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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의 조력 자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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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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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혜란 2000-08-29


영득: 그래서 어쨌단 말이야. 니네 계속 놀릴래.

영득이가 씩씩거리며 일행을 뛰쳐나와 저만 혼자 둑방넘어
길을 가고 있었다.
영득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조금은 터질것같은 탱탱한 몸매
다. 얼굴에는 잔뜩깨가 뿌려져 있고 커다란 눈망울과 약간
은 돌출된 눈 주위때문에 별명은 그당시 인기있었던 "한무"
아저씨였다.
수업시간에 책을 세워놓고 그안에 만화책 받쳐놓고 읽다가
세계사선생에게 걸려 교실구석에 수업시간내내 서 있었다.
나와 선옥이 현영이가 아까부터 그걸 계속 놀리던 중이었다.
내가 선옥이 손을 꼭 잡으며 조그맣게 말했다.
"제, 화가 나서 남자중학교 앞으로 지나고 있어"
"어,정말 킥킥킥"
우리는 웃는모습을 안보이려고 허리까지 구부려 땅을 보고
웃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는 현영이가 영득이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영득아, 화풀어 내일봐"
제일 맘 약한 현영이가 먼저 놀린것을 사과하자 웃고있던
우리도 영득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야, 세계사 잘가"
실개천을 사이에 두고 우린 둑방아랫길, 영득이는 둑방윗길
(남자중학교 정문이 있는)에 서서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그땐 그랬다. 놀리고 돌아서서 사과하고 울다가 웃고 박수치고
소리지르고...
우리네명은 같은반 단짝이다. 처음으로 과목마다 선생님이
바꿔서 들어오시는걸 신기해하고, 학교안 매점이 너무 신기
하고, 브래지어 하고 왔다고 놀리는 밉살스런 남자애들이
없어서 너무 좋아했다.
여러친구들과 모이기만하면 히히거리고 쉬는시간마다 매점에
줄을 서고 점심시간에 말타기하고 그렇게 우리는 다섯달을
보냈다. 좀 있으면 중학교와서 처음맞는 여름방학이다.
열심히 영득이에게 손을 흔들다보니 처음엔 몰랐는데 영득이
앞에 뭉쳐서 가고 있던 남학생들이 우릴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거 같았다.
" 야, 제내 우리한테 손 흔드는거 같지 않냐?"
" 누구, 저 때거지로 몰려있는 남자애들 말이야?"
선옥이가 묻고 내가 답했다.
그랬다. 영득이에게 손흔들고 둑방길이라 소리소리 지르는게
들리고 보였었나 보다.
남학생들은 여학생인 우리가 먼저 관심을 보인걸루 착각
하는것 같았다.
" 어떻해? , 저봐 영득이한테로 가잖아"
남학생들이 몰켜가서 영득이한테 뭐하고 하는것 같더니
우릴향해 소릴 질렀다.
" 야, 저 아래 다리로 와, 첫번째 다리, 다리"
가슴이 덜컹했다. 같은반 남자애들하고는 생일파티도 같이하고
편지도 주고받고 스스럼없이 놀았지만, 이제 여자대열에
꼈기도 했고 남자애들과 놀때는 지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아,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