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가족이란 이름으로, 엄마가 아빠를 용서해 주길 바라는 건 제
지나친 욕심이었을 까요.
전 엄마가 아빠를 용서해 주길 바랬어요. 사실 엄마도 아빠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잖아요.
이제 끝이 났다고 해도, 엄마 마음 속에는 아직도 아저씨가 있
고 그렇다면 엄마는 아빠에게 오히려 미안해 해야 하는 거잖아
요.
하지만,전 엄마도 아빠도 다 이해하고 용서하려구 마음 먹었어요
엄마나 아빠나 제 소중한 부모님 이시니까요.
아무 조건 없이 그렇게 용서하고 사랑하는 거-그게 가족이잖아요
엄마나 아빠는 아직 그걸 모르시나봐요. 아니면 부부란 가족
이란 것과는 좀 더 다른 건가요? 전 엄마나 아빠와 핏줄로 맺
어져 있어서 그렇게 용서가 되는 건가요? 엄마나 아빠도 저와 양
쪽 끈으로 이어져 있는 거잖아요...
할머니.
그래도 전 결심했어요.
사막에 피어 있는 선인장이 아니라 오아시스가 되기로요.
아무리 메마르고 건조한 땅이지만 누구에게나 타는 목을 축여
줄 수 있는 맑은 샘이 되겠다고요. 그럴 수 없다면 그 곁에 그
늘 드리우는 야자수라도 되겠다구요. 그래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
어 사막을 여행하는 고단한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갈 휴식처가 되
겠다구요. 남들처럼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이 되지 못한 채 결국
아빠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슬픔이 제게 있지만,그래도 어느 한
구석 삐뚤어 지지 않고 모나지 않게 그렇게 바르고 곧게 성장 하
겠다구요.
엄마나 아빠나 결국 불행한 건 저랑 똑 같을 꺼예요. 아니 어쩌
면 두 분이 더 불행할 지도 모르죠. 엄마나 아빠는 제가 안스러
워 갖은 정성을 다 쏟아 주시고 계세요. 할 수 있는 만큼요.
혹시 제가 상심할까봐 고심하는 두 분 모습을 보니,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 것 같았어요.
아빠가 떠나시던 날,
전 공항에 나가진 못했지만 집에서 아빠랑 약속했어요.
언젠가는 아빠를 만나러 가겠다구요.그리고 그 날 까지 아빠를
잊지 않고 사랑하겠다구요. 아빠도 제 사진을 꼼꼼히 챙겨서 가
방에 넣어 가지고 가셨어요.
사랑하는 우리 아빠가 행복해 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 전 외할머니랑 기분좋은 산책을 하고 있답니다.
엄마는 여행사로 출근 하셨구요,저녁에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오
실 꺼예요. 절 곁에서 항상 지키지 못해 미안해 하셨지만 전 엄
마가 좀 더 당당해 지길 바래요. 엄마가 제 옆에서 하루 종일 챙
겨 주신다면 더 좋겠지만 그러면서 엄마가 행복해 하지 않는 다
면 전 더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엄마가 큰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며 퇴근해 들어 오실 때 전 엄마
를 만나는 기쁨에 너무 행복해요. 아침에 헤어질 때 조금 섭섭하
지만 전 얼마든지 참아 낼 만큼 이제 컸는 걸요.
아빠도 가끔 보고 싶지만, 언젠가 만날 날이 올꺼라구 전 믿어요
아빠가 없어서,,이 다음에 제가 아빠가 되었을 때, 어떻게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할지,벌써 쬐금 걱정이 되지만,열심히 사랑
해 준다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죠 할머니...
할머니,
벌써 시간이 다 되었네요.
1년이란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 다른 아기들한테 가보셔야죠.
전 잘하고 있을 께요..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그리고 언제까지나 건강하세요 할머니.
항상 우리들을 위해서 지켜 주셔야죠.
안녕히 계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