습. 하지만 나는 모르겠다는듯 말했다. 그를 긴장시키고 싶었다.
성준이 삼촌이요, 기억 안 나세요?
아, 네.
나는 그제야 기억이 난 듯 웬일이세요? 하고 물었다.
혹시, 시간 있으세요?
열 한시. 이 시간은 나에게 낮잠을 자거나 이웃집 준호 엄마에게 놀러가 수다를 떠는 시간이다. 그도 아니면 쇼핑을 가거나. 시간은 내게 언제나 있다. 하루가 스물 네시간인 것이 나는 언제나 못마땅했다. 너무도 길게 여겨지기에.
잠깐 점심이나 할 까 해서요. 할 얘기도 있고 해서.
그를 만날 이유가 내겐 없다. 하지만 그를 만나지 말아야할 이유는 더 없다.
무슨 얘기요?
나는 수화기를 든 오른손을 꽉 쥐며 묻는다. 그가 어떤 얘기를 하든 나는 그와 점심 약속을 할 것이었다.
성준이 얘기로 상의 드릴 게 있어서요.
나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안다. 그도 내가 그 말을 믿지 않음을 알 터였다.
네.
이따가 열두 시에 사거리 레스토랑에서 뵐 수 있을까요?
조심스런 그의 물음에 나는 더 이상 끌지 않기로 한다.
그러죠.
그의 전화가 끊기고 수화기를 통해 뚜뚜뚜 신호음이 들릴 때까지 나는 그대로 있었다. 이건 꿈일지도 모른다. 열 한시 십오분. 나는 지금 낮잠을 자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 꿈이라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