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경이 날 찾아 온 건 그 때가 처음 이었다. 여느 때처럼 웃으
며,반갑게 태경을 맞으러 터미널까지 나갔다. 태경은 얼마나
더 어른스러워 졌을까.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그는 어느 새
사회인이 되어있었다. 버스가 정차하고 태경을 발견했을 때 오
랜만에 만나는 옛 친구에 대한 반가움만으로 나는 활짝 웃으며 그를 얼싸 안았다.
"야,김태경!너 진짜 멋있어 졌다..반가워!"
"너두,선생티가 물씬 나는데?"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소개할 사람이 있어서,,,,"
그리고 나서 태경은 뒤를 바라다 보았다. 정말 아름답게 웃으
며 한 여자가 거기 조용히 서 있었다.
"어머,진작 얘길 해주지..넌,참"
한 순간 난감해졌다.자기 애인을 얼싸안는 여잘 아무렇지도 않
게 받아줄 여자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저,정원이라고 해요.장정원이요. 반가워요 언니...저 언니
후배예요."
"어머나,그래요?"
"정말 반갑군요. 태경이가 드디어 성공을 했군요. 근데,내가
태경이라고 해도 괜찮겠죠?"
"그럼요,언니. 제게 말 놓으세요."
그녀는 상냥했고,아름다웠고 자신감이 있어보였다. 아마,태경
의 사랑을 확신하고 있는 탓이었으리라.
난 자꾸 웃음이 나왔다. 작은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그들을 마주 보고 있자니,너무나 행복해보여서 즐거웠고,태경
이 좋은 여잘 만나서 무엇보다 감사했다.
"맨날 징징거리기만 하더니 참 제대로 상대를 만났네,근데 정
원이가 좀 아깝다."
"이게 무슨 소리야.의리없이?"
"근데 어째서 한 번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어?"
"태경오빠요,언니 걱정 많이 했어요. 사실 첨에 그 걱정 들어
주다가 제가 이렇게 됐잖아요?"
정원은 웃으며 태경을 사랑스럽게 흘겨봤다.
새삼 코끝이 찡해졌다. 고맙다,친구야-마음으로 그에게 감사
를 전하고 싶었다.
얘기 꽃을 피우다 그들은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향했
다. 정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태경은 내게 편지 한통을 건
넸다.
"무슨 편지야? 청첩장이니?"
"아니,성진이가 전해달래더라."
태경은 담담히 말을 전해줬다.
"성진이 유학 떠났어. 널 한 번 보고 가고 싶었는데,그럴 수
없서 미안하다며. 돌아오면 그 땐 꼭 한 번 보자고 그러더라.
"그래,언제고 볼 날이 오겠지."
"고맙다.태경아. 정원이랑 잘 지내..진짜루"
"그럴꺼야.걱정하지 마."
사랑하는 연인들을 태운 버스가 떠나고,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나는 선뜻,성진의 편지를 꺼내 볼 수가 없었다. 새삼 다시 상처
가 덧날까 두려워 지기도 했다.
- 이만큼 세월이 흘렀는데...뭐.
나 자신을 다독이며,편지를 꺼냈다.
경진에게
네가 떠나던 날, 떠나던 너의 뒷모습을 지켜보았었다.
경진아,한 번 쯤 널 만나러 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냥 이렇게 갔다 올께.
내 젊은 날의 첫사랑이었던 널,이제 나도 보내야 한다고
그렇게 믿는다.
씩씩하게 잘 지낼꺼지.
내가 돌아올 때 쯤 넌 아기 엄마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구나. 널 닮은 예쁜 딸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잘 지내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좋은 추억으로
서로에게 웃을 수 있는 날이 될까.
그?O다.세월이 좀 더 지난후에 난 결혼을 했고, 성진의 말처럼
나를 닮은 딸의 엄마가 되었다.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나
갔던 동창회에서 훨씬 더 보기좋아진 성진과 마주치기도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에게 조금은 미안했지만,나는 스무살 시절
의 나를 미안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조차 지금의 나를 있게한 한 축이었기에.
성진이 딸을 번쩍 들어올리고, 넌 참 엄마를 많이 닮았구나-하
면서 볼을 부비자,딸애는 어색해하면서 아빠를 찾았다.
그렇게 바라보면서 나는 세월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
아,정말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시는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런 글도 올릴 수있는데,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말씀드리
고 싶습니다. 저도 했습니다. 한 번 도전해 보세요-라고요.
고맙습니다.진심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