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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혜숙 2000-04-20

부모 없는것도 다르고
성도 다르고
말 더듬는 아저씨는 나를 볼 때마다
'너 왜 느이 엄마한테 안가고 여??네? 빨리가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부?H힐때마다 난 그 말을 들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무시한다.
빽도 없는 얘. 누가 막아줄 사람도 없는얘 그게 나다.
집에 돈이 없어지면 범인은 당연히 나다
4학년때는 2700원이 없어졌단다.
나보고 돈을 내놓으란다.
난 새벽이 하얗게 올때까지 맞았다. 버드나무 가지로 찰싹찰싹
종아리로 내리치는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맞다 지쳐서 가져 갔다고 하고 그냥 도둑년이 됐다.
외숙모도 돈이 없어지면 나보고 갖고 오란다.외숙모님은 한 번도
내 편이 아니었다. 혼나면 혼나는 대로 그냥 그대로 보기만 했다
아무말없이. 하기야 뭐 이쁜데가 있어야지 나라도 그랬겠다.
하루는 이른 아침에 화장대위에 100원이 없어?병幷?
난 어떻게 하면 좋은가? 난 산으로 도망갔다. 잘하면 또 맞게생겼는데. 어떻게 무서워서 신도 안신고 도망쳤다.
돈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떨린다.
또 그렇게 맞아야 되나? 하고
그런데 사건이 생겼다.
가을이면 서울 사는 큰 외삼촌이 쌀을 가지러 오신다.
쌀 자루를 세워두면 중간쯤에서 쌀자루가 휘어진다. 시골 사람들은 그런 곳에 돈을 꾹 찔러 둔다. 특히 할머니들은.
쌀 자루를 다 내가고 내가 방을 쓰는데 그 반 접어진 곳에서
돈이 나왔다.
삼천오백원이 난 그 돈을 쥐고 어쩔까 어쩌면 좋을까. 이 돈을
그동안 일을 생각하며 난 그 돈을 내가 갖고 있기로 했다.
나중에 또 내게 물으면 사실은 방치우다 주웠다고 해야지
하고 며칠이 지나도 아무 말이 없자. 난 그 돈으로 열심히
버스를 타고 다녔다. 중학교 1학년이던 나는 십리길을 걸어야 했
기 때문이다
억지로 간 학교긴 했지만.
난 당분가 호강했다.
들킬까봐 아침에만 탔다.
아니, 그것보다는 오후에 일찍오면 일하니까. 일하기 싫어서가
더 옳았다고 해야겠지.
모낼철 이었나.
초여름쯤 됐을까?
일요일이었는데.내가 친구네 집에 가서 있다 왔다.
외할머니는 나를 동네가 떠내려가게 부르셨다.
내가 집에 가자 할머니는 "너 때문에 사람 하나 썼으니까
니가 돈줘 이년아."하셨다.
나는 내 몸안의 모든 것이 빠져 나가는 것을 그때 처음 경험했다. 날이 새면 일어나 일하고 밥 먹고 일하고 어두우면 자고
나는 왜 그때 공부를 안했을까?
공부가 중요한지 몰랐다. 듣는 것은 "공부는 왜 해. 시집가서
밥 잘 짓고 애기 잘 낳면 된다." 내가 듣고 자란 말이다.
난 정말 공부가 꼭 해야 하는 건지 몰랐다. 그때는.
등잔불에 넣은 석유가 없어지면 안되니까. 석유 닮는다고 불을
항상 일찍 껐다. 내가 숙제할 세도 없이.
할머니는 나를 왜 싫어 했을까?
당신딸 신세 망친년이니까.
이쁠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뭐 사생아도 아닌데
이혼한 딸년 딸이 그렇게도 미웠을까?
나는 밖에 나가면 지지배배 떠들고
집안에 들어가면 벙어리가 된다.
왜냐면, 나를 보는 사람도 없고 내 말을 받아 주지도 않으니까.
그냥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조용히 반항 안하고 일만 잘하면
되니까.
처음에는 아궁이에 불때고 그 다음엔 마당 쓸고. 집안 치우고 기저귀빨고 그 다음엔 집안 식구 빨래 그리고 밥하고 밥 해 내가고
구석구석 찾아서 알아서 해야지. 안 그러면 넌 꼭 시켜야 하니?
하고 한소리 듣는다.
때때로 생각한다.
나는 왜 여기 있는지......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