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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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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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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사라 2000-06-05




---아줌마.

---응?

---우리 낼 만나요. 블랙데인 거 알구 계시죠? 내가 짜장면 사줄께요.

그녀는 잠깐 말이 없더니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난 말야, 통신을 시작할 때 한가지 원칙을 정한 게 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철저한 구분.

그리고, 통신의 매력은 상상력의 최절정에 있어.

---세상엔 항상 예외라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난 아직까진 원칙을 깨고 싶지 않아.

---언제나 그렇게 원칙대로 사세요, 아줌마는?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인가요?

웃고 떠들다가도 그 문제에 부딪히면 그녀와 나의 대화는 어느새 논쟁으로 변해 있었다.

만남에 관해서 그녀는 비겁할 정도로 신중했다.

그 문제에 직면하면 잔뜩 겁먹은 아이처럼 예민해지던 그녀.

그러나, 그 무거운 분위기에서 우리를 건져내는 것 역시 언제나 그녀가 먼저 였다.

---에이참, 이러니까 우리 꼭 부부싸움 하는 거 같다.

한없이 진지하다가도 한없이 재기발랄해지는 카멜레온 같은 그녀.

나는 그녀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가까스로 추스려야만 했다.

---우리 결혼해요! 사이버 상이지만 난 당신에게 충실할 겁니다.

당신을 놓치지 않을 꺼예요.

여기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겁니다. 절대루....

나는 일방적으로 결혼식을 선포했고, 일방적으로 서약식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그녀가 동의를 해주었다.

비록 커다란 의미부여가 아니었대도

나에게 성의를 보여주는 그녀의 진정성에 나는 억누르기 힘든 고마움을 느꼈다.

그녀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몇 안되는 특별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장난 같은 결혼식은 그녀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줌마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바뀌어 있었고,

우리는 누가 뭐래도 부인할 수 없는 연인의 감정으로 서로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늘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조심성을 발휘했고,

일정한 거리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흔들어 놓는 건 언제나 내 몫이였다.

그녀에게 보내는 메일에 내 마음의 진실을 힘껏 실어보냈고,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만날 것을 졸라대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완강한 자세로 버티고 서있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그녀를.

나에게 보낸 한통의 메일은

그녀에게 일어나고 있는 심경의 변화를 우울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거의 매일밤 만나면서도 한번도 내비친 적 없는 자신의 속내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
이사를 하고 나서 삼일만에 접속한 컴퓨터.

거기에 니가 있었어.

이틀 동안 미친놈처럼 날 찾아헤맸다는 너.

조심스러운 열정으로 내게 다가오는 산뜻한 한 청년의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이상한 기운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날 이렇게 찾아 헤매다니,

이렇게 간절한 심정으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니,

누군가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 보는 게 나,얼마만인지....

그 아스라한 기억에 하릴없이 눈물이 났어.

그리곤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던 너.

스물네시간 대기중인 충직한 비서처럼,

절호의 순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의의 기사처럼,

그렇게 불쑥 불쑥 내 앞에 나타나던 너.

그런 너를 만나고 있으면 나 무작정 행복하고,

너와 헤지고 나면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처럼 또다시 재투성이 일상으로 돌아와

늘상 이렇게 허기가 진다.

광활한 우주의 그저 티끌만한 존재에 불과한 나를 원하고, 사랑하고, 그리워 하는 한 사람.

너란 존재가 있어 위로가 되는 봄날이다.

우체국 계단에 앉아 오늘도 널 떠올려 본다.
*********

아,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런 당신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을 만난 나는 진정 행운아 입니다....

울컥 치받치는 격정을 자제하기엔 난 너무 젊고 혈기왕성 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의 입술에, 목에, 그리고 온몸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나는 챤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야심가처럼 밀어부쳤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로부터 약속 장소를 받아내었다.

거기까지 우리는 한걸음에 도달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