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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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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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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사라 2000-05-27

---들었어? 그여자 글쎄 S대 성악과 출신이래!

---어머머,정말?

---그런데 그러구 산단 말이야?

한심하다,한심해...

그녀에 관한 소문은 결국은 통속성의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녀에 대한 인심도 뭐그리 관대한 형국은 아니었다.

나는 그 부당한 세상인심의 한복판에서 그러나 특별히 그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도 없었던 나약한 인간이기도 했다.

어쩌면 나 역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외적인 조건들과 내면의 모습들을 시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무리를 지은 인간들의 담합이라는 것은 나보다 나은 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변형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식의 비뚤어진 담합에 가세해서 그녀를 왜곡시키는데 한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마치,조강지처 클럽에 모인 여자들이 본처라는 자부심 하나로 똘똘 뭉쳐 멋대로 선을 하나 그어놓고

선안의 자기들만이 최고라고 득의양양하는 삼류코미디 같은 상황에는 적어도 동조할 수 없었다.

나 역시 한남자의 아내고,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본부인이고,

가문을 길이 빛낼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둘씩이나 생산한 보무도 당당한 조강지처였으나,

안그래,안그래..? 하며 자기편임을 확실히 하라는 유치한 어린애들 편싸움 같은 현실은 언제나 내게 낯설은 것이었다.

그러기에는 우리삶의 모습이 너무나 다양하고,가변적이며,또 모순투성이 이지 않던가.

나는 또 뭐그리 위대해서 누구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조강지처나 쎄컨드나, 여자들에게 있어 위태롭긴 마찬가지인 자리.

대체 어느것이 더 안정적이고 보장된 위치라고 단정할 수 있단 말인가.

확신을 하며 살기엔 우린 너무나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도처에 지뢰밭이 있고,도처에 늪이 있어

어느 순간 발목을 저당잡힐지 모르는 이시대에서 자유로울 자 과연 그 누구인가.



그녀는 떠났다.

미처 봄이 오기전에 왔던 그녀는 그봄이 다 가기도 전에 서둘러 이 동네를 떠나갔다.

걷잡을 수 없이 무성해지는 소문의 풀숲에서

결코 따뜻했다고 할 수 없는 시선을 견뎌내지 못한 연약한 새 한마리가

야반도주 하듯,줄행랑을 치듯 그렇게 사라졌다.

그녀가 떠나던 날,

제멋대로 돌을 던졌던 여자들은 멋쩍은 웃음으로 아기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었고,

그녀는 처음 올 때의 그 미소 그대로 동네를 멀리멀리 벗어났다.

나는 지금도 그날 남기고 간 그녀의 그 묘한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온화한 미소 속에 잔뜩 머금어진 조소.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하던 그녀의 미소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희가 사랑이 뭔지 알기나 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