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편 -
오늘도 나의 영원한 교통수단 지하철을 타고 있다.
시원한 에어컨이 풀가동되고 사람들은 느긋하게 앉아서
지하철여행을 즐기고 있다. 헉.....그러나 유일하게 나
혼자 서 있다. 이럴수가.....나의 눈은 지금 개그맨 이
갱규의 눈보다 더 빠르게 돌고 있다.....앗...띠디디디디
순간 포착....어느 총각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머리위에
던져놓았던 가방을 내리고 있다...음....갑자기 뛰어가면
이상하기때문에 서서히 접근중.....헉....아니 이넘이....
가방을 내리더니 두툼한 책을 꺼내어 시험공부를 하는지
볼펜으로 쭉쭉 긋고 난리다...에구에구 꽝이다...나도 할
수없이 그넘의 책에 관심이 있는냥 같이 들여다보는척한다.
내가 그책을 들여다보니 그넘의 양옆에 앉은 할무이와 나
랑 비슷하게 생긴 아줌마가 역시 같이 들여다본다. 넘은
무안한지 계속 똥나오는 볼펜으로 줄만 쭉쭉 긋는다. 이넘
의 하는짓으로 봐선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트릭
임에 틀림없다....그래...드러버서 나 안 앉는다...난 지하
철에서 자리 맡으려고 가방 던지고 그러는 아줌마
아니다. 절대루. 절대루... -_-;;;;;;;;;;;;;;;
포기하고 서 있는데 손에 들고 있던 지하철표가 바닥으로 떨
어졌다. 줏으려고 쭈그리고 앉는 순간....덜커덩....아니 지
하철이.......꽈당....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흑흑흑....
오늘 패션은 흰바지였다...흑흑흑....패션리더를 자처하는
나에게 아주 치명타이다...그래도 내가 넘어지는게 불쌍해
보였던지 이넘이 갑자기 자리를 양보한다. 하긴 세명이 넘
의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공부가 될리가 없지...흠흠흠...
드뎌 앉았다...옆의 할무이는 이제 고무신을 다 벗어던지시
고 주무시기 시작하신다. 헉....발도 무쟈게 안씻나보다...
오징어 50 마리를 동시에 구워대는 냄새와 맞먹는 막강한
냄새다....그렇담...나도...질수야 없지...나도 운동화 두
짝을 같이 벗어버렸다. 할무이가 한순간 눈을 떠서 나를 잠시
째려보시더니 그래도 졸리우신지 나한테 완죤히 기대어 주
무시는 것이다. 나도 슬슬 졸립기 시작한다. 아....천국이
어라...시원하고,편안하고,아늑하고...음...엄마 뱃속에 다
시 들어간 기분....여러분, 행복은 먼곳에 있는것이 아니어요.
귓가에 아득히 들리는 소리 "이번역은 서울역입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그런데 이 할무이가 내리실
역이었나부다. 갑자기 후다닥 고무신을 급히 신고 내리신
다. 다시 잠들려고 하는데....오잉....고무신 한짝이 바닥
에 그대로 있네...이런..이런...할무이가 급하게 내리시면
서 신발을 한짝만 신고 내리셨나부다. 음...정의의 사도 대
갈장군 나가신다....나는 타잔에 버금가게 소리지른다....
"할머니(속으로 이 주책맞은 할무이야..)...고무신이요....
여기요..." 문이 닫히려는 순간 난 성공적으로 할무이의
고무신을 문사이로 날려버렸다. "골인...골인..." 헉....
이게 무신 월드컵 축구냐...아저씨 한명이 기쁨의 감격을
나와 함께 나누고 있다...역쉬...난 오늘도 좋은일을 했나
봐....그런데 사람들이 왜 자꾸 날 쳐다보는거야 ? 이쁜
거는 알아가지고...그런데...어찌 좀 이상타.............
아니...우째 이런일이...아까 내가 벗어놓은 운동화가 왜
한짝 밖에 없지? 두리번...두리번...헉...진땀이 나기 시작
한다...으허헝....난 몰라...나 어떻해 ...아까 그 할무이
가 자기 고무신 한짝과 내 운동화 한짝을 신고 내린것이다.
그런것도 모르고 난 나머지 한짝의 고무신을 열씨미 던져
드리다니.....차라리 남은 고무신 한짝이라도 있었어야 내
가 내리지....흑흑흑....
난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벌개진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깽깽이발로 지하철문을 나서야했다. 으흐흐흑.....
열받는다....누구한명 오늘 나한테 걸리기만 하믄....그때
는 완죤히 닭싸움 한판이다....내운동화 돌리도..........
여러분 지하철에서 주무실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지 맙시다.
- 전내협 (전국 내신발 돌리도 협회) 캠페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