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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10

뻥녀


BY myheart 2000-08-23


오랜만에 팔뚝의 미용실에 놀러갔다. 아무리 티격태격해도

그래도 나의 영원한 친구는 팔뚝이라니까....요즘은 음료도

콜라대신 3 % 라는 음료로 바꾼걸 보니...암래도 냄새가 난

다..냄새가...방구냄새 말구...돈버는 냄새말야...

오늘도 팔뚝은 열씨미 돈을 벌고있다. 우덜보다 더 안생긴

어떤 손님의 파마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그 우람한

팔뚝을 놀리며 "가위손"이상의 똥폼을 잡고 있다....글타

결코 "똥폼" 이런말을 입밖에 낸적은 없다...그말은 내가

죽을때까지 혼자서 내 가슴속에만 새겨야할 말이기땜에...

가끔은 꿈에 내가 "똥폼"을 입밖으로 발설했다가 팔뚝이

가위를 들고 쫓아와 내 이쁜 궁디에 똥침하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그 안생긴 손님은 머리손질이 다 끝난 후에도 한참 거울을

들여다보며....나한테 한마디를 툭 던졌다..."유어도 여기

헤어하러 왔어요?" -_-;;;;;;;;;; ( 남이야 머리를 하던 말던,

너도 장난아니게 ?첸耐립?...) 그래...이쁜 내가 참자...참

어.....

난 손님이 나가자마자 잽싸게 팔뚝에게 그 안생긴 손님에 대

해 여러가지 질문을 마구마구 퍼부었다..마치 A4통신에서 나

온 기자처럼...(AP 통신이라구? 나두 알어..알어..이럴땐 빨

리 내얘기를 계속 하는것이 중요하단걸 알고 있지...) 글구

그녀가 팔뚝 미용실에서 유일한 외상손님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녀의 별명은 뻥녀였다....이동네에 이사온지 얼마안되는데

도 뻥녀의 소문은 벌써 무섭게 번지고 있는 중이란다.......

일단, 뻥녀는 이사온 날부터 쌀,라면,고추장,식용유...별의

별 물건을 다 빌리러 다녔다는 것이다. 쌀을 빌리러 간 집에

다는 자기 친정이 경기도 이천에서 이름난 부농이라고 하고...

고추장 빌리러 간집에다는 자기 친정이 순창 갑부라 하고...

또 라면을 빌리러 가면...친정아버지가 넝심 사장...식용유

빌리러 가면 친정아버지가 핵표 식용유 사장이라는 등.....

나중에 갚겠다는 명목하에 맨날맨날 생필품을 전부 뻥으로

구비한다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설마설마하면서도

뻥녀의 뻥에 어느덧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뻥녀의 부

탁을 안들어주면 뻥녀는 밤이고 새벽이고 목표를 정한 사람

집에 수시로 찾아가 반드시 목표달성을 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녀가 결정적으로 팔뚝에게 뻥녀로 찍힌것은 젤 싼 파

마를 외상으로 하고가서는 다음날 저금통을 턴 흔적같은 1000

원,500원,100원등의 돈을 비닐봉지로 담아서 가져왔다는 것이

다. 그러니 둔한 팔뚝마저도 뻥녀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뻥녀는 요즘은 한술 더 떠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는

는둥. "개놈 프로펠러"를 연구했었다는 둥...나날이 그 뻥

의 도가 심해진다는 것이다.아무래도 의심스런 녀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팔뚝도 나에게 미리 주의경고를 했다...뻥녀가 이제 나

와 안면을 텄으니 분명 조만간 나를 찾아올거라는.....

난 팔뚝의 미용실을 나오면서...갑자기 마음이 심란하긴 했

지만...뭐 뻥녀가 우리집에 온다해도 아무것도 안 빌려주겠

다는 결심을 굳게 굳게 다졌다...


"띵똥" 초인종 소리에 난 아파트 현관문에 딱 달라붙어서

팔뚝의 콧구멍만한 렌즈를 통해서 바깥 동정을 살폈다.

마치 사건을 맡은 셔얼록 탐정의 폼으로...역쉬나....

대예언자 팔뚝도사의 말대로 뻥녀는 우리집에 달착륙보다

더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디러 온 것이었다....기냥 모른척

해버려?...아니야..아니야..그러다 밤이고 새벽이고 와서

허구헌날 띵똥거리면 안되지...

난 심호흡을 가다듬고..문을 열었다...


뻥녀는 일단 우리집을 한바퀴 둘러보더니...불고기 재료가

모자라서 왔다며 참기름,깨소금,설탕,파,간장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래...그정도야...첨이자 마지막으로 빌려준다..그래....

빨리 받고 꺼져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줄곧 미소

를 머금은 얼굴로 뻥녀의 요구사항을 다 충족시켜주었다. 그

런데 고맙다는 말은 커녕...나한테 불고기할 고기도 두근만

빌려달라는 것이다...뭐...이런게 다있어? 그럼..완죤히 불고

기재료를 여기서 다 만들어가겠다는게 아닌가? 드뎌 호수와

같이 잔잔하던 내마음은 순간에 발칵 뒤집어졌다. 난 빌려

주려고 했던 참기름,깨소금,설탕,파,간장을 다 뺏고 뻥녀를

앞장세워 그녀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이미 팔뚝에게 그녀의

집주소를 들어 알고 있던터라...뻥녀는 입장이 바뀌어 마치

복날 끌려가는 개꼴로 자기집으로 끌려갔다...초인종을 누

르자 허름한 옷의 할아버지,할머니가 거실에 계셨다. 뻥녀

는 일년만에 시골서 올라오신 친정부모님께 불고기를 해드

리고 싶었던 것이다...실직을 비관한 남편은 장인,장모가

오시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단다...뻥녀의 눈에 잔뜩 고였

던 눈물이 쭈루루룩...흘러내렸다.


으흐흐흑...난 밖으로 나와 팔뚝에게 S.O.S 를 때렸고...우리

의 인정많은 팔뚝은 두툼한 지갑을 가지고 나왔서 결국 불고

기집에서 거하게 쐈다....(팔뚝 화이팅! 대한민국 화이팅!)



뻥녀는 지금도 뻥치는 버릇을 다 고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팔뚝과 나 대장의 우정에 살며시 끼어들게 되었다..

실직한 남편을 위해 팔뚝의 미용실 일을 돕게된 뻥녀땜에

팔뚝은 요즘 무쟈게 고민한단다...미용실에 오는 사람들에게

팔뚝에 대해 뻥치는 뻥녀때문에...


"우리 사장님 팔뚝은 이태리 몽마르뜨에서 미용을 배우신 분

이라는거 아닙니까? "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