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879

[제2회]


BY 예하 2000-06-14

난 그가 좋았었다.
형제가 없던 나는 얘기상대로 엄마, 아빠보다 더 익숙하고 편했다.

교회엔 무언가 끌리는 것이 많았다.
그가 그랬다. 자기가 교회라고...
난 더욱 그에게로 빠져 들기만 했다.
성가대, 수련회, 새벽 기도회...
난 내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덧 나도 고3 수험생이 되었고, 나 또한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기위해 예외없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고3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성적에 대한 압박감은 날 그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게 하었고, 그래도 내심 이런 나를 그가 이해해 주길 원했었다. 그리고 그도 그럴 것이라 믿었다.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던 그, 날 감싸안아주었던 그였기에...

그러던 어느날 꿈을 꾸었다.

꿈에서의 난 열살 쯤 되어 보였다.

난 아빠 손을 잡고 해수욕장에서 해변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한 여름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은하수, 바다 냄새.. 모든 것이 평화롭고 신비했다.

아빠와 나란히 산책을 즐기고 있던 나는 모래사장위에 초라한 집에서 너무도 밝은 불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노랫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이 해수욕장에 있을 법한 건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호기심이 유난히 많았던 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저게 뭐야?"
"글쎄.. 아빠두 모르겠는 걸?"
"아빠, 우리 저어기 저 집에 함 가보자, 응?" 하며 아빠를 졸랐고,

딸아이가 원하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아빤 "그래! 가보자"하며 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작고 초라한 집에서 나오는 밝은 불빛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고, 거기서 나오는 노랫소리도 내 귀엔 어디선가 많이 익은 노래였다.

찬송가 소리였다.
난 반가웠다. 이런 곳에 교회가 있다니...
반가운 나머지 아빠의 손을 놓곤 그 작은 그러나 평온해 보이는 교회를 향해 뛰어가는데,

난데 없이 어디선가 가시 돋친 철조망이 나를 더이상 들어서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무서웠다.

꼼짝없이 날카로운 철조망 안에 갇혀버린 난 그 구멍사이로 교회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빠의 뒷모습..
'어~, 아빤 교회 안다니는데 왜 저안에 있지?'

'아빤 내가 안에 있는 줄 아는 가 보다.'
라고 생각하며 목청껏 아빠를 불렀다.
"아빠-아, 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단 말야. 아빠-아.."

아빠가 날 보았다.

그였다... 내가 십여년을 두고 믿었던 나의 유일한 친구.

그가 안에서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점점 그의 얼굴이 더 크게 보였다.

난 그가 웃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날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난 꿈을 깨었다. 그의 눈빛, 그 눈매가 잊혀지지 않았다.

이꿈을 시작으로 난 매일 가위눌림을 당해야만 했다.
끔찍 했다. 아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가위 눌림이 얼마나 처절한 싸움인지 모를 것이다.

고3 이었던 난 불안감 때문에 이런 것들이 자꾸 꾸어지는 구나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노력했다.
친구들도 자주 꾼다고 했다.

그러던 늦 여름의 어느 날 밤...
그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