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찾아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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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달라도 너무 달라 그 흔하디 흔한 사람들 속에조차 쉽게 파묻혀지질 않아. 그래서 난 언제나 별수롭지 않은 듯 그녀를 바라보곤 해.
늘상 무슨 생각을 저리 골똘히 하는 것일까?
새치름쟁이인 그녀는 내가 아무리 곁눈질을 해도, 바람난 동네 강아지마냥 졸졸 따라다녀도 아는지 모르는지 시종일관 같은 표정, 같은 몸짓을 하고 있어. 때론 그런 그녀가 너무 얄미워서 잔뜩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건 그녀 없는 나의 일상은 메마른 오아시스라는 거야.
나 아침에 깨면 자꾸만 멍해지는 걸 느껴.(순간 느껴지는 달콤쌉쌀음한 행복, 아니 그것은 어쩜 비극일 지도 몰라) 나 자신조차 감당할 수 없을만큼 그녀를 생각하고 있거든.
언제였더라. 그녀를 처음으로 만난게....
내가 그녀를 처음으로 만난 게 정확히 몇 날, 몇 시이며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알지도 못하는 나이지만 그녀가 어느틈엔가 나의 온 정신을 송두리째 앗아 갔다는 사실만은 확신하고 있어. 녹슬대로 녹슬어 버린 고철 덩어리로 빈틈 하나 없던 나의 머리 속을 가득메우기 시작한 그녀의 잔영들은.... 어찌보면 그녈 만나게 된 건 우연도 아니야. 누군가 그러더라. 이 세상 사람들은 1퍼센트도 채 안되는 미묘한 공간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며 한참동안 익숙해졌다가 어느틈엔가 소리소문 없이 헤어져 버린다고, 흩어져 버린다고 말이야.
은은한 사람들 좋아하는 나이기에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은 결코 믿지도 않을뿐더러 별다른 의미도 갖지 못하는게 사실이야. 한순간 번쩍하는 천둥번개는 정말이지 나를 미치도록 서글프게 하거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난 그날도 어김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어. 나와는 다른 세상, 따사한 햇살이 가득했지. 싱그러움이 물씬 풍겨나는 5월의 훈풍을(찬바람 쌩쌩 부는데 웬 5월의 훈풍?) 조금씩 음미하려고나 하는 것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나만을 기다려 온 사람인 것 같이, 그렇게 행복된 미소를 머금은채 그녀가 있었어. 마치 그곳의 난 한여름인데도 기다란 코트를 입고 추워 견디지 못하겠다고 투정부리는 방랑자 같았는데도 말이야.
아마 그래서였을 거야. 어쨌든 그것은 그 누구도 표방하지 못하는 무언의 언질을 내포한 실로 엄청난 느낌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던 거야. 비록 그 순간만은 나를 잘 안다고 자신하던 그 어떤 이도 알아차리지 못하였지. 그 누구보다도 냉철하다고 믿고 있던 나 자신조차도 예견하지 못하던 일이었으니까.
삶은 한순간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녀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고 했어. 물론 여자라면 한 번쯤은 꿈꿔 보았을 독신자로서의 생활을 그녀 또한 간절히 원하던 때가 있었기도 하구.
파란빛 빤질하게 흐르는 하늘 바라보며 한없이 감동할 줄 알던 지난 시절,
하얀 도화지에 일곱 빛깔 크레용으로 열심히 그림 그리는 다섯 살난 계집아이마냥 곱씹듯 설계하는 미래들....
그녀는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 소중한 것인터라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고 해.
그런데....
뭐라고 할까?
그것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우연이었어.
쌍둥이 남동생과 한 학교에 나란히 진학하게 되면서 그녀는 서울하늘 아래 자그마한 둥지를 틀게 되었지. 자취 생활이라니.... 어머니는 그녀 걱정에 하루라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덤벙대고 딴 생각하다 정신 놓기 일쑤인 그녀를 자신의 품에서 떠나 보낸다고 생각하니 덜컥하니 겁부터 나셨다는 거야.
난 원채 그녀가 유별나서 나 아닌 그 누구도 그녀의 진심을 쉽게 알아차리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 물론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일이 걸렸지.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나더러 '우둔한 녀석'이라고 말하는 걸거야. 그녀곁엔 나말고도 그녀를 아끼던 이가 많이도 있었거든. 물론 수십, 수백, 수만명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정녕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무미건조한 나의 일상을 그나마 견뎌낼 수 있는 건 푸르스름한 새벽, 맑고 고운 이슬 가득 머금은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거리의 너무나 멋진 모습들.... 미치도록 자주 다니는 곳이라 익숙할 법한데도 여전히 생경한 도심의 밤공기때문일 거야. 밤하늘을 뚜벅뚜벅 걸어 다니는 별들의 오색찬연한 모습을 조금이나마 감상할 줄 아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게 나를 한없이 기쁘게 한단다. 그것마저 없다면 나는 어떨까?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뚜렷한 모습으로 각인되었던 그녀와의 첫 만남일성 싶은 그 날, 지금부터 영원히 기억될 그 날을 이야기하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